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이야기 28 - 수옥정 by 도아
미륵리사지
하늘재를 내려오니 미륵리사지가 보였다. 꼭 한번 보고싶은 곳이라 우엉맘에게 다예를 주고 미륵리사지를 들렸다. 예전에 충주 도서관에서 처음 봤을 때 든 느낌은 우리나라 절보다는 외국의 사원처럼 다소 이국적으로 보였고 이 깊은 산속에 이런 절이 있다는 것도 무척 신기했다.
계명산 휴양림
이번 주 토요일에는 서울에 올라갈 생각이었다. 꼭 올라가야할 일이 있던 것은 아니지만 처가집과 본가에 잠깐 들드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금요일 누나에게 연락이 왔다. 어머님과 동생네가 토요일에 오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누나와 매형은 토요일에는 계속 서점에 근무해야하고 또 누나네 집에서 손님을 치루면 누나가 번거로울 것 같아 계명산 휴양림에서 하루 자기로 하고 휴양림에 방이 있는지 물어봤다. 지난번 우리 가족이 묵었던 방은 작기는 했지만 가족 단위로 고기를 구워먹고 놀기에는 괜찮았기 때문이었다.
다행이 20명이 묵을 수 있는 큰 방(느티나무집)이 남아 있다고 해서 일단 이 방을 예약을 했다. 그리고 누나와 동생에게 알린 뒤 계명산 휴양림으로 오도록 했다. 우영이는 학교에 간 상태이고 또 주말 농장에 들려서 쌈채소를 뜯어 와야 하기 때문에 다예만 데리고 주말 농장에 가서 쌈채소를 뜯어 왔다.
그리고 공판장에 들려서 고기와 필요한 물품을 산 뒤 바로 계명산 휴양림으로 향했다. 날씨도 더운데 굳이 방에 있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계명산 휴양림을 방문한 뒤 방값을 치루고 나서 우리가 구한 방이 다른 방처럼 단독 주택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1층에는 20평짜리 방 두개, 2층에는 20평짜리 방 한개와 평수가 작은 방 대 여섯 개가 함께 있는 호텔동이라는 것을 알았다.
막상 방문해 보니 배란다와 연결된 1층 참나무집이 아니면 고기를 구워 먹기 위해 드나들기 무척 힘든 구조였다. 창문을 크게 만들고 배란다라도 있으면 좋았을 텐데, 작은 창문에 배란다도 없으니 휴양림에 왔다는 생각보다는 허술한 여관에 온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미 요금을 치룬 상태라 다른 방법이 없어서 일단 짐을 부리고 삼겹살을 구워먹었다. 오후 4시쯤 동생네가 도착했다. 동생네도 휴양림이라고 해서 내심 기대를 하고 왔는데 방을 보더니 조금 실망인 모양이었다.
동생네가 오고 오후 8시 경에 누나네가 다시 합류해서 함께 술 한잔 마시고 잠이 들었다. 일어나 보니 전날 무척 더웠던 것 같았다. 따라서 많은 사람이 이미 일어나 산책을 하고 난 뒤였다. 20평형이라 방은 넓지만 창문이 작고 바람이 불지 않아 상당히 더운 상태였다. 또 휴양림에서 따로 할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송계계곡이나 억수계곡으로 가기로 했다.
하늘재
아침을 먹고 출발하려고 보니 오전 9시밖에 되지 안았다. 이때 매형이 수옥정을 가자는 것이었다. 수옥정이라는 이름은 처음 듣는 이름이라 매형한테 물어보니 수영장도 있고 계곡도 있다는 것이었다. 이름만 들으면 무슨 한식집 같은데 수영장까지 있다고 하니 다소 의아했다.
아무튼 수옥정으로 가기로 했다. 다만 시간이 너무 일렀다. 그래서 수옥정에 가는 중 하늘재에 들린 뒤 수옥정으로 가기로 했다. 하늘재는 가보지는 않았지만 일단 이름이 귀에 아주 익었다. 매형 차를 따라 가다보니 나오는 곳이 바로 미륵리사지였다.
예전에 충주 도서관에서 모형을 보고 꼭 와보고 싶었지만 오지 못했던 곳이었다. 아울러 하늘재가 왜 귀에 익은지도 생각이 났다. 미륵리사지에 대한 자료를 조사하면서 하늘재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읽었기 때문이었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아이들과 함께 하늘재로 향했다.
일단 하늘재로 가기로 하고 다들 하늘재 자연 관찰로로 향했다.
자연 관찰로 입구에는 천하 대장군과 지하 여장군, 솟대가 서있었다. 천하 대장군의 입에는 누가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잔뜩 돌이 들어가 있었다. 아이들도 돌을 하나씩 던져 넣었고 나도 던저 넣었다.
만수계곡이 계곡 주변에 자연관찰로가 있어서 계곡과 자연을 함께 볼 수 있다면 하늘재도 비슷하기는 했지만 계곡의 비중이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나 크게 자난 나무들 때문에 맑고 시원한 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었다. 우영이는 장난치며 올라오다 넘여져서 발을 깨졌고, 다예는 어리지만 힘들다는 얘기도 하지 않고 하늘재까지 올라왔다.
하늘재에서 온 가족이 모여 사진을 한장찍었다. 내가 찍었기 때문에 사진 속에 나는 없다. 아이들이 7명이고 어른도 7명(나 포함)이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또 남자 7명에 여자 7명이다. 가족 구성이 조금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재까지 어렵게 올라온 다예는 졸린 모양이었다. 결국 우엉맘이 업고 가자 잠이 들었다. 포대기도 없는 상황에서 아이를 업고 가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내가 다예를 안고 내려왔다. 올라온 길과는 다른 길로 가려고 했지만 다예가 잠이든 상황이라 오던 길로 내려왔다.
