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열쇠

술을 마시면 항상 일찍 일어나는 버릇 때문에 이 날도 조금 일찍 일어났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내 손몬에 채워둔 사우나실 열쇠가 없어진 것이다. 물론 안경도 보이지 않았다. 만약 누가 열쇠를 훔쳐가 옷가지와 지갑을 가져갔다면 정말 난감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일단 카운터로 가서 상황을 설명했다. 카운터의 주인 아저씨가 보조 키를 가져왔고 사우나 사물함 번호가 비교적 기억하기 쉬운 101번이라 다행히 사물함 번호를 기억하고 사물함을 열었다. 다행이 옷가지와 지갑, 카메라 모두 남아 있었다. 열쇠가 사라졌지만 사물이 그대로 있는 것을 보고 누가 훔처간 것이 아니라 내가 자면서 빼버린 것이 아닌가 싶어서 수면실을 다시 찾아 봤지만 열쇠는 찾을 수 없었다.

QAOS.com 년말 모임

지난 1월 12일에는 QAOS.com의 신년 모임이 있었다. 사이트를 10년 넘게 운영했지만 따로 오프 모임은 가진적이 없었다. 그러나 ymister님의 제안으로 번개를 시작한 뒤 년말에 한번 모여서 오프 모임을 갖곤 했다.

작년 말에도 모임 진행 했어야 하지만 시기적으로 너무 늦은 것 같아 이번 모임은 년말이 아니라 년초에 모이기로 하고 1월 12일을 모임 날짜로 잡았다. 약 한달간 공지를 올렸기 때문에 한 10여분 정도가 오시기로 했지만 1월 12일에 일정이 취소된 분과 오기로 한 분이 오지 않아 총 6명이 조촐한 신년 모임을 가졌다.

오후 5시에 모이기로 했기 때문에 나는 1시 30분에 사무실을 출발했다. 보통 토요일에는 서울 가는 사람들이 많기는 하지만 표가 매진이 될 정도로 많지는 않아 1시 30분에 고속터미널로 가면 표를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고속터미널에는 서울로 가는 표가 모두 매진되어 있었다. 동서울까지 20분에 한대 꼴로 차가 있는데 2시차 매진, 2시 20분차 매진, 2시 40분만 남아 있었다.

동서울까지 막히지 않으면 한시간 40분 정도면 도착하고 동서울에서 구로 디지탈 단지역까지는 40분이면 가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시간을 딱 맞출 수 있지만 중간에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시간을 맞출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2시 20분차에 남은 자리가 있으면 타고 가기로 하고 줄을 섰는데 다행이 2시 20분차에 자리가 있어서 간신히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구로 디지탈 단지역으로 가다 보니 bluenlive님께 연락이 왔다. 오늘 새벽에 출발해서 이미 구로 디지탈 단지역에 도착했다는 것이었다. 나도 구로 디지탈 단지역 바로 전역이었기 때문에 사정을 얘기하고 1번 출구를 나가서 보기로 했다. 구로 디지탈 단지역에는 이미 bluenlive님, boybe님이 나와 있었다.

모인 회원들

모임 게시판boybe님이 bluenlive님 추천으로 참석한다는 글이 있어서 어떻게 bluenlive님과 boybe님이 아는 것인지 궁금했었다. bluenlive님과 boybe님은 군대에서 함께 근무했다고 한다. 한분은 소령으로 한분은 일반병으로... 소령과 일반병이 전역 후에도 이렇게 친하게 지낼 수 있는지 조금 의아하지만 bluenlive의 살가운 성격을 보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잠시 뒤 ironleav님이 오셨다. 조금 늦겠다고 연락을 주셨는데 5시가 조금 지나서 도착하셨다. 5시 30분까지는 출구에서 기다리기로 했기 때문에 5시 30분까지 기다렸지만 다른 분은 오시지 않았다. 결국 가까운 음식점으로 이동해서 다른 분을 기다리기로 했다.

