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방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살다보면 이런 참사는 수도 없이 경험한다. 김영삼 정부 시절 육해공에 걸친 참사가 가장 대표적인 예이다. 모두 천재지변인 것 같지만 그 내부를 살펴보면 대부분 인재다. 먼저 기사를 읽어 보면 소방 당국이 화재 진압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불이 나고 45분이 지난 시점에서 남대문 일부 파기 협조를 얻어 냈다는 것은 화재 현장에 문화재 관리를 결정할 결정권자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소방과 문화재 관리가 따로 놀았다는 의미이다.

사진출처: 위키백과 숭례문

사고일지

어제 마신 술 덕에 오늘도 조금 일찍 일어났다. 컴퓨터에 앉으면 가장 먼저 방문하는 사이트가 홈페이지블로그라 오늘도 홈페이지와 불로그를 방문했다. 그리고 홈페이지에서 접한 참담한 소식, 숭례문 결국 전소되었다네요. 처음에는 장난으로 올린 글로 았았다. 내용을 확인했지만 믿기지 않아 구글 뉴스를 검색하니 '국보 1호' 숭례문 전소 완전 붕괴 [연합]라는 기사를 찾을 수 있었다. 연합뉴스에 따른 사건 일지는 다음과 같다.

==사고일지==

  • 2월 10일 오후 8시 50분 발화
  • 2월 10일 오후 9시 30분 초기 진화(실패)
  • 2월 10일 오후 9시 35분 화재 진압을 위해 남대문 일부 파기 협조
  • 2월 10일 오후 9시 55분 화재비상 2호, 3호 발령
  • 2월 10일 오후 11시 20분 거품식 소화 약제 투여
  • 2월 10일 오후 11시 50분 마구잡이식 지붕 해체 작업
  • 2월 11일 오전 0시 58분 이층 누각 붕괴
  • 2월 11일 오전 1시 54분 일층 누각 붕괴

사진출처: '국보 1호' 숭례문 전소...완전 붕괴

기사를 보면 알 수 있지만 화재 발생 40분 뒤 화재를 잡는데 어느 정도 성공해서 연기만 나는 상태가 됐지만 소방 당국에서 발화점을 찾지 못한 사이 남아 있는 불씨가 재 점화되어 결국 2월 11일 새벽 1시 54분에 일, 이층 누각이 모두 전소됐다고 한다.

예고된 방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살다보면 이런 참사는 수도 없이 경험한다. 김영삼 정부 시절 육해공에 걸친 참사가 가장 대표적인 예이다. 모두 천재지변인 것 같지만 그 내부를 살펴보면 대부분 인재다. 먼저 기사를 읽어 보면 소방 당국이 화재 진압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불이 나고 45분이 지난 시점에서 남대문 일부 파기 협조를 얻어 냈다는 것은 화재 현장에 문화재 관리를 결정할 결정권자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소방과 문화재 관리가 따로 놀았다는 의미이다.

소방 당국은 문화재를 관리할 권한이 없다. 따라서 이런 문화재에 대한 화재에는 당연히 문화재를 관리할 수 있는 결정권자가 소방 당국과의 협조하에 문화재의 피해를 최소화하기위한 조치를 실시간으로 내려야 한다. 문화재 결정권자가 없다 보니 소방 당국은 문화재 훼손을 우려해서 일반 주택처럼 적극적으로 진압에 나서지 못했다. 결국 전소라는 참극을 낳은 셈이다. 문화재청과 소방 당국의 긴밀한 협조로 초기에 지붕을 해체했다면 발화 40분만에 화재를 잡을 수 있었다.

숭례문에 관련된 정보를 찾으려고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니 문화관광부 '나도한마디' 란에 '김영훈'이라는 분이 쓴 존경하는 장관님이라는 글을 찾을 수 있었다. 이 글을 보면 숭례문의 방화는 이미 예고된 방화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글의 내용을 보면 상당히 정확한 정보로 방화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일단 숭례문 주변에는 노숙자가 많다. 모든 노숙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이런 노숙자들은 사회에 대한 불만이 많다. 노숙자들이 물만을 표출하는 한 방법으로 "확 불질러버려"라고 자주 말한다고 한다. 그런데 '숭례문에는 경비가 없다'. '개방은 바람직하지만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아 빠르고 늦고의 차이는 있지만 누군가 방화할 가능성이 많다'는 글이다. 올라온 날짜가 2007년 2월 24일이니 딱 1년전에 올린 글이다. 방화의 가능성을 점치는 논리도 아주 타당하고 경비가 없다는 현실도 딱 맞는다.

