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헌

오죽헌으로 들어 서자 마자 바로 눈에 보이는 것은 역시 '검은 대나무'였다. 다른 지역에도 이런 검은 대나무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난 검은 대나무는 여기에서 처음봤고 그 뒤 다른 곳에서는 본 기억이 없다. 여수 오동도에는 특이한 대나무(주로 화살대를 만들었다고 함)를 본 적이 있지만 '오죽'처럼 기억에 남는 대나무는 없었던 것 같다.

주말여행

이번 토요일에는 오랜 만에 을 다녀왔다. 충주로 이사 온 뒤 거의 주말마다 가던 주말 여행이었지만 날이 추워지고 다른 사정이 있어서 도통 주말 여행을 다녀오지 못했다. 우영이가 방학이고 방학 숙제 중 체험 학습이 있기 때문에 우엉맘도 우영이 방학이 끝나기 전에 꼭 한번 여행을 갔다 오자고 해서 나선 여행이다.

충주는 그 위치 상 우리나라 가운데에 있고 동서로 잘 뻗은 도로 때문에 상당히 많은 지역이 두시간 생활권에 속한다. 서울도 한시간 반정도면 갈 수 있고 수원도 비슷하다. 인천은 두시간 정도면 가고 강릉도 두시간 정도면 간다. 특히 충주에서 강릉을 갈 때는 아무리 성수기라고 해도 거의 길이 막히지 않는다.

보통 충주에서 강릉을 갈 때는 38번 국도를 타고 제천으로 간다. 충주의 위상이 조금 떨어지다 보니 이 도로의 물동량이 많지 않다. 따라서 38번 국도는 한 여름 성수기에도 거의 막히지 않는다. 제천에서는 중앙 고속도로를 타고 만종IC까지 간다. 중앙 고속도로를 타본 사람은 알 수 있지만 유령 도로라 싶을 정도로 다니는 차가 많지 않다.

중앙 고속도로에 차가 붐비는 곳은 대부분 만종IC에서 춘천까지이다. 아울러 만종IC에서 나와 영동고속도로를 타면 강릉IC 또는 현남IC까지 또 거의 막히지 않는다. 영동 고속도로에서 상습 정체 구간은 대부분 만종IC, 여주IC, 이천, 양지, 용인등인데 충주에서 가는 경우 이런 상습 정체 구간을 절묘하게 피해갈 수 있다.

따라서 강릉까지는 대부분 시속 100Km 정도로 달리는 우엉맘의 운전 솜씨로도 두시간 정도면 도착한다. 예전에는 대포항에서 회를 먹을 욕심으로 속초까지 갔었다. 그러나 대포항보다는 주문진이 싸고 강릉에는 경포대가 있기 때문에 요즘은 강릉까지만 간다. 이번 주말 여행도 강릉에서 일박하고 돌아올 때 오죽헌을 들르기로 하고 출발했다.

다이어트에 목슴을 건 우엉맘은 주말 여행을 금요일 저녁에 출발하는 것을 싫어한다. 토요일 아침 운동을 빠져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토요일에 받을 택배가 있어서 토요일 오후에 출발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가는 주말 여행이라 그런지 보통 여행을 가면 좋아할 아이들이 이번에는 가고 싶지 않다고 해서 우엉맘과 한바탕한 모양이었다.

태백닭갈비

우엉맘이 사무실에 도착한 것이 오후 두시. 아직 점심을 먹지 않았다고 해서 짜장면으로 간단히 요기를 때웠다. 그리고 오랜 만에 주말 여행에 나섰다. 38번 국도를 타고 제천IC에서 중앙 고속도로로 갈아 탔다. 그리고 만종IC에서 다시 영동 고속도를 타고 가다가 아이들이 피곤한 것 같고 따뜻한 커피 한잔이 생각나서 휴게소에 잠깐 들렸다. 휴게소에서 커피를 마시다 보니 우엉맘이 엉뚱한 얘기를 꺼냈다.

우엉맘: 오빠. 강릉에서 태백까지 멀어?
도아: 왜?

우엉맘: 오빠 태백닭갈비라고 알아?
도아: 몰라. 왜?

우엉맘: 동네 아주머니 중 태백에 살다온 사람이 있거든.
도아: 그런데?

우엉맘: 그 아주머니 이야기로는 태백의 닭갈비는 국물이 있데. 춘천닭갈비처럼 볶는 것이 아니라.
도아: 그럼, 닭도리탕이네.

우엉맘: 그런데 닭도리탕하고는 또 다른가봐.
우엉맘: TV에서 봤는데 아주 얼큰하고 맛있어 보이는데.

다이어트에 목슴을 걸었지만 맛있는 음식을 탐하는 식탐은 여전한 우엉맘이 강릉에 온김에 태백닭갈비가 먹어 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Nate Driver로 확인해 보니 직선으로는 휴게소에서 110Km 정도 됐고 고속 도로로 우회하면 150Km 정도 됐다. 강릉까지 50Km 정도 남아 있기 때문에 강릉에서 100Km는 가야하는 길이었다.

