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위에 군림하는 관료들 by 도아
파킨슨 법칙
▲ '공무원의 수는 해야 할 업무의 경중이나 그 유무에 관계없이 일정한 비율로 증가한다' <그림 출처: 제주혁신! 관피아 적폐를 청산해야 가능하다>
대학원 재학시절의 얘기다. 지도 교수님께서는 국내 통신분야에 상당한 기여를 하셨고 특히 통신학회 창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셔서 당시 대통령이던 전모씨한테 훈장까지 받으셨다. 별볼일 없었던 통신학회의 규모가 커지자 통신학회 세미나를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하게되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 세미나를 후원하는 단체에 정보통신부도 포함되어 있었고, 그래서 정보통신부 차관 역시 이 세미나에 참석했다.
차관 인사이야 원래 들을게 없기때문에 나를 비롯한 몇몇 사람은 담배를 피우러 밖에 나와있었다. 차관 인사가 끝났는지 아니면 차관이 바쁜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다만 본의 아니게 차관의 행차를 목격하게 되었다. 차관의 행차.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리 덥지 않은 날이었지만 해변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커다란 파라솔을 양쪽에서 두명이 받쳐 들고 있었다. 물론 차관은 그 파라솔 중간 쯤에 목을 옆으로 틀고 어깨를 삐딱하니 한 상태에서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걸어가고 있었다.
상상이 되지 않는다면 사극에서 10여명의 후궁을 대동한 왕이 햇볕가리개를 받쳐든 내시와 함께 행차하는 장면을 상상해보면 된다(물론 목을 옆으로 틀어 거만한 표정을 짓는 왕은 없겠지만). 대학원 재학시절의 일이니까 우리나라 관료의 모습도 상당히 달라졌을 것이다.
얼마나 달라졌을까?
살고싶다고 외치던 김선일씨가 차디찬 주검이되어왔다. 김선일씨가 차디찬 주검이될때까지 이 나라 관료가 한 일은 무었인가? "외교통상부에 아들 묻겠다"던 김선일씨 가족의 절규는 아마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절규일 것이다.
- 자국민도 보호하지 못하는 정부.
- 복지부동을 행동강령으로 알고 있는 관료.
- 쌈박질로 날을 새는 국회.
- 비자금과 탈세로만 기억되는 재벌.
이 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이다.
- 재벌들은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 왜? 이제는 비자금과 탈세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기때문에.
- 정부와 관료들은 아니라고 한다.
- 왜? 국민의 혈세로 함포고복하고 있기 때문에.
- 국회는 지금도 쌈박질을 하고 있다.
- 왜? 줄어든 정치자금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면 이 방법밖에 없기때문에.
아침에 일어나면 또 누가 생활고로 자살하지 않았을까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믿는다.
썩어빠진 관료가, 정부가, 재벌이 국민의 피를 빨아 함포고복할 지라도 이 땅 민중은 반드시 이겨내리라는 것을. 그리고 언젠가 우리가 꿈꾸는 우리의 세상을 반드시 만들 것이라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나는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