존경하는 관리자님 성의있게 봐주십시오.
저는 눈물로써 호소합니다.

경복궁을 29번이나 탐사했다는 22살 청년의 애끓는 호소. 누구나 알고 있는지만 오로지 문화재청에서만 몰랐던 내용일까? 명색이 국보 제1호이다. 한나라의 수도로 책정된지 600년이 지난 수도 서울의 상징이다. 그런데 이런 문화재를 평일에는 세명이 관리하며 휴일에는 한명이 관리한다고 한다. 이나마 오후 8시 이후에는 관리하는 사람이 아예없다고 한다. 개방은 좋지만 좋은 것만을 탐할 뿐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하지 않은 문화재청의 직무유기이다. 숭례문 방화는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김영훈님의 글: 존경하는 장관님
김영훈님의 글: 소식을 접하고

방화도 노무현탓?

숭례문에 관련된 기사를 검색하던 중 첫번째로 본 기사는 중앙일보에 실린 연합뉴스의 기사[1]였다. 이 기사에 붙은 댓글.

'방화도 노무현 탓'이다. 봉화마을에 수백억을 퍼부으면서 국보 제1호는 한사람이 지키게 했다고 노무현을 탓하고 있다. 봉화마을에 수백억을 퍼부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방화를 가능하게 한 것은 숭례문 개방이다. 그리고 이 개방을 한 사람은 이명박 전 서울 시장이다. 따라서 이런 논리라면 방화는 노무현 탓이 아니라 이명박 탓이다. 아울러 개방을 하고도 평일 세명, 휴일 1명, 야간 무인 경비 시스템으로 돌린 책임도 이명박에게 지워야한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업적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한다. 백번 듣는 것 보다는 한번 보는 것이 낫다는 말이다. 사실이다. 사람들은 보는 것을 통해 알게된다. 그리고 알게되면 그것을 사랑하게 된다. 아주 예쁜 여자가 돈도없고 무식하며 깡패같은 남자와 같이 살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그 사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돈이 없고 무식해 보이며 깡패 같지만 그 내면에는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재도 마찬가지이다. 길바닥에 굴더 다니는 깨진 호리병. 그러나 이 그릇을 아는 사람에게 "호리병은 1000년의 역사를 침묵으로 노래한다"[2]. 그래서 문화재는 눈으로 보지 못한다. 문화재는 마음의 눈으로 봐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문화재를 보고 느낄 수 있게한 이번 개방 조치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서울 시장으로 재직하면서 행한 유일한 업적으로 본다. 그러나 개방에는 책임이 따른다. 개방은 바람직 했지만 그 보더 더 중요한 관리에는 소홀히 했다는 것. 아마 우리사회에 만연한 문제점 중 하나인 것 같다.

시스템이 최선?

우리사회 전반의 인식은 시스템이 좋으면 좋다는 인식이다. 전파가 도달하지 않는 산간 벽지에도 좋은 TV를 가져다 놓으면 TV가 잘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참 많다. 특히 고위 공직자 중에는 이런 사람드이 정말 많다. 또 이 것은 공직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우리사회 전반의 인식이다.

국보 제1호를 관리하는 인원은 평일에는 3명, 휴일에는 1명이고 오후 8시 이후에는 KT 텔레캅에서 납품한 '무인 경비 시스템'에 의존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이런 무인 경비 시스템은 크기가 작아 도난의 우려가 있는 문화재를 폐쇄된 곳에서 감시할 때 적합한 시스템이다. 그러나 이런 무인 경비 시스템을 누구나 제한없이 갈 수 있는 곳에 적용하기는 힘들다. 그런데 이런 문화재의 경비까지 무인 경비 시스템에 의존한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 있어도 시스템을 운용하는 사람이 무지하면 있으나 마나다. 그런데 시스템만 믿고 있다. 또 그 시스템이 자주 오동작한다. KT 텔레캅을 이용해본 사람은 알 수 있지만 말이 텔레'캅'이지 텔레'폰' 보다도 못하다.