직선으로 가면 100Km 정도지만 강원도의 구불 구불한 산길을 해질 무렵, 스노우 체인도 없이 가야했고 고속도로로 가자니 길이 너무 멀었다. 맛있고 새로운 음식은 나도 관심이 많다. 그러다가 정말 태백닭갈비가 맛있다면 태백 주변 도시인 강릉에도 태백닭갈비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Nate Driver로 확인해 보니 강릉시 중앙동에 태백닭갈비가 있었다. 원래는 주문진에서 회를 떠 먹기로 했지만 일단 새로운 음식이 발견되었기 때문에 회는 뒷전이 되었다. 태백닭갈비에서 저녁을 먹기로 하고 다시 휴게소를 출발했다. 강릉시의 중앙동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지만 문명의 이기를 벗삼아 찾아 갔다. 그런데 막상 경로 안내가 종료되었지만 태백닭갈비나 주변에 있다는 로얄 호텔은 찾기 힘들었다.

그러다 보이는 골목 한쪽의 태백닭갈비 간판. 차를 주차하고 보니 이 좁은 골목에만 여러 개의 닭갈비 집이 모여있었다. 일단 간판에서 정말 국물이 있는 닭갈비인지 확인했다.

태백닭갈비 간판과 설명

태백닭갈비는 강원도 황지(지금의 태백) 지방에서 토종닭과 약초 및 각종 신선한 야채(미나리, 쑥갓, 버섯, 부추, 배추, 냉이, 깻잎, 감자, 고구마등)와 사리면을 무쇠솥에 넣어 전골 형태로 끓여 먹었던 우리 선조들의 건강 보양식입니다.

'토종닭에 각종 야채를 넣고 무쇠솥에 전골처럼 끓여 먹는다'는 간판의 설명을 보고 정말 평상시 먹던 춘천닭갈비나 닭도리탕과는 다른 다는 것을 알았다. 아울러 강릉점이라고 되어 있는 것을 봐서 이미 체인화한 것 같았다. 그런데 태백닭갈비 바로 앞의 춘천닭갈비는 사람이 차고 넘치는데 태백닭갈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일단 맛을 보고 결정하는 타입이라 자리에 앉아 태백닭갈비를 시켰다. 1인분 가격이 7000원(바깥 간판과 가격이 다름)이니 가격은 상당히 센편이었다. 잠시 뒤 태백닭갈비가 나왔다. 설명처럼 토종닭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순수 국내산 하림닭만을 사용한다'고 한다. 아울러 미나리, 쑥갓, 버섯, 배추들이 잔뜩 올려져있었다.

태백닭갈비

색감은 그리 좋지 못하다. 보기에 좋은 떡이 먹기에 좋다고 조금 더 붉은 색이었으면 더 맛있을 것 같다. 그러나 국물은 얼큰하고 담백하다. 한약재가 들어간 듯하고 야채와 어우러진 맛은 일품은 아니라고 해도 꽤 맛있다.

자글 자글 끓고 있는 닭갈비는 내가 좋아하는 맛있는 붉은 색을 띠지는 못했지만 보기에도 먹음직 스러웠다. 그리고 한술 뜬 국물은 얼큰하고 담백했다. 보통 닭을 끊이면 기름이 많이 생기는데 국물이 담백하고 기름이 없는 것으로 봐서 닭 껍질을 모두 벗기고 끓인 듯 했다. 아울러 담백한 맛에는 감초와 같은 한방재의 맛이 섞여 있었다.

다만 명색이 닭갈비인데 닭고기가 너무 적었다. 얼마나 되는지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닭가슴살 몇 토막과 엄지 손톱 두께로 자른 닭 허벅지살 몇개, 엄지 손가락 크기의 닭 날개살 몇 개만 보였다. 명색이 2인분이라면 닭 반마리 정도는 썼을 것으로 생각했는 막상 먹어보니 닭 다리 하나와 닭 날개 하나로 2인분을 만든 것이 아닌가 싶었다.

이런 음식이라면 당연히 밥도 볶아 줄것으로 생각하고 밥을 볶아 달라고 했다. 음식점에서 볶아 주는 볶음밥 중 가장 맛있게 먹은 볶음밥은 등촌 칼국수를 먹으면 볶아주는 계란볶음밥이었다. 계란 노란자의 고소한 맛과 잘게 썰은 미나리의 씹히는 맛이 상당히 좋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등촌 갈쿡수의 볶음밥이 아니라고 해도 볶음밥을 좋아하기 때문에 보통은 배가 불러도 남기지 않고 먹는다.

그런데 밥 한공기 반을 볶은 이 볶음밥은 거의 먹지 않고 남겼다. 그 이유는 김치에 들어간 멸치젓의 영향인지 아니면 따로 맛을 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볶음밥에 남아있는 강한 멸치젓의 맛 때문이었다. 아무튼 체인화된 음식은 산지의 음식만 못하기 때문에 이 정도 맛이라면 정말 태백에 가서 닭갈비를 먹고 싶어졌다. 다만 닭갈비라는 이름보다는 닭전골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는 것 같았다.