미륵리사지
하늘재를 내려오니 미륵리사지가 보였다. 꼭 한번 보고싶은 곳이라 우엉맘에게 다예를 주고 미륵리사지를 들렸다. 예전에 충주 도서관에서 처음 봤을 때 든 느낌은 우리나라 절보다는 외국의 사원처럼 다소 이국적으로 보였고 이 깊은 산속에 이런 절이 있다는 것도 무척 신기했다.
일단 올라가다 보면 상당히 큰 거북이 모양의 돌이 보인다. 바로 석귀부다. 석귀부의 가운데 부분을 보면 움푹 파인 곳이 있는데 이 곳에 비석이 있었을 것이라고 한다. 이 비석에 창사 내력 또는 연혁 등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고 여러 차례 발굴 조사를 했지만 찾지 못했다고 한다.
미륵리의 주석불로 다른 석불과는 달리 정북쪽을 향해있다. 석굴식 법당이었지만 목조 부분이 불에 탄 뒤 석조 부분만 남아 있다고 한다. 아울러 유난히 흰 얼굴 때문에 신비감을 불러 일으킨다고 한다.
수옥정
하늘재를 내려와 미르리사지에서 사진을 찍고 오니 오후 12시가 조금 더된 시간이었다. 매형이 이제 한방 백숙을 먹으로 가자고 해서 무슨 얘기인지 물어보니 수옥정에 한방 백숙을 하는 집이 있다는 것이었다. 한번도 가본적이 없는 곳인데, 수영장, 계곡, 백숙집이 동시에 있다니 다소 의외였다.
아무튼 아이들은 물놀이를 좋아하므로 매형 차를 따라 수옥정으로 향했다. 3번 국도를 타고 괴산 방향으로 가다보면 연풍을 조금 못가서 수옥정 표지가 보인다. 개인이 만든 시설이라면 도로 표지에 나올리가 없는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3번 국도를 나와 우회전하고 다시 수옥정 물놀이 시설 쪽으로 다시 우회전을 하면 왕복 1차로의 좁은 도로가 나타난다. 이 도로를 타고 계속 산쪽으로 가다 보면 이상한 천막촌이 나왔다. 이 천막촌을 지나자 나오는 것이 수옥정 물놀이 시설이었다. 처음에는 개인이 만든 것으로 알았지만 몽골촌(이상한 천막촌)과 연계해서 괴산군에서 만든 시설이라고 한다. 계곡물을 받아 수영장을 만들었기 때문에 물이 아주 깨끗하고 차다. 더 놀라운 것은 촌동네 수영장으로 보기에는 시설이 좋고 가격이 아주 싸다는 점이다.
입장료와 놀이 시설 비용을 따로 받고 있다. 그러나 두개를 합쳐도 동네 목용탕 값정도 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입장료는 어른은 3000원, 청소년은 2500원, 아이들은 2000원이고 놀이시설 이용료는 모두 2500원이다. 수영복을 빌리는 비용이 상당히 비싸다(4000원). 따라서 혹시라도 수옥정을 갈 사람은 꼭 수영복과 수영 모자등 물놀이 용품을 미리 준비하기 바란다.
경사가 심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이 타고 놀기에 적당하다. 어른은 중간에 설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괴산군에서 나름대로 신경을 쓴 듯 상당히 잘 만들어진 수영장이었다.
타는 요금이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풍선을 타고 노는 아이들도 많았다. 자크를 열고 아이가 풍선에 들어가면 공기를 채워 수영장에 띄운다. 아이는 이 공속에서 일어나 풍선을 밀고 다니면된다. 그런데 일어나는 것이 쉽지 않은 듯했다.
아이들을 모두 수영장으로 보냈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누나: 한결아.
표아저씨: 니가 한결이야?
한결: 예. 어떻게 아세요?
표아저씨: 너 충고 다니지?
한결: 예.
지역 사회이고 동네가 작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기분이 좋았다. 한결이는 충주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고 얼마 전 공부를 조금 열심히 하더니 반에서 일등을 한 모양이었다. 전교 일등도 가능했었는데 수학 점수가 떨어지는 바람에 반에서 일등하는 것으로 만족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표파는 아저씨의 아들도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한결이를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무튼 한결이 한테 아이들을 잘 데리고 놀도록 주의를 주고 우리 가족은 풍경이라는 식당 밖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배도 고프고 해서 한방 백숙, 오리 로스, 먹삼겹, 파전을 시키고 막걸리를 함께 마셨다. 음식 사진도 함께 올리면 좋겠지만 술을 앞에 두면 다른 일은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냥 먹었다.
몽골촌과 수영장을 괴산시에서 나름대로 공을 들여 만들었지만 정작 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주인 아저씨도 이 가게를 아주 싼 값에 인수했고 장사를 한다는 생각보다는 전원 주택에 살면서 가끔 찾아오는 손님을 맞는 다는 생각으로 가게를 운영하신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가족이 방문했을 때는 단체 손님을 치룬 뒤였던 것 같았다. 실내는 더 잘되어 있다고 하는데 실내는 찍지 못했다.
막걸리가 배가 불러서 흑태에 생맥주를 마셨다. 처음에는 누나네 집으로 가기로한 매제가 신발을 산다고 변심을 했지만 매형이 꼬신덕에 다시 누나네로 갔다. 매형이 몇년전 산에서 파다 심었다는 더덕에 명란전을 싸서 역시 담근지 몇년 됐다는 더덕주에 술을 한잔 더했다. 술을 주지않으면 자는 술버릇 때문에 잠이 들었다가 우엉맘이 깨우는 소리를 듣고 일어나 귀가했다. 간단히 보내려고 했던 주말인데 오히려 더 긴 주말을 보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