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리더

전두환 군사 정권의 서슬이 퍼런 때라 가방이라고 하면 황토색 대학생 가방이 전부였고 신발이라고 하면 학생용 구두가 전부였을 그런 때였다. 이때 내가 들고 다닌 가방은 배낭이다. 지금은 배낭형 가방이 보편화되었지만 당시에는 배낭형 가방이 아예 없었다. 따라서 내가 들고 다닌 건 배낭형 가방이 아니라 진짜 배낭이었다. 복장도 청바지를 입을 때도 있지만 추리닝 바지, 반바지 다양했지만 관습에 구애를 받지는 않았다. 신발도 예외는 아이었다. 구두를 싫어했기 때문에 운동화와 샌달, 심지어는 슬리퍼와 고무신도 자주 신는 신발중 하나였다.

패션 리더

난 차림새에는 거의 신경쓰지 않는다. 머리도 마찬가지이고 옷도 마찬가지이다. 대학교 때는 차림새 때문에 나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당시에는 전두환 군사 정권의 서슬이 퍼런 때라 가방이라고 하면 황토색 대학생 가방이 전부였고 신발이라고 하면 학생용 구두가 전부였을 그런 때였다.

물론 그나마 내 세대가 교복, 두발 자율화 세대라 이런 군사정권의 핍박을 덜 받은 것도 사실이지만 대학교에서 군사 훈련이 정규 과목일 그런 세대였기 때문에 관념에 벗어난 복장은 언제나 제지를 받았다.

이때 내가 들고 다닌 가방은 배낭이다. 지금은 배낭형 가방이 보편화되었지만 당시에는 배낭형 가방이 아예 없었다. 따라서 내가 들고 다닌 건 배낭형 가방이 아니라 진짜 배낭이었다. 복장도 청바지를 입을 때도 있지만 추리닝 바지, 반바지 다양했지만 관습에 구애를 받지는 않았다. 신발도 예외는 아이었다. 구두를 싫어했기 때문에 운동화와 샌달, 심지어는 슬리퍼와 고무신도 자주 신는 신발중 하나였다.

이렇다 보니 복장 때문에 제재를 받는 때도 있었다. 다만 나는 몰랐지만 학교내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를 알고 있다는 점이다. 학교앞 상도 시장에서 우연히 선배형을 만났다.

선배: 너 얘랑 인사해라. 아마 너랑 같은 학번일거다.
도아: 아. 예. 저는 도아라고 합니다.
친구: 예. 알고 있습니다.

도아: 어떻게요?
친구: 배낭에 슬리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죠.

특별히 패션을 추구한 것이라기 보다는 편한것을 추구한 것인데 내 이런 패션은 나중에 그대로 유행한다(따지고 보면 나도 패션의 선각자다). 옷만 이런 것이 아니라 머리도 비슷하다.

미장원: 어떻게 깍아드릴까요.
도아: 짧게요.

미장원: 얼마나 짧게요.
도아: 스포츠보다 약간 길게요.

미장원: 그럼 기계로 밀까요?
도아: 예.

머리는 짧으면 끝

다른 요구 사항은 없다. 그냥 짧으면 모든 것을 용서한다. 이렇다 보니 굳이 많은 돈을 들여서 커트는 하는 것 보다는 그냥 '남성 전용 미용원'을 이용하는 때가 많다. 인천 살 때 일이다. 동네 앞에는 헤즈모라는 커트 전용 미용실이 있었다. 여기서 머리를 깍고 났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머리에 전봇대가 잔뜩 서있었다.

도아: 머리에 전봇대가 잔뜩 서있네요.
헤즈모: 다시 앉아 보세요.

도아: (잠시 뒤) 똑 같은데요.
헤즈모: 이 이상은 저도 어쩔 수 없습니다.

결국 이 일이 있을 뒤로는 헤즈모가 아니라 리안으로 가서 머리를 잘랐다. 리안은 주인 아주머니가 머리를 가장 못자르고 실장(남자)을 비롯한 나머지 아가씨는 나름대로 괜찮게 머리를 잘랐기 때문이다.

