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과 편법의 제국, 삼성 by 도아
삼성에 대한 글을 올리면 꼭 올라오는 댓글 중 하나가 "삼성만한 회사나 하나 설립하고 욕해라"[1]였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국내에 삼성 만한 회사가 없으므로 삼성에 대해서는 눈감고, 귀막고, 입막고 지내야 한다는 뜻이된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삼성의 부정과 비리는 어지간하면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다. MBC 이상호 기자의 삼성 X-File에 대한 의혹이 불거져도 삼성에서 끄덕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을 바로 눈감고, 귀막는 언론과 삼성의 우호세력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늘 한겨례 신문에 상당히 의미있는 기사가 올라왔다.
삼성의 전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의 내부 고발에 대한 기사이다. 시사IN에 난 다음 기사는 이런 삼성의 속살을 훨씬 잘 드러내고 있다.
출처: "삼성은 비자금과 편법의 제국이다" - 시사IN
삼성의 머리와 심장에서 일했던 김용철 변호사가 입을 열었다. 삼성 고위직을 지낸 인사의 내부 고발은 처음이다. 삼성이 우리 사회 고질적인 부패의 진앙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런 삼성을 교과서 삼아 모든 기업이 따라가려고 발버둥친다는 것도 김 변호사가 나선 한 이유라고 한다.
그의 주장에 약점은 있다. 구체적인 자료가 뒷받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양심 고백을 하는 게 아니라 '자수서'를 쓰는 것이라고 말한다. 삼성과 공범으로서 수사를 받겠다는 뜻이다. 그의 의지가 확고하고, 그가 7년간이나 삼성의 핵심부에 있었다면 그의 말도 충분히 그대로 실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음은 그가 <시사IN> 기자와 만나 5일 동안 털어놓은 얘기 중 일부를 구술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삼성의 관제탑인 전략기획실은 삼성보다는 이건희·이재용 일가를 위해 존재하는 듯 보인다. 전략기획실은 천문학적인 비자금을 만들어 큰 덩어리는 이건희 회장 일가를 위해 썼다. 부스러기는 정계·관계·학계·언론계에 뿌려 삼성의 손과 발이 되도록 관리했다.
출처: <삼성측 반론> "김용철 정신 상태 불안한 것 같다"
삼성그룹은 김용철 변호사가 로펌에서 나가게 된 것에 대해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로펌 내 갈등이 있어 밀려난 것을 삼성의 압력 탓으로 오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은 김 변호사에게 7년 동안 연봉과 스톡옵션으로 102억원을 지불했다고 했다. 퇴직 후에도 3년 동안 예우 차원에서 7억2000만원을 지급했다고 했다. 소속 로펌을 통해 매월 2000만원을 주는 방식이다.
그런데 지난 9월 김 변호사의 예우 기간이 만료되자, 돈을 달라는 취지로 회사를 협박하고 있다고 했다. 김 변호사의 정신 상태가 불안한 것 같다고도 했다.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김 변호사의 전 부인이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등 고위 임원 앞으로 보낸 편지도 보여줬다. 이 편지에는 "성실하게 살고자 했던 남편이 삼성에 들어가 망가졌다"라는 요지의 원망이 거친 표현과 함께 담겨 있었다.
삼성은 김용철 변호사 명의의 차명 계좌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회사 비자금이라는 것은 부인했다. 홍보팀 고위 간부는 "그룹 한 임원의 돈이다. 재무팀에 돈을 불려달라는 사례가 많다"라고 말했다.
분식 회계와 관련해서는 감가상각비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생길 수도 있다고 했다. 다른 회사에서도 통상적으로 쓰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비밀금고와 관련해서는 각 방에 금고는 있으나 ‘비밀의 문’ 같은 것은 없다고 했다. 삼성 측은 "김 변호사의 주장은 대부분 ‘카더라’나 추정이어서 물증이 없다. 제발 객관적으로 다뤄달라"고 말했다.
- 가장 무식한 논리다. 살인범을 욕하려면 '살인하고 욕해야 한다'는 논리와 뭐가 다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