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이야기 48 - 눈 by 도아
요즘은 다른 지역도 비슷할 수 있지만 충주는 눈 구경하기가 힘들다. 오죽헌에 다녀올 때 강릉은 폭설 주의보가 내렸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상당히 많은 눈이 내렸다. 그러나 충주에는 눈발이 비친 정도였다. 충주에서 아이들과 눈싸움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눈이 오는 것은 일년에 두세번 정도인 것 같다.
어제는 집으로 가는 중 눈발이 비쳤다. 충주는 눈이 내려도 많이 내리지 않는다. 설사 눈이 조금 내린다고 해도 이내 녹아버린다. 따라서 눈이와도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출근하다 보니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있었다. 쌓여있는 눈을 보니 적설량은 10cm는 넘는 듯했다. 눈이 와도 나무의 눈꽃을 보기 힘든데 오늘은 모든 나무가 하얀 눈꽃을 피우고 있었다.
사람마다 느끼는 점은 다르지만 눈이 오면 일단 푸근하다. 그리고 그 색깔만큼이나 세상이 깨끗해진다. 그리고 그 깨끗함 만큼이나 기분도 좋아진다. 눈이 가진 매력은 바로 내린 직후인 것 같다. 하얀 눈위의 구두 발자국.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어릴적 불렀던 노래를 흥얼 거리며 여기 저기 사진을 찍었다. 아마 올겨울 보게될 마지막 눈인 듯 싶다.
눈이 오면 기분이 상쾌해 지지만 눈이 녹으면 거리는 지저분해진다. 그리고 마음도 그렇게 된다. 아마 세상의 섭리가 다 그런 것 같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는 그런 섭리.
오랜 만에 보는 눈덮인 아파트이다. 우영이를 불러 눈싸움이라도 한판 하고 싶지만 출근 길이라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나왔다.
아파트 입구에는 꽤 큰 나무가 한그루 서있다. 평상시에는 아무런 감흥도 없고 관심도 없는 나무다. 관리가 잘된 것이 아니라 그저 그런 느낌이지만 눈을 한껏 담고있는 나무는 역시 운치가 있다.
노래가 절로 나온다. 길 가운데는 이미 여러 사람이 밟고 지나갔지만 길 양쪽은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듯하다. 이런 길을 걸어 본 것이 얼마인지...
충주시의 규모를 생각하면 조금 의외지만 이런 작은 공원이 상당히 많다. 현재 사무실은 일종의 주상 복합건물이다. 그런데 화장실은 퍼세식이다. 또 주인 아주머니가 화장실을 비우지 않아 엉덩이 바로 밑까지 변이 올라와 있다. 따라서 튈 염려가 많아서 이 화장실을 이용하는 사람은 미리 종이를 던지고 일을 본다. 그러나 도시 생활에 익숙한 사람은 여기서 일을 볼 마음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공원 화장실을 이용한다. 눈 덮힌 공원에는 이미 아이들이 눈싸움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