태백닭갈비를 나서며 바로 앞의 춘천닭갈비를 보니 아직도 사람이 넘쳤다. 나도 학창 시절 춘천에서 먹은 춘천닭갈비는 잊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닭갈비라고 하면 이젠 춘천닭갈비처럼 야채와 닭을 볶는 것이 일반화됐다. 따라서 양파와 양배추를 조금 넣고 볶는 닭갈비는 닭갈비 취급을 받지 못한다. 따라서 태백닭갈비도 닭갈비 취급은 받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런 점 때문에 태백닭갈비도 전골 메뉴와 볶음 메뉴를 두고 있지만 역시 익숙한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사고의 틀은 벗지 못하는 것 같았다.

태백닭갈비를 산지에서 먹어보지 못해서 춘천닭갈비와 태백닭갈비를 바로 비교하는 것은 힘들겠지만 먹어본 체인을 기준으로하면 춘천닭갈비 보다는 태백닭갈비가 더 맛있었다.

주사작렬

배부르게 먹고 술한잔 걸치고 경포로 향했다. 가다 보니 나오는 길이 눈에 익었다. 지난 휴가 때 갔던 강문 해수욕장이었다. 주변에 순두부집이 많아 아침 식사하기도 편하고 또 밤에 굳이 경포까지 갈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지난 휴가에 갔던 모텔 바로 옆 모텔에 짐을 풀었다. 그랑블루도 나름대로 괜찮았지만 꼭 다시 가야할 추억이 있는 것도 아었기 때문이다.

조금 높은 층을 주면 전망도 좋고 괜찮을 텐데 막상 배정 받은 방은 201호였다. 주변에는 인터넷을 할만한 곳이 없기 때문에 이번에는 인터넷이 가능한 방으로 달라고 했는데 인터넷이 가능한 방은 모두 저층인지 201호를 받았다. 바다쪽으로 향한 방이지만 바닷가 앞의 송림 때문에 전망은 그리 좋지는 않았다.

가끔 일탈을 즐기기도 하고 이런 주말 여행이 많아서 인지 우영이와 다예는 방에 들어서자 마자 모텔에 대한 풍평을 시작했다.

우영: 와. 모텔 되게 좋다.
다예: 와. 침대도 있다.

우영: 냉장고에 정수기도 있네.
다예: 오빠, 여기 컴퓨터도 있어.

침대에 냉장고, 정수기는 대부분의 모텔에 있는 시설이다. 그런데 녀석들은 여행을 와서 보는 이런 것들도 좋은 모양이었다. 물론 우영이는 깨끗하고 소파까지 있는 것을 보고 하는 하는 얘기지만 다예는 오빠가 좋다고 하니까 무조건 따라하면서 나름대로 좋은 것을 이야기 한 것이다.

모텔에 오기전에 들른 마트에서 우엉맘이 좋아하는 포도주를 두병샀다. 맥주도 사려고 했지만 냉장고에 들어있는 맥주가 없어서 경포대 근처의 편의점에서 사려고 했는데 경포 대신 강문로 오는 바람에 편의점을 찾기 힘들었다. 그러나 큰 문제는 없었다.

술을 즐기지 않은 우엉맘이 포도주를 두병이나 마실일은 없기 때문이다. 즉 맥주 대신 에 우엉맘을 포도주를 마시면 되기 때문이다. 여행을 가면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녀석들은 꽤 늦은 시간이지만 잠을 자지 않고 TV를 보고 있었다. 우엉맘과 나는 딸기와 체리를 안주로 포도주를 마셨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평상지 즐기지 않던 포도주이지만 마시다 보니 '떨떠름한 포도주가 혀를 감 돌았다'. 권커니 잣커니 하면서 마시다 보니 어느 덧 포도주를 두병 가까이 마시게되었다.

맥주는 보통 4~5도 정도지만 포도주는 9~10도 정도 된다. 그러나 포도주는 맥주보다 마시기는 훨씬 부드럽다. 처음 포도주를 살 때 '한병을 혼자서 먹겠다'고 생각했다는 우엉맘은 취하는 줄도 모르고 마시다 취해버린 모양이었다. 자기 위해 차에서 추리닝을 가져오겠다고 나간 우엉맘이 시간이 꽤 지나 다시 나타났다.

우엉맘: (다풀어진 눈으로) 오빠! 나 열쇠 안가져갔다.
도아: 그래?
우엉맘: 그래서 다시 왔다. 딸국.

별것도 아닌 얘기를 다 풀어진 눈으로 하는 것을 보니 취하긴 취한 것 같았다. 남자들 보다 여자들이 포도주를 더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마시기 부드럽고 서서히 취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즉, 서서히 기분이 좋아지는 듯한 느낌 때문에 강한 소주나 자극적인 맥주보다는 포도주가 좋은 모양이었다.

술에 취한 우엉맘은 잠이 들었고 어디를 가나 가족 구성원 중 가장 늦게 잠이 드는 다예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 "나는 벌래다"라고 하며 바닥을 기어 다녔다. 이렇게 오랜만의 주말여행의 첫 하루가 마무리되었다.