머리를 거의 신경쓰지 않았지만 헤즈모에서 자른 전봇대 투성이의 머리와 리안에서 자른 머리는 확실히 달랐다. 그래서 헤즈모 보다 3000원을 더주고 그 뒤로는 리안에서 계속 잘랐다. 작년 부터 충주에서 일하면서도 머리는 주로 인천에서 잘랐다. 그 이유는 충주에서 몇번 머리를 잘라봤지만 리안만큼 머리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잘라 놓고 나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지불하는 비용은 리안과 똑 같았다.

의외로 괜찮은 동네 미용실

충주로 이사온 뒤로는 이제는 리안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미용실을 바꾸며 충주에서 몇번 머리를 잘라봤지만 마음에 드는 곳은 없었다. 지난 달 구글 애드센스 프로모션 행사를 할 때 일이다. 머리를 깍을 만한데가 없어서 이미 머리는 상당히 기른 상태였다. 또 세미나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기자와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라고 해서 할 수 없이 처가집 근처에서 미장원을 찾아 봤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모두 문을 닫은 상태였고, 동네 아주머니를 상대로 장사하는 집 하나가 문을 열고 있었다. 아무 생각없이 이집에서 머리를 잘랐는데 의외로 머리가 잘 나왔다. 그래서 우영이와 다예 모두 이 집에서 머리를 깍았다. 우영이와 다예의 머리를 자르고 있는 동안 책 꽂이를 확인해 보니 커트에 대한 책자만 10여권있었고 나름대로 커트를 연구하고 있는 듯 했다.

모든 일이 다 마찬가지지만 기본을 잘해야 나머지도 잘한다. 볶음밥 맛없는 중국집 치고 중국 요리 제대로 하는 곳이 없고, 김치 맛없는 한식집 치고 맛있는 집이 별로 없다. 머리를 자를 때도 비슷한데 역시 가장 쉬운 커트를 잘하는 집이 다른 것도 잘한다.

이 일이 있은 뒤로는 앞으로는 이집에서 머리를 자르기로 했다. 우영이, 다예, 내 머리까지 모두 잘랐지만 2'0000원으로 리안에서 자른 것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리안은 체인이기 때문에 가격이 같으면 조금 비싼 셈이지만 머리가 마음에 들어 앞으로는 이집을 계속 이용하기로 했다.

몇 주 전부터 처제가 올라왔으면 했지만 매주 시간이 없었고 지난 주 토요일에는 계곡에서 놀았기 때문에 일요일에는 처제를 보러 서울로 올라갔다. 혼인할 친구와 함께 집에 와 있었다. 이왕 올라온 김에 머리를 깍기위해 전에 방문했던 동네 미장원을 찾았다. 그런데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미장원은 문이 닫혀있었다.

자끄데상쥬

우엉맘에 따르면 미장원은 직장인 때문에 보통 평일에는 문을 닫아도 일요일에는 문을 여는데 이상하다는 것이었다. 동네에서 미장원을 찾다가 미장원을 찾지 못하자 우엉맘이 찾은 곳이 바로 자끄데상쥬(DESSAGNE)라는 커트 전문점이었다. 커트 전문점이라는 문구를 보고 들어섰고 가격이 얼마인지 모르지만 일단 우엉맘과 나, 우영이 모두 커트를 하겠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일단 카운터 부터가 틀렸다.

카운터: 따로 찾으시는 분이 계신가요?
도아: 아뇨. 처음입니다.

카운터: 그럼, 한분께 부탁드릴까요? 아니면?
도아: 따로 따로 해주세요.

잠시 뒤 우엉맘이 먼저 들어갔다. 우엉맘의 머리가 가장 길고 여자이기 때문인 듯 했다. 그리고 나, 우영이가 들어갔다.

미용사: 어떻게 깍아 드릴까요?
도아: 짧게요.

미용사: 기계를 사용할까요?
도아: 예.

