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오픈마켓(열린시장) by 도아
배보다 배꼽이 큰 배송비
내가 구매한 4자 책장의 가격은 고작 3만 4천원밖에 하지 않는다. 동네 가구점의 3분의 1 가격이고 깍아서 구입한 충주가구공단과 비교해도 채 절반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역시 배송이었다. 열린시장의 일부 가구점은 수도권과 경기도만 배송을 하고 있었고 전국 배송을하는 곳은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다음처럼 배송료가 상당히 비쌌다.
목차
- 성장하는 열린시장
- 주 사이트는 옥션
- 배보다 배꼽이 큰 배송비
- 남은 이야기
- 열린시장 성장 원인
- 악연의 G마켓
- 각주
성장하는 열린시장
오픈마켓(이하 열린시장)이라고 하면 역시 시골에서 열리는 5일장, 10일장이 그 원조이다. 자리만 잡으면 누구나 물건을 팔 수 있는 곳이 시골장이기 때문이다. 이런 시골장에는 없는 것이 없다. 지금이야 소, 돼지까지 파는 사람은 없지만 소, 돼지까지 살 수 있는 곳이 시골장이었다. 또 시골장의 국밥과 잔치국수는 별미 중 별미로 지금도 생각나는 음식 중 하나이다.
이런 열린시장을 인터넷에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 바로 인터넷 열린시장(오픈마켓)이다. 일반적인 쇼핑몰과는 달리 판매자가 직접 소비자에게 물건을 판다. 오프라인 매장처럼 커다란 공간을 필요로 하지 않다. 또 누구나 어떤 물건이든 팔 수 있다. 이런 구조 때문에 열린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은 정말 많다.
이렇다 보니 열린시장의 시장 규모는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2003년 8천억이던 열린시장의 시장 규모는 2007년 6조원으로 4년사이 무려 8배 가량 증가했다. 현재 열린시장는 구스닥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G마켓이 작년부터 1위, 이베이로 넘어간 옥션이 2위를 달리고 있다.
주 사이트는 옥션
내가 주로 사용하는 열린시장은 옥션이다. 옥션이 지금처럼 열린시장으로 바뀌기 전 경매 사이트로 운영될 때 가입했고 지금까지 9년 동안 옥션을 사용하고 있다. 2006년부터 지금까지 650만원 정도를 옥션에서 구매했기 때문에 구매등급은 최고인 VIP이다. 한때는 가격이 싸기 때문에 G마켓도 많이 사용했지만 G마켓의 허술한 판매자 관리에 물려 지금은 주로 옥션에서만 물건을 구매하고 있다[1].
상당히 많은 물품을 옥션과 같은 열린시장나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구입하지만 역시 동네에서 구입하는 물건도 많다. 일단 음식류와 생필품등은 동네에서 구입한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어쩔 수 없이 동네에서 구입하는 물건은 택배로 배송하기 힘든 가구와 같은 것들이다.
이번에 사무실을 이전하면서 퍼즐 책상과 의자를 동네에서 구입했다. 퍼즐 책상은 8만원, 의자는 9만원. 인터넷으로 구입해도 되는 물건이지만 동네에서 구입한 것은 조금이라도 빨리 사무실을 정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책상과 의자를 구입한 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가격 차이가 상당했다. 인터넷에서 퍼즐 책상은 4만 5천원 정도면 구입이 가능했고 의자는 6만원 정도면 구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지역에서 돈이 돌아야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기 때문에 일부 품목을 동네에서 구입하지만 구입한 뒤에는 인터넷과의 가격차 때문에 절망하곤 한다.
책상과 의자를 구입한 뒤 필요한 집기 중 하나가 책장이라 책장도 동네에서 주문했다. 이웃 한민네에서 싸게 샀다고 해서 같은 곳에서 책장을 두 개를 구입했다. 4자 짜리 책장으로 칸막이로 34T를 사용한 제품이었다. 동네 가구점에서는 11만원, 주덕에 있는 충주가구단지에서는 10만원을 달라고 했지만 옆집이 8만원에 구입했다고 말해서 8만원에 구입했다.
퍼즐 책상과 의자를 인터넷에서 구매하면 모두 직접 조립해야 하는 형태로 보내준다. 택배비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계산이다. 택배비는 조금씩 다르지만 지금까지 주문해본 경험에 따르면 4000~8000원 내외였다. 그러나 책장은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일단 덩치가 상당히 크다. 아울러 DIY 제품으로는 보내기도 힘들다. 따라서 동네 가구점이 아니면 구하기도 힘들었다.