소나무집

후다닥 소리에 눈을 뜨니 여행을 오면 항상 일찍일어나는 우영이와 다예는 이미 일어나 소파에서 장난을 치고 있었다. 술에 취해 잠이든 우엉맘은 창피한 줄도 모르고 배를 다 내놓고 큰대자로 누워 취중잡설(잠꼬대)을 외고 있었다.

원래 아침은 모텔에서 라면을 끓여 먹을 생각이었지만 항상 먹는 라면을 강릉까지 와서 먹는 것 보다는 이 지역 음식인 순두부를 먹기로 했다. 다만 지난 휴가 때 가본 초당 할머니 순두부집은 메뉴도 부족하고 입맛도 맣지 않는 것 같아 다른 집으로 가기로 했다. 소나무집이라고 초당 할머니 순두부 보다는 덜 유명하지만 나름대로 이름있는 집이었다.

밖에 나가서 밥을 먹는 것보다는 모텔에서 먹는 라면을 더 좋아하는 우영이와 다예는 볼멘 소리를 했지만 라면보다는 순두부가 몸에 좋다고 아이들을 달래 강문 인근에 있는 소나무 집으로 향했다. 역시 생각한 대로 일반 순두부 백반도 팔지만 내가 좋아하는 얼큰한 순두부 전골도 있었다. 순두부 전골 2인분과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하는 우영이가 먹을 수 있도록 순두부 백반을 시켰다.

다예는 매운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오빠가 먹는 순두부 백반보다는 매운 순두부 전골에 밥을 말아 달라고 해서 이렇게 아침을 먹었다. 순두부 전골은 상당히 얼큰했다. 함께 나온 된장국도 나름대로 괜찮았고 비지도 고소하니 맛이 좋았다. 그런데 문제는 또 양이었다. 전골 2인분은 작은 납짝한 냄비에 담겨 나왔는데 '명색이 2인분인데 순두부의 양이 너무 적었다'. 결국 우영이의 순두부 백반에서 순두부를 절반정도 퍼서 함께 끌여먹었다. 강릉의 음식점은 갈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비싼 가격에 비해 양이 너무 적었다.

밥을 먹고 바로 들어가는 것보다는 해변을 걸어 보자는 우엉맘의 의견에 따라 강문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여름이라면 송림 앞까지 사람들이 넘처나겠지만 겨울이라 송림 앞쪽 해변은 철책이 처져있었다. 그러나 강릉의 겨울 바다 답게 해변은 하얀 모래 사장이 아니라 '하얀 눈 사장'이었다. 눈 덮힌 해변에는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눈도 잔뜩 있었다. 그 눈위를 밟고 다녔다. "하얀 눈위에 구두 발자국, 바둑이와 같이간 구두 발자국". 이런 하얀,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을 밟아 본것이 언제인지 싶었다.

쓸쓸한 겨울 바다

그러나 역시 겨울 바다는 쓸쓸했다. 차갑게 부는 바람, 높게 이는 파도, 휑하니 널부러진 건물과 앙상한 나무 가지. 그러나 우영이는 아무 놀것도 없는 이런 해변도 즐거운 모양이었다. 반면에 다예는 추운 것이 싫은 모양이었다.

우영이는 직접적인 설명은 아주 잘하는 편이다. 반면에 그런 표현에는 감수성을 찾기 힘들다. 반면에 다예는 상당히 감수성이 풍부한 표현을 한다. 모래 사장 가득한 눈을 보며 "정말 하얀 구름같은 눈이다"라고 한다.

눈 침대

하얀 눈을 보니 눞고 싶어졌다. 눈이 아추 차가울 것 같지만 자연적인 눈은 생각보다 차갑지 않다. 또 이렇게 깨끗한 발자국 조차 없는 눈은 충주나 서울에서는 보기 힘들다. 우영이에게 누워서 사진 한장을 찍도록 했다.

쓸쓸한 겨울 바다

역시 겨울 바다는 쓸쓸하다. 하얀 눈이 덥힌 백사장. 하얗기는 여름보다 더 하얐다. 그러나 쓸쓸하다. 사람이 없는 해변에는 날 짐승도 오지 않는 듯하다.

다시 모텔로 돌아와 짐을 정리하고 아이들을 씼겼다. 그러나 모텔에서는 항상 라면을 먹었던 다예는 또 라면이 먹고 싶은 모양이었다. 씻고 나오자 이내 배가 고프다고 조르는 것이었다. 순두부집에서 우영이 순두부까지 먹은 우엉맘과 나는 더 이상 다른 것이 먹고 싶지 않았지만 우영이와 다예는 배가 고픈 모양이었다. 결국 가지고 다니는 코펠과 버너를 이용해서 라면을 끓여 주었다.