미용사: 옆머리는요?
도아: 옆머리도 기계로 처주세요.
미용사: 그러시구나. 일단 머리를 먼저 감겨드릴께요?

보통은 머리를 자르고 머리를 감기는 것이 일반적인데 전날 계곡에서 놀고 머리를 감지 않아서 인지 머리를 먼저 감겨 주겠다는 것이었다. 머리를 먼저 감고 다시 의자에 앉으니 아까 나에게 머리를 어떻게 자를 것인지 물어봤던 미용사가 아니라 다른 미용사가 온 것 같았다(확실하지는 않다).

아무튼 머리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았지만 미용사가 상당히 섬세한 손놀림으로 머리를 깍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이었다.

미용사: 어떠세요.
도아: (평상시 대로) 괜찮습니다.

머리에 눈에 띄는 문제(전봇대)가 없다면 대부분 좋다고 하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좋다고 했다. 그리고 머리를 다시 감고 자리에 앉아 있었다. 우엉맘이 머리 손질를 마치고 나타났다. 그런데 우엉맘의 머리가 상당히 괜찮았다. 일단 머리 스타일이 우엉맘의 얼굴과 맞았고 또 파마를 한 것은 아닌데 머리 아래쪽이 곱슬 곱슬하게 말려 있었다.

역시 비싼 가격

우영이도 머리를 깍고 왔다. 그런데 우영이 머리도 상당히 괜찮았다. 일단 머리를 감은 뒤 다시 손질을 한 듯 상당히 세련됐다. 계산을 하러 카운터로 가서 가격을 물었다.

도아: 얼마예요? 여기 아주머니와 저기 아이까지요.
카운터: 3'8000원입니다.
도아: (응. 꽤 비싸네)

(다른 아가씨가 카운터에 속삭인 뒤)
카운터: 총 5'8000원입니다.
도아: (비쌀 것으로 생각했지만 장난 아니군)
도아: 여기 리더스 카드 있거든요.
카운터: 그러면 10% 할인해서 5'2200원입니다.

결국 계산하고 보니 거의 6만원에 가까운 돈이 나왔다. 처음 커트를 하면서 미용사 한사람이 고객 한 사람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미용사외에 담당하는 사람이 더 있기 때문에 가격이 비쌀 것으로 생각했지만 내 생각보다 비쌌다.

남자 커트가 2만원인 것은 확실한데 여자 커트와 아이들 커트가 얼마인지 알 수 없었다. 우영이와 우엉맘이 3'8000원이고 보통 남자 보다는 여자의 커트가 비싸기 때문에 남자 2만원, 여자 2만 5천원, 아이 만 3천원으로 생각했지만 남자 커트 비용을 빼고는 확실한 가격을 알 수 없었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나는 머리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따라서 2만원의 커트 비용은 너무 비쌌다. 동네 아주머니 한테 머리를 깍으나 자끄데상쥬 깍으나 별 차이가 없다(수준이 비슷하다는 뜻이 아니라 내 수준이 구분을 못한다는 뜻이다). 그 이유는 요구 사항이 없고, 따라서 자른 결과 역시 전봇대처럼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받아 드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엉맘의 머리는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우엉맘의 얘기로는 설명도 잘해주고 또 머리도 마음에 들게 잘라 줬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봐도 마음에 들었다. 또 우영이의 머리 역시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역시 돈값은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내린 결론은 머리에 신경을 전혀 쓰지 않는 나는 동네 아주머니께 머리를 자르고 우엉맘과 우영이는 자끄데상쥬를 계속 이용하기로 했다. 커트 전문점이라고 하더니 다른 것은 몰라도 커트 하나는 잘 하는 것 같았다.

카운터

카운터 부터 고급스럽다. 커트 가격은 상당히 비싸지만 그 값어치는 한다. 미용사들의 손놀림이 아주 부드럽다. 머리를 당긴다는 느낌이 전혀 없이 부르럽게 머리를 잘랐다. 처음 온 미용사는 고객 확보를 위해 20%의 할인 쿠폰을 발생할 수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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