노무현, 인간의 얼굴을 한 최초의 대통령 by 도아
관중과 포숙
포숙아는 군자입니다. 하지만 그래서 정치와 잘 맞지 않습니다. 포숙아는 선악을 너무 분명하게 가릅니다. 선을 좋아하는 것이야 군자의 도리이고 당연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악을 싫어함이 너무 분명해서도 안될 것입니다. 포숙아는 사람이 한번 잘못하거나 악의 길에 빠져드는 것을 보면, 평생 그를 안보려 할 정도입니다
포숙아를 등용하려는 제환공에게 관중이 던진 포숙아에 대한 평가. 관중이 평한 포숙아의 성격과 노무현 대통령의 성격은 묘하게 닮았다.
노무현과 나
나는 노무현 전대통령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노무현 전대통령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은 인간 노무현을 싫어한다기 보다는 통치자로서 노무현 전대통령을 싫어한다. 어제는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었다. 이를 반영하듯 메타사이트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글이 메타사이트를 완전히 점령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글을 올리는 것은 무의미한 글 하나를 더 올리는 것 같다. 그러나 노무현 전대통령에 대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 나는 노무현 전대통령을 싫어한다. 그러나 인간 노무현이 아니라 정치인 노무현을 싫어한다. 싫어하는 이유는 일명 노까들의 논리와는 다르다. 적당한 예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열국지의 관중과 제환공에 얽힌 이야기로 싫어하는 이유를 설명하겠다. 제환공을 도와 제환공을 오패의 으뜸으로 세운 관중이 죽기전이다. 관중을 찾아간 제환공이 관중의 뒤를 이어 정치를 맡아 볼 사람을 물어 본다. 먼저 제환공은 관중의 절친한 친구인 포숙아가 관중의 뒤를 이어 정사를 맡아 보는 것이 어떤지 묻는다. 대사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대충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포숙아는 군자입니다. 하지만 그래서 정치와 잘 맞지 않습니다. 포숙아는 선악을 너무 분명하게 가릅니다. 선을 좋아하는 것이야 군자의 도리이고 당연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악을 싫어함이 너무 분명해서도 안될 것입니다. 포숙아는 사람이 한번 잘못하거나 악의 길에 빠져드는 것을 보면, 평생 그를 안보려 할 정도입니다[1].
내 지론 중 하나는 군자는 정직해야 하지만 정치가는 정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정치는 자신에게 맞는 사람, 맞지 않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을 평생 끓어 안아야하는 고도의 기술이기 때문이다. 내가 노무현 전대통령을 싫어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노무현 전대통령은 너무 정직하다. 이런 사람이 정치를 하면 언제나 주변을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으로 채운다. 노무현 전대통령의 인사를 코드인사[2]로 몰아 붙이는 이유도 노무현 전대통령의 이런 성격을 반영한 것이라고 본다.
정치가에게 필요한 것은 위선이다. 정치가에게 필요한 것이 위선이라고 하면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다. 거짓말에는 두 가지가 있다. 악의의 거짓말이 있고 선의의 거짓말이 있다. 의사가 죽어가는 환자를 보고 곧 나을 것이라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지만 분명 선의의 거짓말이다. 정치가에게 있어서도 비슷하다. 정치가도 이런 거짓말에 능해야 한다. 싫은 사람을 싫어하는 것은 우리같은 평범한 소시민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통치하는 사람은 이런 내색을 하면 안된다. 그 이유는 정치는 싫고 좋음을 가르기 전에 끊임없이 적을 끌어 안는 고도의 기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무현 전대통령은 이런 점이 부족하다. 그래서 아무도 아니라고 나서지 못할 때 혼자서 아니라고 했던 인간 노무현을 좋아하지만 통치자로서 노무현 전대통령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렇게 싫어하는 노무현 전대통령이지만 나는 다른 것은 몰라도 꼭 인정해 주고 싶은 것이 있다.
인간의 얼굴을 한 최초의 대통령
다른 것은 몰라도 이 부분은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과거라면 감히 검사 따위가 대통령과 토론을 할 수 있을까? 과거라면 감히 언론 따위가 허구 헌날 대통령을 깔아 뭉겔 수 있을까? 이 것이 가능한 이유는 노무현 전대통령이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인간의 얼굴을 한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언론은 모든 일을 노무현 전대통령의 탓으로 몰았다. 과연 그럴까?