스픈 맥가이버 칼

예전에 다른 상품을 구매하다가 우연히 알게된 스픈 맥가이버 칼이다. 칼에 스푼과 포크가 달려 있고 포도주병 따개, 병 따개, 통조림 따개, 칼이 달려있다. 이와 비슷한 제품을 1000원 샵인 다이소에서도 팔고 있지만 결정적으로 차이가 나는 것은 이 스픈 맥가이버 칼은 포크와 수저가 분리된다. 여행을 다니면서 일회용품의 사용도 줄이고 젓가락질을 못하는 다예 때문에 구입한 것이다. 다예만 주면 우영이가 질투하기 때문에 우영이 것 까지 구입했다. 그런데 우영이는 다예보다 이 스푼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우영이는 주말 여행 내내 이 스푼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 가는 식당마다 이 포크와 스푼을 사용했다.

오죽헌

짐을 싸고 나와 보니 눈발이 내비쳤다. 충주에는 쌓여있는 눈을 보는 것이 하늘에 별따기이지만 강원도에는 차고 넘치는 것이 눈이었다. 사방천지가 눈이었고 또 눈발이 날리는 것을 보니 불현듯 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똥덩어리가 생각났다. 눈발이 세다면 일정을 포기해야겠지만 눈발이 그리 세지않아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가 태어났다는 오죽헌을 가보기로 했다.

고등학교 수학 여행 때 한번 가본 곳이지만 이미 기억에서 사라진 곳이라 나름대로 관심도 갔다. 일단 오죽헌을 향하다 보니 역시 이이의 고향답게 율곡 교차로가 있었다. 오죽헌에 가기전에 오죽헌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줄 요량으로 우영이에게 율곡 이이가 누구인지 물었다.

우영: 응~~~, 1000원짜리 지폐에 나오는 사람.

율곡 이이라고 하면 누굴지 모를 것으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지폐(5000원권)에 나오는 사람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도아: 그러면 오죽헌은 뭘까?
우영: 몰라.

도아: 우영이 검은 대나무 봤어?
우영: 아니.

도아: 검을오, 대나무죽. 검은 대나무가 있는 집이야.
우영: 와. 정말, 대나무가 까만색이야?

예전에 왔을 때는 무슨 정자 같은 곳에 까만 대나무만 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사이 정비를 한 듯 오죽헌에는 오죽헌 외에 민속 박물관, 시립 박물관등이 들어서 있었다. 입장료는 3000원을 받는데 처음에는 건물하나 보는데 왜 3000원이나 받을까 싶었지만 오죽헌 안쪽의 각종 관람 시설과 무료 주차장을 생각하면 적당한 입장료인 것 같았다.

오죽헌으로 들어 서자 마자 바로 눈에 보이는 것은 역시 검은 대나무였다. 다른 지역에도 이런 검은 대나무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난 검은 대나무는 여기에서 처음봤고 그 뒤 다른 곳에서는 본 기억이 없다. 여수 오동도에는 특이한 대나무(주로 화살대를 만들었다고 함)를 본 적이 있지만 오죽처럼 기억에 남는 대나무는 없었던 것 같다.


오죽헌에서

어렸을 때는 사진을 잘찍던 우영이지만 요즘은 쑥스러운지 잘 찍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 찍는 사진은 자세가 조금 어색하다. 그러나 약간 삐딱하게 자세를 잡는 것을 보면 내가 사진을 찍을 때 잡는 자세와 너무 비슷하다.

오죽헌을 돌아 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평상시에는 사진을 잘찍지 않는 우영이지만 방학 숙제에 낸다고 하니 열심히 자세를 잡아 주었다. 그래서 향도 올리고 오죽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었다. 오죽헌을 나와 보니 민속 박물관이 보였다. 민속 박물관이라고 하면 어디나 비슷하지만 다른 박물관 보다는 아이들도 좋아하고 어른들도 좋아한다. 아이들은 전시된 유물이 신기해서, 어른들은 아련한 향수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아하는 것 같다.

시립 박물관까지 구경하고 나오자 눈발은 더 세졌다. 그러나 시림 박물관 앞은 상당히 넓었고 여기에는 아주 깨끗한 눈이 잔뜩 쌓여있었다. 서울이나 충주에서는 눈싸움하기도 힘들어서 우엉맘과 우영이가 한편, 나와 다예가 한편으로 하고 눈싸움을 했다. 한 10분 한것 같은데 손이 시려 더 이상 눈을 뭉칠 수 없었다. 그러나 우영이는 박물관을 돌아다닌 내내 눈을 가지고 다니고 또 눈싸움을 하느라 눈을 계속 뭉처대면서도 손이 시렵지 않은 듯 했다.

도아: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오죽헌을 나와 집으로 향했다. 아니 그러려고 했었다. 그런데 강릉까지 와서 회를 먹지 못하고 가는 것이 우엉맘은 못내 아쉬운 것 같았다. 회를 먹으면 술을 먹어야 하고 술을 먹은 뒤 집으로 오는 것은 조금 힘들 것 같아 아예 속초에서 일박을 더하고 대포항에서 회를 떠서 먹기로 했다. 어차피 일요일이라 회값은 평상시 보다 쌀 것을 예상했다.