QAOS.com의 모임은 총 세번을 가졌다. 그 중 두번은 구로 디지탈 단지역 먹자 골목 입구의 원할머니 보쌈에서 가졌다. 여기서 1차를 하고 주변 술집에서 2차, 3차를 했다. 그 이유는 구로 디지탈 단지역 먹자 골목을 아는 사람이라면 모임 장소를 찾기 가장 좋기 때문이다.

이번 신년 모임도 원할머니 보쌈에서 하려고 했지만 매년 모임에 참석하셨던 ironleav님이 반대를 하셨다. 다른 장소를 물어 보자 ironleav님은 '원할머니만 아니면 좋다'고 하신다. 결국 구로 디지탈 단지역 주변에서 회사를 다니시는 boybe님의 추천으로 주변 꽃게 집에서 신년 모임을 가졌다.

잠시 뒤 selic님이 일을 보고 오셨다. 그런데 문제는 꼭 참석하기로 한 mepay님이 연락도 없이 오시지 않는 것이었다. selic님을 마중 나가며 확인해 보니 mepay님은 12일 모임을 일요일에 하는 것으로 착각하신 것 같았다. 결국 1시간 정도 뒤에 mepay까지 오셔서 bluenlive, boybe, ironleav, selic, mepay님과 신년 모임을 가졌다.

bluenlive님이나 ironleav님, 나 모두 말이 많은 편이라 처음에는 세명이 주로 이야기를 했었다. selic님은 이런 모임이 익숙하지 않은 듯 별 말이 없는 편이었다. 그러나 mepay님이 오시자 물만난 고기처럼 꽤 많은 이야기를 하신 것 같다.

1차를 꽃게 집에서 마시고 2차는 주변 맥주 집에서 진행했다. 보통 1차는 내가 내고 2차는 알아서 마시기 때문에 2차 계산은 어느 분이 하셨는지 모르겠다. 또 소주를 마신 뒤 맥주를 마시면 잠이 드는 버릇은 여전해서 맥주를 마시는 동안 또 잠이 들었다.

가운데 위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bluenlive님, mepay님, selic님, 나

ironleav님이 찍은 사진이라 ironleav님은 없다. 또 boybe님의 사진도 빠졌다. 가운데 함께 찍은 사진 중 내 앞쪽에 있는 분이 boybe님이다.

일식 꼬치

이 상황에서 3차는 힘들 것 같기도 하고 의외로 지방에서 올라 오신 분들 대부분이 잠자리를 미리 마련하고 올라 와서 ironleav님과 함께 3차를 하게되었다. 구로 디지탈 단지역 1번 출구에서 모이는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어묵을 좋아하고 1번 출구에서 다른 사람이 오는 것을 기다릴 때는 보통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먹으며 기다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루 전날 방영된 소비자 고발에서 아무 생각없이 찍어 먹는 어묵용 간장에 다른 사람의 침이 엄청나게 묻어 있고 또 세균도 많다는 방송이 있었다. 방송을 무시하고 먹을까 싶었지만 bluenlive님은 아무래도 꺼려하는 듯해서 이 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먹지 않았다.

구로 디지탈 단지역 주변 술집 중 꼬치 어묵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일식 꼬치집이 있었다. 포장마차와 비슷하지만 조금 더 깨끗하며 먹은 꼬치대만 가져가 계산하면 되기 때문에 포장마차와 비슷한 집이었다. 이 곳에서 한 30개 정도의 꼬치를 먹었다. 구로 디지탈 단지역 포장마차에서 먹지 못한 한을 푼 셈이다.

꼬치집을 나와 역 주변의 찜질방으로 갔다. 당연한 얘기지만 사우나 보다는 잠을 자기 위해서였다. 술을 마신 뒤 유일한 술버릇이 잠자는 것이라 잠이 몰려왔고 옷을 벗는 사이 ironleav님은 이미 탕으로 간 듯 보이지 않았다. 이미 졸린 상태라 수면실에 누워 잠을 청했다.

사라진 열쇠

술을 마시면 항상 일찍 일어나는 버릇 때문에 이 날도 조금 일찍 일어났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내 손몬에 채워둔 사우나실 열쇠가 없어진 것이다. 물론 안경도 보이지 않았다. 만약 누가 열쇠를 훔쳐가 옷가지와 지갑을 가져갔다면 정말 난감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일단 카운터로 가서 상황을 설명했다.