KT 테레캅 관계자: 숭례문 무인경비서비스를 제공하는 KT텔레캅 관계자는 "경보가 울려서 현장에 나와보니 불이 나 숭레문이 타고 있었다

경보가 울린 뒤 현장에 도착했을 때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내 경험으로 빨라야 10분 정도가 지났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 이유는 KT 텔레캅을 이용해 보면 이 시간보다 빨리오는 것을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출동이 늦는 이유는 간단하다. 숭례문 관리를 위해 제공한 무인 경비 시스템이 일반 무인 경비 시스템과 얼마나 다른지 모르겠지만 일반 무인 경비 시스템은 오동작이 많다. 따라서 싸이렌이 이유없이 울리다 저절로 꺼지는 때가 종종있다. 이 것을 인지한 듯 몇분이 지나 경보가 계속 울리면 출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KT 텔레캅의 무인 경비 시스템을 우회하는 것도 간단하다. 예전 사무실에서 KT 텔레캅을 싸다는 이유로 사용한적이 있다. 그런데 출근해서 보니 보안 카드를 가져오지 않았다. 그냥 문을 열면 사이렌이 울려대고 다른 직원이 나오기 까지 밖에서 기다리기는 힘들어서 KT 텔레캅에 직접 전화해서 사이렌을 꺼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 내 사무실도 아니고 다른 분의 사무실에 세들어 사는 상황이라 아는 것은 명함에 적힌 이름, 전화번호, 주소가 전부였지만 이 정보만으로 경보를 끄고 사무실의 문을 열었다. 그외에도 허술한 곳 투성이었다. 물론 다른 경비업체는 사용해 보지 않았다. 그러나 비슷할 것으로 생각된다.

문화재 관리 처음부터 바꿔야

얼마 전 주말 여행에서 소수박물관을 관람했다. 소수서원과 붙어있는 소수박물관에는 그지역에서 출토된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박물관내의 사진 촬영이 완전히 금지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런식으로 박물관내 유물에 대한 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박물관이 많다. 따라서 아이들 체험학습을 위해 박물관을 방문했다가 사진 한장 찍지 못하고 박물관 간판만 찍어서 오는 때가 많다.

그러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왜 사진 촬영을 금지하느냐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박물관에서 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곳은 고서처럼 노출에 의해 자연적인 손상이 발생할 수 있는 것들로 알고 있다. 이러한 고서와 같은 것들은 사진을 찍을 때 터지는 플래시 빛에도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유물은 플래시를 사용하지 않으면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그런데 보관만 잘한다면 자연적인 손상이 거의 없을 고인돌, 선돌과 같은 것들에 대한 촬영도 금지하고 있다. 그 속내를 뒤집어 보면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는 것이 플래시를 켜지않고 사진을 찍도록 하는 것보다 관리하기 편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이런 유물에 대해서는 사진조차찍지 못하도록 하면서 국보 제1호라는 숭례문은 그 주변에서 커다란 도로를 놓고 하루 종일 매연과 소음에 시달리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어떤 곳을 가도 600년씩된 문화재 옆에 도로를 놓고 매연과 소음에 시달리도록 하고 있는 곳은 많지 않다. 그런데 고도 600년 서울을 상징한다는 사대문 옆에는 커다란 도로를 놓아두고 있다.

우리의 문화재 관리를 보면 도무지 체계가 없다. 경중도 없다. 어떤 일관된 정책도 없다. 그냥 정권이 기분 내키는대로 정책을 세우고 이런 일관성 없는 정책이 전국 문화재에 각자의 재량권에 따라 시행된다. 따라서 어떤 박물관은 사진 촬영을 이유없이 금지하고 어떤 박물관은 허용한다. 그래서 박물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어떤 조건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하지만 그런 안내 표지는 박물관 한 구석에 조그맣게 있을 뿐이다.

맺음말

오늘 새벽 국보 제1호 숭례문은 전소됐다. 문화재 관리의 허술함, 관료의 안이함을 온몸으로 불태우며 울며 절규하는 시민들의 품을 떠났다. 이런 일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더 참담한 일은 앞으로도 이런 일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번 일을 교훈삼아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겠습니다.

앞으로의 일은 안봐도 비디오다.

남은 이야기

숭례문이 전소된 오늘은 일본 건국기념일이라고 한다. 일본 건국기념일에 우리의 국보가 전소되었다니 일본 토박이 이명박 당선자가 떠오른다.

관련 글타래


  1. 처음 본 기사는 중앙일보에 실린 연합 기사였다. 그러나 중앙일보 기사 링크가 사라져 같은 연합 기사인 매경 기사 링크로 교체했다. 
  2. 공학도였던 내가 인문학을 아는 공학도로 바뀌게 된 동기이기도 하다. 만화책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현세가 그린 도굴꾼 만화에 나오는 대사다. "침묵을 노래하는 새는 천년의 역사를 이야기한다"라며 청자를 언급한 대목에서 차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