강릉에서 속초까지는 거리가 꽤 된다. 또 점심때 회를 먹는 것보다는 저녁때 먹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일단 점심을 먹고 모텔을 잡은 뒤 저녁때 대포항에서 회를 뜨기로 했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월요일에 우영이 빨간펜 선생님이 오시기 때문에 월요일 새벽에 출발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너무 비싼 영락정가든

결국 점심을 먹고 대포항에서 회를 떠서 집에 가서 먹는 것으로 결정했다. 회는 바로 먹는 것이 맛있는 것 같지만 냉장고에서 서너 시간 숙성 시켜서 먹는 것이 더 맛있다. 아울러 추운 날씨를 보면 서너시간 뒤에 트렁크에 둔 회를 먹는다고 해도 냉장고에서 숙성 시킨 것과 별로 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

강릉을 출발해서 속초로 향했다. 간단히 점심만 먹기로 했기 때문에 대포항을 지나 속초 시내를 지나면서 괜찮은 집이면 아무곳이나 가기로 했다. 지나면서 건너편에 음식점이 몇개가 보여 일단 U턴한 뒤 주차한 곳은 영락정가든이었다. 소고기 전문점이고 메뉴판에 소고기의 원산지를 모두 표시한 상당히 양심적인 집이었다.

메뉴판의 소고기를 본 우엉맘은 소고기가 먹고 싶은 모양이었다. 소고기를 시켜려고 보니 가격이 너무 비쌌다. 미국산 소고기 생갈비가 3'0000, 호주산 차돌박이 150g이 2'5000원, 한우 등심 120g이 3'0000원이었다. (g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정확한 g을 아시는 분은 댓글 부탁드립니다)

가격만 보면 비싼 가격이 아닌 것 같지만 미국산 소고기는 가격이 상당히 싸다. 몇 g이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3,0000원이라는 가격은 상당히 비싼 가격이다. 또 호주산은 고기에 약간 냄새가 난다. 그래서 호주산이라고 아예 원산지를 달고 파는 곳에서는 가격이 상당히 싸다. 동네에서 호주산 소고기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미운소라는 음식점이 있는데 이 업소의 차돌박이 가격은 고작 8500원에 불과하다. 반면에 영락정가든은 무려 2'5000원이나 하고 있었다. 그 맛있는 대도식당의 한우 등심도 3'3000원인데 고기양은 영랑정가든의 배(225g)가까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소고기를 먹기보다는 원래대로 갈비탕을 먹기로 했다. 갈비탕은 여느 집과 마찬가지로 인삼과 대추가 들어가 있었고 국물 맛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그러나 깍두기는 너무 물러서 씹히는 맛이 거의 없었고 배추 김치도 그리 맛있는 편은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갈비탕의 고기였다. 갈바탕의 고기는 갈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설렁탕에 들어가는 얇은 고기(부위는 모름)가 함께 있었다. 이 고기는 소스에 찍어 먹으면 그런데로 먹을 만 했다.

그러나 갈비탕에 포함된 갈비는 너무 질겼다. 원래 종자가 질긴 종자인지, 들 끓여서 질긴 것인지, 오래되서 질긴 것인지 모르겠지만 씹어도 씹어도 씹히지 않았다. 결국 먹는 것을 포기하고 모두 뱉어 버렸다. 다른 서비스는 괜찮았기 때문에 고기만 조금 더 좋은 것을 썼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랑정가든에서 나와 대포항으로 향했다. 일단 차를 주차하고 대포항으로 가다 보니 꽤 많은 사람들이 아이스박스를 들고 다니는 것이 눈에 띄었다. 회를 담아 가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직사각형의 긴 아이스박스로는 오징어를 사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혹 시 오징어의 가격이 떨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나중에 따로 글을 올리겠지만 오징어는 회로 먹는 것보다 오징어 통구이를 해먹는 것이 더 맛있다. 통구이용 오징어는 크기가 작은 것이 더 맛있는데 이런 오징어 통구이를 해먹기위해 몇번 강릉을 방문했다가 오징어 가격이 비싸서 모두 그냥 온적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보다는 오징에 관심을 두고 가격을 물어봤다. 역시 오징어 가격이 상당히 쌌다. 예전에 갔을 때는 세마리에 만원이었는데 어제는 10마리에 만원이었다. 구이에 적당한 작은 오징어를 파는 집을 찾아 흥정을 했다. 결국 2만원에 23마리를 받기로 하고 오징어를 샀다. 회는 다른 집에서 사는 것이 좋은데 흥정하기 싫어서 오징어를 산 집에서 회까지 샀다. 보통 우엉맘과 둘이 먹으면 광어 한마리에 우럭 한마리면 충분하기 때문에 광어 한마리와 우럭 한마리, 덤으로 오징어 두마리를 2만원을 주고 샀다.

폭설 뚫고 집으로

이제 남은 일은 조금이라도 빨리 집으로 가서 회와 오징어 통구이를 먹는 일. 대포항을 출발해서 현남IC로 들어섰다. 잠시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때 운전을 하고 있던 우엉맘이 이 길로 곧장 가면 되는지 물어봤다. 이미 영동고속도로에 들어선 것으로 생각하고 만종IC까지 계속 가면 된다고 하고 휴대폰으로 다른 길을 찾고 있었다.