책장을 구매한 뒤 이렇게 덩치 큰 책장도 인터넷에서 판매하는지, 만약에 판다면 가격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 졌다. 일단 덩치가 커서 배송이 힘들기 때문에 파는 사람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로 열린시장에는 대형 가구를 판매하는 곳이 상당히 많았다.
배보다 배꼽이 큰 배송비
내가 구매한 4자 책장의 가격은 고작 3만 4천원밖에 하지 않는다. 동네 가구점의 3분의 1 가격이고 깍아서 구입한 충주가구공단과 비교해도 채 절반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역시 배송이었다. 열린시장의 일부 가구점은 수도권과 경기도만 배송을 하고 있었고 전국 배송을하는 곳은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다음처럼 배송료가 상당히 비쌌다.
서울, 경기 일부 지역은 1,5000~20000원, 경기 외곽 지역은 2,0000~2,5000원, 강원 일부, 영남 일부, 호남 일부, 충청 전지역은 2,5000~3,0000원, 섬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3,5000~4,0000원을 받고 있었다. 가구에서 직배하는 경우도 있고 다른 업체와 계약을 해서 배송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까지 덩치 큰 가구는 동네에서만 주문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제는 큰 가구도 인터넷에서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 사는 곳이 수도권이라면 동네 가구점을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싸다. 또 수도권은 대부분 가구점에서 직배하기 때문에 설치까지 해준다(가구의 특성상 다른 가구 배송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생각해보면 지방에 너른 땅이 있다면 오프라인 가구점을 차리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자짜리 5단 책장의 인터넷 소매가가 3만 4천원이라면 업체 가격은 더 쌀 것이 분명하고 물건을 트럭으로 한꺼번에 가져온다면 인건비와 운영비는 충분히 빠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충주가구공단도 책장을 두개를 주문하자 "재고가 없어서 당일 설치는 힘들고 다음 날 주문해서 가져다 주겠다"는 것으로 봐서 비슷한 형태로 보인다.
충주 인근에는 대형 가구점이 상당히 많다. 모두 최저가라고 써 붙이고 있지만 가격은 대부분 비슷하다. 퍼즐형 책장은 8~10만원, 내가 사용하고 있는 의자는 9~10만원, 4자 짜리 5단 책장은 10~11만원이다. 그러나 모두 인터넷 가격과 비교하면 훨씬 비싸다. 물건 가격보다는 배송비가 더 많이 드는 듯하다.
아무튼 인터넷 열린시장는 예전에 시골장이 그랬듯 이제 팔지않는 것이 없는 것 같다. 대형 가구까지 배송이 가능하다면 팔지 못할 물건이 무엇이 있을까? 파는 물건만 다양해 진 것은 아니다. 인터넷 벼룩시장과 비슷한 생활정보 서비스, 패션 전문 샌시, 쇼핑에 관한 지식 백과, 쇼핑백과, 텐바이텐처럼 감성 물품을 주로 파는 팝팝등 서비스도 다양화하고 있다. 이런 옥션 서비스의 특징은 운영주체가 옥션이 아니라는 점이다.
팝팝의 운영주체는 얼리어댑터이고 쇼핑백과의 운영주체는 미디컴이다. 샌시의 운영주체는 메가존이며 이번에 새로생긴 생활정보 서비스 생활정보아이의 운영주체는 포럴톤이다. 즉 상품만 다양화 한 것이 아니라 서비스도 다양화하고 있으며, 운영방식도 다각화하고 있는 셈이다.
남은 이야기
열린시장 성장 원인
오늘 날의 열린시장의 성장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한축을 담당한 것은 주문한 다음 날 물건을 배달해 주는 택배 서비스이다. 한진, 현대, 삼성, 우체국 등 지금은 상당히 많은 회사들이 이 시장에 뛰어 들었고 이로 인한 가격 경쟁과 폐해도 극심한 실정이다. 들리는 얘기로는 택배 한건당 배달료로 기사가 가져가는 금액은 800원 정도라고 하니 그 실정을 알만하다.
대학원 재학 시절의 일이다. 대학원 선배형이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연구실에 남아 있던 책을 대전까지 보내 달라고 연락이 왔다. 책을 포장해 보니 모니터 상자로 세 상자 정도됐다. 문제는 어떻게 보내느냐는 것인데 작은 용달로 보낸다고 해도 대전이라 배달료가 만만치 않을 것 같았다.
싸고 쉽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알게된 것이 택배이다. 당시에는 한진택배 밖에 없어서 한진택배에 배송료를 물어봤다. 작은 상자는 5000원, 큰 상자는 6000원이라고 한다. 그러면 모니터 상자는 큰 상자인지 작은 상자인지 물어 보자 모니터 상자는 작은 상자로 5000원이면된다고 한다(97년경 5000원인데 지금도 5000원이다).