카운터의 주인 아저씨가 보조 키를 가져왔고 사우나 사물함 번호가 비교적 기억하기 쉬운 101번이라 다행히 사물함 번호를 기억하고 사물함을 열었다. 다행이 옷가지와 지갑, 카메라 모두 남아 있었다. 열쇠가 사라졌지만 사물이 그대로 있는 것을 보고 누가 훔처간 것이 아니라 내가 자면서 빼버린 것이 아닌가 싶어서 수면실을 다시 찾아 봤지만 열쇠는 찾을 수 없었다.

다만 내 옆에서 자고 있는 사람 머리 위에 옆 사람의 안경과 내 안경이 놓여 있는 것을 보고 안경만 찾아서 사우나를 나왔다. ironleav님과 해장도 함께하고 올 생각이 없지 않았지만 이 날 사무실 집기를 옮겨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구로 디지탈 단지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동서울에 도착하니 6시 정도 됐고 6시 20분표를 끊었다. 차를 기다리면 파워레이드를 마시다 보니 bluenlive님께 연락이 왔다. 새벽 6시까지 술을 마시고 그때 고속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이라고 한다(체력 부럽습니다).

얼핏 생각해 보면 나와 ironleav님, mepay님과 selic님, bluenlive님과 boybe님이 쌍쌍으로 헤어진 것으로 생각했는데 bluenlive님은 다른 아는 분을 만나러 갔고 mepay님은 selic님과 바로 헤어졌다고 한다. 즉 ironleav님과 나만 쌍쌍으로 3차를 한 것 같았다.

매번 모임을 할 때면 느끼는 점이지만 모임에 나오신 분들은 하나같이 좋으신 분들이었다. 매년 나오시던 ymister님 혼례 뒤 가정에 충실한 덕에 이번에는 참석하지 않으셨다. 매년 참석하신 분은 역시 ironleav님 한분이라 다음 모임 때는 판도가 어찌될지 궁금해졌다.

아무튼 짧은 시간이었지만 즐겁고 유쾌한 시간이었다. mepay님, bluenlive님, ironleav님은 이미 안면이 있지만 selic님과 boybe님은 이번이 초면이었었다. mepay님, bluenlive님, ironleav님, selic님, boybe님 조금 늦었지만 즐겁고 유쾌한 하루였습니다. 올 한해도 건승하시기 바랍니다.

남은 이야기

ironleav님도 모임이 있을 때면 꼭 무엇인가 가지고 나오셨다. 예전에는 허브 회사에 다니셨기 때문에 주로 허브를 가져 오셨는데 요즘에는 컴퓨터에 관심을 끊었기 때문에 집에 있던 잘만 CNPS-9000을 가져 오셨다. ...라는 글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선물은 내 컴퓨터에서 엄청난 쿨링 성능을 발휘하며 열심히 살고 있다.

CNPS-9000의 웅장한 자태

쿨링 성능은 정말 좋다. CPU가 풀로드가 아니면 시스템 온도 이하로 떨어진다. CPU가 풀로드라고 해도 온도 변화는 크지않다. 케이스의 광팬을 돌리면 공기 흐름에 문제가 생겨 온도가 조금 올라가지만 우려할만한 수치는 아니다.

selic님도 선물을 가져오셨다. 연필과 노트였는데 안면이 있기는 mepay님과 나 뿐이라 mepay님의 선물과 내 선물만 가져왔다. selic님은 안면 때문에 선물을 마련한 것이지만 selic님의 선물을 두 사람만 받았기 때문에 나는 조금 뻘쭘했다.

찜질방 수면실에서 잠을 잘 때에 사물함 열쇠는 겨드랑이에 차야한다고 한다. 비슷한 얘기를 예전에 들은 것 같은데 수면실에서 잠을 자는 경우가 많지 않아 잊어 버렸다. 덕분에 아침부터 난감한 상황에 빠질 뻔했고 잃어 버린 열쇠값으로 만원을 지불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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