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各自圖生)

"외국에서 신변에 위협을 느끼면 북한 대사관를 찾으라!"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나라 대사관은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북한 대사관이 낫다는 뜻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외교부는 자국민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다. <그림 출처: 지진 트라우마… 시민들 ‘각자도생’>

열린 우리당 계시판에서 퍼온 글입니다.
부끄러웠습니다. 단 한번도 정말 단 한번도 내 자신이 부끄럽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부끄럽습니다. 이 나라 국민이라는게 부끄럽고 이런 나라를 바꿀 힘이 없는게 부끄럽고 이런 글로 울분을 토해야하는 내 자신이 정말 부끄럽습니다.

출처: 열린 우리당 자유게시판 작성자: 윤지희
작성일: 2004.07.01일날 16:32분

김선일씨의 피살문제로 우리나라의 외교부의 교민보호 정책이 얼마나 허술한지.. 이제야 조금 세상에 알려지는군요..
저희 아버지는 5년전에 과테말라 친척 방문겸 여행중에 총상을 당하셨습니다.
지금 그때 사고로 사지마비 1급 장애인이시니 사고 날 당시는 아주 위급하고 당황스러운 상황이었습니다.
여행중에 갑작스런 사고였기 때문에 기댈 곳은 과테말라에 있는 현지 대사관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고 의지할 대사관은 그 먼땅 과테말라에서 우리를 외면하더군요..
전화를 해도 받아주지도 않았고 만나주지도 않았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이영걸이라는 영사...
아버지의 사고로 갑자기 엄마와 제가 과테말라로 들어갔고, 그 나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는 밤마다 나는 총성과 죽어가던 아버지의 신음소리에 두려워하고 있을 땝니다..
한국으로 환자를 호송할 방법과 범인 수사과정이라든지 병원에서 매일 내놓으라는 병원비며 엄마와 저는 그사람들이 뭐라 떠들어대는지 조차 모를 때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건 대사관에 있는 한국사람이었습니다..
우리가 의사소통을 할수있는건 그 나라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12살짜리 사촌동생밖에 없을 때 대사관직원은 통역은 한시간에 얼마니 당신들이 알아서 쓰라는 충고를 전화로 해주는 것이 다 더군요...
한국에 있는 식구들이 외교통상부에 찾아가 한국사람이 과테말라에서 그렇게 사고를 당했다는 것을 알리자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인지, 외교부는 아무말이 없었습니다.
미리 보고를 받았다면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 왜 통보조차 없었는지...아무도 모르게 죽어갔기를 바랜 것이었는지...
현지에 친척이 있었기에 가족에게 알리는 것을 미루었다면 그는 직무유기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친척이 할 일은 할 일이고 나라에서 할 일은 나라에서 해야하는 일 아닙니까?

그 무서운 땅에서 범인을 잡는다는 건 꿈도 못꿀 상황이고 우리가 그때 소원했던 것은 하루에 몇십만원씩 하는 중환자실의 병원비와 하루라도... 죽더라도, 한국으로 가고싶던 그 간절한 마음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애타게 찾던 대사관 직원이 왔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던 우린 어찌나 그 이영걸이라는 영사가 반가웠는지..
혹 우릴 도와줄 구세주라도 나타난 양 반가워 했답니다..
부르는 곳으로 가보았더니 병원측 원무과에서 나온 사람들과 영사 그리고 엄마와 저였습니다..
혹 많은 병원비를 못낼까봐 병원측에서 영사를 불렀던거죠..
통역해주는 병원비를 내라....병원비를 내지 못할 경우 아버지는 물론 엄마, 저까지 한국으로 가는걸 포기해야 할꺼다. 그 나라에서 출국금지를 시킬 수 있다 ..그러니 병원비 밀리지 말고 내라...
그게 영사가 해준 다였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애타게 찾고 있을 때 얼굴한번 보여주지 않던 그 영사는 병원측의 만나자는 요구에 지칠때로 지치고, 다칠때로 다치고, 두려울때로 두려운 우리에게 그 말만 해주고는 다시는 볼 수 없었습니다...

사고로 폐를 절제하고 경추마비가 된 아버지는 의사가 없이 우리만으론 올 수 없었습니다.
비행기에 같이 탑승해줄 의사를 섭외 해야 했고 그 말도 않되는 하루에 100만원가까운 병원비와 수술비...환자를 수송할 항공편... 너무나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았던 우리에게 더없이 허망함과 분노를 주었던 그때의 한국대사관의 태도는 지금도 몸서리가 쳐집니다.

어렵게 과테말라에서 교회를 짓고 선교활동을 하는 목사님과 사모님의 도움으로 정말 어렵게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오는길에도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숨도 쉬지 못하는 아버지를 미국사람들은 박스포장용 테입으로 꽁꽁 묶어 우리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데리고 가버렸고, 비자가 없다는 이유로 우린 공항에서 꼼짝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답니다.
다행히 재미 교포 2세의 청년을 만나 도움을 구했고 그 청년이 여기 저기 알아보고 아버지가 계신 병원으로 직접 찾아가 자기의 차로 아버지를 모시고 비행기 시간에 겨우 맞추어 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때 그 청년의 차에서 비행기 시간 때문에 서둘러서 내려야 했던 아버지의 그 축 쳐져버린 몸은 지금도 너무 서글프기만 합니다...
겨우 호흡기를 메달고 동행했던 의사와 그 청년의 힘이 아니었다면 휠처에서 미끄러져 흘러내릴듯한 모습으로 겨우 뛰어 비행기를 탔답니다....
좌석 9칸을 사서 30cm가 될까말까한 간이 침대로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만일 우리나라 외교부와 대사관측에서 조금이라도 배려를 해주었다면 생명이 위급한 환자가 미국에서 그런 대우를 받았을까요?
오는길이 그리 서럽고 두려웠을까요?
말몇마디라도 미국공항에라도 해주었다면, 이런 사고로 이런 환자가 간다는 말몇마디만 있어더라도 ........

한국으로 돌아와 청와대 신문고란 곳에도 글을 올렸습니다..
신문사에도 올렸습니다..
아무도 귀기울여 주지 않았습니다..

그때 대한민국 대사관의 영사자리에 있던 이영걸이라는 영사를 생각해 봐주십시요..
영사로써 해야할 의무를 떠나 양심으로도 이해할 수 없었던, 그리고 대한민국의 외교부의 태도를 한번 생각해 봐주십시오.
당연히 내 아버지와 우리는 대한민국의 국민이었고 대한민국의 도움을 받을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과테말라에서 도와주셨던 목사님과 사모님, 미국에서 우리를 도와주었던 이름 모를 재미교포 2세의 청년에게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비행기 시간이 촉박해 우리가 할수 있는 고마움에 표시는 가지고 있던 몇백달러라도 손에 쥐어주고 싶었는데 그 청년은 끝내 받지 않고 애처로운 표정으로만 인사하더군요..
조심해서 가시라고요....
대한민국의 정부가 이런 청년을 알고 있을까요?
혹 자국민을 위해 이렇게 애써 줄 수는 없는걸까요?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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