용달을 불러 대전까지 보내려면 5~6만원은 족히 드는 상황인데 단 만오천원으로 해결이 되는 상황이라 바로 택배를 신청했다. 그리고 택배 기사분이 오셨다. 모니터 상자를 힘껏 들다 내려놓고는 내용물이 무엇인지 묻는다. 책이라고 하자 너무 싸게 받았다고 한다. 책을 날라본 사람은 알겠지만 책의 무게는 상당하다. 특히 모니터 상자 가득 담긴 책은 어지간한 사람은 들지도 못한다.
이렇게 책을 보낸 뒤 선배형에게 연락이 왔다. 책을 너무 싸게 보내 줘서 고맙다고 통장에 5만원을 보냈다는 것. 정보가 돈이된다는 것을 알게해 준 사례인 셈이다.
악연의 G마켓
인터넷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주로 사용하는 사이트는 옥션이 아니라 G마켓(구스닥)이었다. 2002년 인천으로 이사하면서 누나와 동생이 김치 냉장고를 사주었는데 이 김치 냉장고를 사면서 알게된 회사가 구스닥(GoodsDaq)이었다. 아마 지금도 비슷하겠지만 이때도 배송 사고가 있어서 배송이 일주일 정도 지연됐다. 다행이 구스닥 상담원이 적극적으로 처리해 주었고 이때 기억이 좋아 한동한 G마켓을 사용했다.
구스닥은 얼마 뒤 인터파크에서 인수했고 구드닥의 G만 따와 G마켓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구스닥 시절부터 옥션보다는 싼 가격 때문에 자주 이용한 업체지만 G마켓에는 의외로 악질 판매자를 종종 만나곤 했다.
G마켓에서 신발을 샀을 때 일이다. 당일 배송이 되면 좋지만 당일 배송이 되지 않아도 보통 2~3일 정도는 기다려 주는 편이다. 그런데 3일째가 되도 배송이 되지 않았다. 전화로 연락을 하자 오늘 배송하겠다는 것이었다. 오늘 배송하면 4일째 되는 날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하루를 더 기다려 주었다. 그리고 이날 저녁때 휴대폰 SMS로 송장 번호가 날라왔다.
다음 날이면 올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물건이 오지 않았다. 송장을 확인해 보니 송장 번호는 입력됐지만 물건은 실제 배송하지 않은 가송장이었다. 결국 5일째 되는 날 다시 연락을 했다. 그러자 판매자는 전날 물량이 많아 실수가 있었다며 오늘은 꼭 배송해줄테니 하루만 더 기다려 달라고 한다. 다음 날 받아도 큰 문제가 없기 때문에 한번만 더 참기로 했다.
그러나 송장 번호를 확인해 보니 그 날도 배송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6일째 되는 날도 배송이 잡히지 않았다. 열이 받아 판매자에게 전화를 하니 토요일 휴무라 근무하지 않았다. 결국 G마켓 고객 센터에 전화해서 배송 지연을 이유로 주문을 취소했다.
7일째 되는 일요일 저녁에 다른 판매자에게 같은 물건을 같은 가격에 구매했다. 월요일이 되자 주문을 취소한 판매자가 연락을 해 왔다.
악질 판매자: 오늘 물건이 입고되면 오늘은 꼭 배송해드려고 했습니다.
악질 판매자: 주문 취소를 원하신다고 하셔서 직권 취소해 드렸습니다.
정말 웃기는 이야기이다. 물건이 없는데 주문을 받고 가송장 신공으로 무려 일주일을 넘긴 것이다. 더 웃기는 것은 직권 취소이다. 분명이 '배송 지연을 이유로 주문을 취소했는데 직권 취소했다'는 얘기는 G마켓 측에서 배송 지연, 가송장 남발에 대한 어떤한 책임도 묻지 않았다는 뜻이된다. G마켓측에 전화해서 '가송장 남발을 금지하겠다'는 약속과 '판매자에게 적절한 처벌을 하겠다'는 답변을 듣고 이 일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이런 일을 몇번 겪은 뒤로는 G마켓에 정이 떨어졌다. 그래서 물건 값이 큰 차이가 나지 않으면 가격이 조금 비싼 옥션에서 구입한다. 똑 같은 열린시장이지만 G마켓 보다는 옥션이 판매자 관리를 더 잘하는 것 같다.
- 악질 판매자 관리는 허술하지만 판매자를 무척 쥐어짜는 업체가 G마켓이라고 한다. 자세한 내용은 G마켓의 "말의 권력"은 소비자한테 나온다..?을 읽어보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