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워크(Blood Work, 2002) by 도아
기대를 하고 본 영화가 재미없을 때, 아무 생각없이 본 영화가 재미있을 때
어떤 상황이 더 나을까?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후자를 원한다. 그 이유는 기대를 하고 영화를 보는 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입소문이 좋아도 보기 전까지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보통 기대를 하고 보는 영화는 전편에 이어지는 속편인 때가 많은데 영화에서 속편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지난 토요일의 일이다. 아무 생각없이 TV 채널을 돌리는데 TV에 아주 낮익은 얼굴이 나왔다. 바로 크린트 이스트우드이다. 이 명배우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마는 우리 세대에는 이런 나이든 모습보다는 장고라는 이름의 석양무사의 이미지가 강했다. 물론 서부이기 때문에 석양을 등진 무사라고해도 주 무기는 칼이 아닌 권총이지만.
어렸을 적 정말 재미있게 봤던 황야의 무법자이다. 시거를 옆으로 꼬나문 모습. 이런 것도 흡연에 대한 세뇌중 하나였겠지만 정말 멋있었다. 왼쪽으로 문 시거를 갑자기 오른쪽으로 옮기는 동작을 따라한 것도 여러 번인 것 같다.
클리트 이스트우드도 형사물에 상당히 많이 출연했다. 그 중하나는 다른 사람들도 기억하겠지만 더티 해리(Dirty Harry) 시리즈일 것이다. 처음 TV에서 보면서 더티 해리 시리즈가 아닌가 했다. 그런데 나이를 너무 먹었다. 한 70은 되보인다. 그리고 역할 역시 현역이 아닌 퇴역한 FBI였다. 역시 나이는 속이지 못하는 것 같다.
미국 형사물의 공통적 특징 중 하나가 가족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이하드에 조금 나오지만 이 역시 좋은 관계는 아니다. 블러드 워크의 맥켈럽도 비슷하다. 퇴역했지만 함께 살고 있는 가족이 없다. 아니 가족에 대한 얘기는 아예 나오지 않는다.
영화에서 비추어 지는 이런 형사의 모습이 얼마나 진실에 가까운지 모르겠다. 그러나 형사가 나오는 영화에 가족이 등장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줄거리
베테랑 FBI 요원 테리 맥켈럽은 연쇄 살인범을 추적하던 중 심장 마비로 쓰러진다. 그러나 우연한 연쇄 살인이 발생하고 이 연쇄 살인으로 숨진 여인의 혈액형이 희귀한 맥켈럽의 혈액형과 일치, 그녀의 심장을 맥켈럽이 이식하게된다.몇 년 뒤 맥켈럽에게 한 여인이 찾아온다. 이 여인을 통해 맥켈럽은 자신에게 이식된 심장이 이 여인의 동생의 것임을 알게된다. 연관 관계가 없는 듯 보이는 연쇄 살인 사건. 그러나 맥켈럽은 살인 사건을 수사하면서 이 사건은 희귀 혈액형과 심장이식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알게된다.
처음에는 별 생각없이 보기 시작한 영화이지만 의외로 내용이 흥미진진했다. 서로 연관없는 사건으로 보였던 연쇄 살인이 헌혈이라는 끈으로 묶이고 다시 헌혈이 심장이식으로 묶이면서 범인이 누구인지 드러난다. 마지막 범인을 찾는 대목은 조금 억지가 있지만 이 부분을 빼면 상당히 재미있게 본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