지나치게 신자유주의에 몰입한 덕에 양극화가 심해지고 사람들이 살기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단기적인 경기 부양책을 사용하지 않고 주가를 2000까지 끌어 올렸다. 어슬픈 부동산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을 천정부지로 올렸지만 이 부동산 정책때문에 터지기 일보 직전의 부동산 버블이 터지지 않은 것이다[3].
노무현 전대통령에 대한 비난은 차고 넘친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잘못한 부분도 많지만 잘한 부분도 많다. 그런데도 노무현 전대통령에 대한 비난이 차고 넘치는 것은 조중동으로 대변되는 수구언론의 최면 때문이다. 모든 것은 다 노무현 탓이라는 최면. 그러나 제아무리 수구언론에서 국민에 대한 최면을 건다고 해도 국민을 알고 있다. 노무현 전대통령은 인간의 얼굴을 한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것을...
말, 말, 말
노무현 전대통령을 이야기 할 때면 항상 걸고 나오는 부분이 바로 노무현 전대통령의 말이다. 노무현 전대통령과 비슷한 화법을 구사하는 사람은 많다. 먼저 이명박 대통령도 노무현 전대통령과 비슷한 화법을 구사한다. 이해찬 전총리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모두 솔직한 화법을 구사하지만 그 안쪽을 들여다 보면 모두 조금씩 차이가 있다. 노무현 전대통령의 솔직한 화법은 인간적인 솔직이다.
대통령 못해 먹겠다
당연히 대통령이라면 할 수 없는 이야기이다. 그 이유는 높은 자리에 올라 갈 수록 말과 행동의 제약이 커진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필부의 말과는 달리 그 파급효과가 크다. 따라서 설사 못해먹을 자리라고 해도 이렇게 직접 표현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인간적으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집권 초기부터 퇴임까지 이어진 한나라당의 딴지, 집권 1년만에 받은 탄핵소추, 대통령이 하는 말, 행동에는 항상 부정적으로 바라본 조중동. 이런 상황이라면 인간적으로 당연히 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제 노무현 전대통령도 대통령이 아닌 전대통령이 되었다. 역사가 어떻게 평가할지는 의문이지만 적어도 인간의 얼굴을 한 최초의 대통령이었다는 점은 인정해 줄 것으로 믿는다.
남은 이야기
이명박 대통령도 솔직한 화법을 구사한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솔직함은 개념없는 솔직이다. 한 예를 보자. 이명박 대통령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적이 있다.
마사지를 받을 때 못생긴 여자르 고르게 좋다. 예쁜 여자는 이미 많은 남자들이... 못생긴 여자는 자신을 골라준게 고마워 서비스가 좋다. 인생의 지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개념없는 막말에 대해 다음과 같은 해명을 하고 있다.
해명1.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발마시지였다.
해명2. 골고루 기회를 줘야 한다는 취지였다.
해명3. 45년전 선배의 이야기를 전한 것 뿐.
여자를 고르는 발마시지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고 기회를 고르게 주기위해 못생긴 여자를 고르라는 말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런 말이 나오는 이유는 딱 하나이다. 바로 이명박 대통령의 개념없는 솔직함 때문이다. 이런 이명박 대통령의 개념없는 솔직은 인수위에도 그대로 점염된다. 인수위가 정책을 발표한 뒤 한말은 모두 오해야였다. 오죽했으면 오해야 송까지 있을까. 다음은 이명박 대통령의 개념없는 솔직의 또한 예다.
정우택: "옛날 같으면 관기라도 하나 넣어 드렸을 텐데
이명박: 어제 온게(?) 지사가 보낸거 아니었나?
인터넷에서 열국지의 내용을 검색하다 보니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관중이 한 얘기라고 하는데 노무현 전대통령에게 부족했던 점도 바로 이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점은 나도 마찬가지이며, 그래서 정치에는 아예 눈길도 주지 않는다.
선을 남과 다투어 이기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기 어렵습니다. 선으로 남을 키워주는 사람만이 비로소 그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습붕은 그런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