아이들은 자고 있고 화장실을 들릴겸 나오는 휴게소에서 잠시 쉬어 가자고 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처음보는 휴게소였다. 아울러 유령 휴게소처럼 사람이 아예 없었다. 휴게소 식당과 편의점에 있는 사람은 오로지 나 혼자였다.

구정 휴게소

동해고속도로에 있는 휴게소이다. 다른 고속도로에 비해 물동량이 적고 날씨 때문에 주차장에는 우리 차만 한대 있었다. 아울러 너무 썰렁했다.

휴게소를 출발했다. 처음 약간 비추던 눈발은 점점 더 강해졌고 이제 온세상이 온통 하얗게 바뀌었다. 이런 눈길에서 운전은 처음 해보는 우엉맘은 눈으로 뒤 덮힌 도로가 무척 낭만적인 모양이었다. 아울러 온통 하얗게 바뀐 세상에 나도 눈을 떼지 못했다.

눈덮힌 도로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뒤덮혔다. 산도 들도 도로도. 그러나 오랜 만에 보는 이 눈덮힌 산에 눈을 뗄 수 없었다. 결국 차를 도로변에 주차했다.

눈길이라 미끄러워 스노우체인을 달까 했지만 고속도로이고 조금만 더 가면 눈이 없을 것으로 생각해서 우엉맘에게 속도를 죽여서 운전하도록 하고 계속 내려갔다. 약 한시간 가량 내려갔지만 길이 계속 눈에 익지 않았다. 확인하다 보니 고속도로 가드레일에 동해 18km라는 표지가 눈에 뛰었다.

동해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영동고속도로로 갈아타야하는데 우엉맘이 영동고속도로 갈아타지 않고 동해고속도로 계속 온 것이었다.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이왕 여기까지 온 바에야 정동진에서 일박하고 갈까 싶었지만 눈이 많이오면 길이 막히는 상황도 발생하기 때문에 그냥 집으로 가기로 했다.

이 길로 쭉가면 되냐고 물어본 것이 영동고속도로를 타야하는지 물어본 것이었는데 다른 일에 열중 하느라 영동 고속도로를 탄것으로 착각하고 얘기해준 것이었다. 결국 옥계IC에서 나와 다시 동해 고속도로를 타고 강릉JC로 향했다. 강릉JC에서 영동고속도를 갈아탔을 때는 이미 2시간 정도 지난 오후 6시 정도였다.

눈이 많이 오지만 평창만 벗어나면 눈이 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관령 1터널에 들어서면서 차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강릉JC부터 만종IC까지는 막히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에 갑작스레 내린 눈 때문에 난 사고 때문에 발생한 일로 생각했다.

Nate Driver로 조회해보니 강릉JC에서 장평IC까지는 평균속도 20Km에 두시간 반이 넘게 걸리는 것으로 나와있었다. 그러나 막상 차는 시속 20Km로도 가지 못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장평IC까지 가다 보니 곳곳에 사고로 나 뒹군 차들이 보였다. 제동기를 급히밟아 완전히 돌아 버린 뒤 다리의 가드 레일을 들어박은 위험한 차도 있었고 딱정벌래가 하늘을 보고 발버둥치듯 뒤집어진 차도 있었다.

아무튼 이런 사고 차량을 뒤로하고 주행속도는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했다. 장평IC를 조금 못간 곳부터는 시속 40Km를 회복하고 있었다. 한시간 넘게 터널 속에 같혀있고 한시간 넘게 거북이 걸음으로 가다 보니 휴게실에서 잠시 쉬어가고 싶어졌다.

이날은 강원도 일원에 대설 주의보가 내려졌다. 이런 대설 때문에 차는 거북이 운행을 계속했고 여기 저기서 사고는 속출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박을 잡은 곳이 있다. 바로 평창 휴게소이다. 눈 때문에 길이 막혀 고생하다가 나타난 첫 휴게소가 평창 휴게소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주차장은 차를 세울곳이 없었다. 하나에 1000원씩이나 하는 비싼 꼬치는 이미 바닥이 나있었다. 남자 화장실은 뒤로 줄을 선 사람이 가득했다. 음식점은 음식을 시킨다는 자체가 짜증스러울 정도로 사람들이 넘처났다.

평상시 잘 동작하는 포스 기계는 사람이 몰리자 마치 알았다는 듯 망가졌다. 길게 늘어선 손님, 보기가 민망한 점원은 눈을 내리깔고 연신 포스기를 훔처봤다. 포스기를 고치는 기사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열심히 조작을 해보지만 포스기는 응답이 없었다. 물통을 열개씩들고 10분씩 기다리던 아저씨는 더 이상 참지 못하는 듯은 씨발을 연호했다.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그러나 춥고 배고픈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맛없는 떡복기, 덜익은 오뎅을 사서 먹고 다시 차로 향했다. 우엉맘은 화장실에 갔다 온다고 했지만 남자 화장실의 줄이 그토록 긴 상황이라면 여자 화장실은 기다리기 힘들 정도로 줄이 길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 결국 화장실까지 갔던 우엉맘은 그냥 돌아왔다.

평창 휴게소에 사람이 워낙 많아서 평창 휴게소에서 나오는 차량도 길게 줄을 늘어선 상황이었다. 한가지 다행인 것은 평창 휴게소 부터는 눈발이 줄어들었고 평창IC를 지나자 눈은 거의 내리지 않았다. 만종IC에서 다시 정체가 발생했지만 우리는 만종IC에서 중앙고속도로로 갈아타면 되기 때문에 이런 정체는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만종IC에서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달렸다. 유령고속도로라는 이름에 걸맞게 차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다만 이 도로에는 유령대신에 야생동물의 출현이 많다. 그래서 상향등을 켜고 달렸다. 이렇게 해서 집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회를 먹으려면 술과 고추 냉이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근처 GS 마트에서 필요한 물품을 사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 먹는 매운탕

컴퓨터로 메일을 확인하던 중 우엉맘이 회와 매운탕을 가지고 왔다. 회를 먹기위해 두껑을 연 순간 눈을 의심했다. 회가 너무 적었다. 오징어를 사면서 광어와 우럭을 샀다. 아저씨가 다른 집보다는 조금 작은 광어와 우럭을 잡았지만 어차피 한마리에서 나오는 양은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 양은 혼자 먹기에도 적은 양이었다(반마리는 꼬불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결국 나는 회를 몇 조각 집어 먹고 우엉맘이 끓인 매운탕을 먹기로 했다. 물론 남은 회는 우엉맘이 혼자 다 먹었다. 우엉맘이 끊인 매운탕은 상당히 맛이 있었다. 아울러 싱싱한 횟감으로 끊인 매운탕을 먹다 보니 어두일미라는 말이 생각났다. 우락과 광어의 머리는 정말 맛있었다. 한 가지 이 고생을 하고 집에 오다보니 오징어 통구이를 하기위해 숮불을 피는 것이 귀찮아 졌다. 그래서 오징어 통구이는 오늘 해먹기로 하고 회만 먹고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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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이야기

우엉맘의 차는 모닝이다. 999c이기 때문에 경차는 아니었지만 2006년부터 경차에 포함된다는 얘기만 듣고 얻은 차이다. 그런데 이런 경차 혜택은 티코 일가의 반대로 2007년으로 연기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2007년이 되고 모닝에 대한 경차 혜택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 그러나 2007년 하반기 부터 경차 혜택이 적용되었다는 매형발 유언비어를 믿고 서울에 올라갔다가 예상치 못한 일만 겪었다.

아무튼 2008년에는 확실히 된다고 해서 2008년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지난 설에 서울에 올라가면서 경차 혜택이 주어지는 확인했다. 그러나 아직도 경차 혜택은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결국 올해 경차에 포함되는 것도 물건너 가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고속도로를 통과할 때마다 계속 물어 보는 방법으로 괴롭히기로 작정을 했다.

그러나 남을 이렇게 신경써서 괴롭히는 것도 힘들다. 결국 몇번 물어보다가 완전히 잊고 살았다. 강릉 IC를 빠져 나갈 때 일이다. 이유없이 차종을 물어본다. 확인해 보니 이제 모닝이 경차에 포함된 것. 1종 6500원 정도였는데 6종 3450원을 받았다. 그런데 경차 혜택은 단순히 고속도로 통행료에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대포항에서 주차하고 빠져 나오는데 "1종 700원에서 6종 350원으로 할인되었습니다."라는 방송 메시지가 나왔다.

다예와 우영이가 말싸움을 하는 것을 보면 항상 우영이가 밀린다. 말은 우영이가 더 잘하는데 다예는 그 상황에 맞는 거짓말을 잘 지어내기 때문이다. 전날 우영이는 파워레이드가 새로운 맛이 나왔다고 파워레이드를 사왔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파워레이드가 비어있었다. 자신의 음료수를 누가 먹었는지 못내 궁금했던 우영이가 먼저 말하기 시작했다.

우영: 그런데 내 음료수 누가 먹었어?
도아: 모르겠는데 우영이 엄마가 먹었어?
우엉맘: 아니.

다예: 어제 우리가 잘 때 괴물이 와서 먹었나 보지.
우영: 열쇠가 없는 어떻게 괴물이 들어오니.

다예: 1층 아줌마에게 달래서 열고 들어왔지.
우영: 우리가 열쇠를 가지고 있는데 아줌마가 어떻게 열쇠를 줘.

다예: 열쇠는 두 개가 있는데 괴물이 그 걸 가져 온거야.
우영: 니가 열쇠가 두 개 있는지 어떻게 알아?

다예가 가장 늦게 잤기 때문에 다예가 먹고 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짓을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누가 알려 주지도 않았는데 잘 때 괴물이 먹었다고 한다. 아울러 우영이를 이기려고 한 거짓말이지만 다예 말처럼 열쇠는 두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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