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의 미학, 베토벤 바이러스
배우 김명민
나는 김명민이라는 배우를 좋아하지 않는다. 국민 드라마로 꼽히는 불멸의 이순신을 처음보터 보지 않은 것은 바로 김명민이라는 배우의 연기력을 믿지 못했기 때문이다. '불멸의 이순신'은 알다시피 김훈의 칼의 노래에서 이순신의 내면적인 고민을 김태훈의 이순신의 두얼굴에서 외형적인 모습을, KBS의 역사스페셜에서 이순신의 전략을 따온 역작이다. 아울러 국민드라마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100회가 넘게 방영을 했지만 온 국민의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목차
배우 김명민
나는 김명민이라는 배우를 좋아하지 않는다. 국민 드라마로 꼽히는
강건우(트럼펫: 장근석분)
강마에 보다는 정명환을 닮았다. 생긴 것에서 부터 음악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터프하고 직선적이며, 최고의 가치를 의리로 아는 사내. 그런데 그는 음악의 천재다. 모짜르트처럼 한번 들은 음악은 모두 기억한다. 모든 악기의 섬세한 음의 변화까지 한번 들으면 기억한다. 그래서 악보를 볼 줄 모른다. 자신의 재능도 모른다. 그러나 천재가 천재일 수 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이런 천재의 천재성은 누군가 살짝 건드리면 터진다.
처음에는 천정명으로 생각했다. 얼핏 보면 천정명과 이미지가 닮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근석은 쾌도 홍길동에서 창휘라는 아주 개성있는 역을 연기한 연기자이다. 창휘의 이미지와 강건우의 이미지가 완전히 다르고 창휘역으로 열연했다는 것을 이야기 하지 않는한 그 두사람이 같은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힘들다. 그만큼 장근석이 연기하는 강건우는 그의 전작과는 다르다. 삐죽 삐죽 튀어 나온 수염. 반항아 적인 눈 빛. 세계 최고의 지휘자를 서슴없이 비난하는 당돌함. 그리고 그 지휘자에 의해 자신의 천재성을 깨닫는 천재의 역으로 너무 잘 어울린다.
두루미(악장: 이지아분)
오케스트라 악장이자 바이올리니스트. 긴 생머리에 가려린 외모. 덜렁거리는 성격때문에 결국 사고를 치고 만다. 그러나 자신을 억누르는 책임감 때문에 어중이 떠중이로 오케스트라를 구성한다. 그러나 문제는 지휘자. 세계 최고의 지휘자인 강마에를 불러오는데에는 성공하지만 그의 독선적인 성격에 부딪히고 한다. 두명의 강건우 사이에서 한명의 강건우를 선택하지만.
긴 생머리, 태왕사신기에서 보여준 신비하며 가녀린 모습 그대로 이다. 아울러 성격 역시 선머슴아가 따로 없다. 그래서 태왕사신기의 수지니와 더 닮아 있다. 그러나 태왕사신기의 수지니와는 전혀 다르다. 이런 선머슴아의 모습이 아주 잘 어울린다. 억지스럽게 남성스러움을 연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강인함을 마음속으로 지닌 쌈닭이며, 세계 최고의 지휘자에게 독설을 내뿜는 그녀. 그러나 태왕사신기의 수지니 보다는 훨씬 잘 어울린다.
단원들(송옥숙, 조세은, 쥬니, 이순재, 정석용, 박철민)
어중이 떠중이를 모아 온 단원들. 그래서 다들 개성이 넘친다. 음대를 나왔지만 가정에서 소외된 한을 품고 사는 아줌마 첼로 연주자 정희연(송옥숙), 전자악기를 다루는 것만 보면 바네사 메이를 연상시키는 김주현(조세은 분), 날나리 학생으로 보이지만 가난한 환경을 딪고 일어서려는 플롯 연주자 하이든(쥬니), 서울시향에서 정념퇴임한 뒤 치매 방지를 위해 오케스트라에 가담한 오보 연주자 김갑용(이순재 분), 복사기회사 과장으로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는 박현권(정석용 분), 불광동 톤텔파파에서 섹스폰을 연주하는 배용기(박철민).
단원 중 개성이 넘치지 않는 사람이 없다. 하나 하나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일반 사회라면 도저히 융화할 수 없는 사람들. 그러나 오케스트라의 진정한 힘은 바로 이런 어울림이다. 도저히 어울어 질 수 없는 어울림. 사람들이 오케스트라 연주에 환호하는 것은 그 웅장함이 아니라 세상사의 질곡을 담아낸 이런 어울림이다.
튀는 대사, 튀는 연기
베토벤 바이러스를 재미있게 만드는 것 중 하나는 바로 튀는 대사이다. 시트콤처럼 일부러 웃기는 대사를 집어넣은 것도 아니고 그 대사가 폭소를 자아내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대사 곳곳에는 생각지 못한 의외성이 가득하다. 그리고 이러한 대사는 음악이라는 색다를 소재를 색다르게 볼 수 있는 참신한 시각을 제공한다.
강건우: 클랙식은 네모다. 네모는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강마에: 동그라미는 아니라고 생각해.
2회의 강건우(장근석)와 강근석(김명민)이 만나 회상하는 장면에 등장한다. 1회를 보지 않아 클래식을 왜 네모라고 생각하는지 알 수 없지만 강마에의 답변이 걸작이다.
강마에: 왜 연습을 밤중에 하는 겁니까?
두루미: 프로젝트 오케스트라잖아요? 다들 다른데를 뛰고 계신분들이라.
강마에: 그럼, 이거 아르바이트인가요?
프로젝트 오케스트라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대화이다. 항상 프로들만으로 누구도 이루지 못한 업적을 이룬 강마에. 그래서 가진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시각차이는 언제나 크고 넓다.
강마에: 지금 봐봐. 남편 밥해줘야 되. 회사 다녀야 되. 돈 벌어야 되.
강마에: 연거도 안되는데 도대체 왜 하는 거지?
강마에: 클래식은 원래가 귀족들을 위한 음악인 거야. 시대가 바뀐다고 그 본질이 변할 것 같애?
강마에: (삑~삑~) 전화받어.
클래식은 귀족의 음악이라는 강마에. 시대가 바뀌어도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일설을 토한다. 그리고 걸려온 전화. 정말 재수 없는 케이스이다.
두리미: 여보세요?
그놈: 네. 미래펀드니다. 좋은 투자정보가 있어서 전화드렸는데요.
두루미: 뭐야. 이 개새끼야! 니가 그걸 왜 가르쳐 주는데?
두루미: 어디서 충고랍시고 지랄이야 지랄리! 닥처 이 새끼야.
조금 재수없는 사람인 셈이다. 한참 화가났을 때 전화를 했으니. 그러나 이런 분노는 영업 사원에 대한 분노는 아니다.
두루미: 뭘 사고 말고는 내가 결정해. 시대가 바뀐다고 그 본질이 변할 것 같애.
두루미: 그래. 우린 돈도 없고, 시간도 없고, 능력도 안되는 불쌍한 사람들이야.
두루미: 그럼, 우린 뭐 나가 죽어야 되? 서민이면 예술하면 안된다. 누가 법으로 정해놨어?
두루미: 천민, 귀족? 야. 산업혁명이 일어난지가 언젠데. 너혼자 조선시대 살다왔냐 새꺄?
영업사원의 전화에 본심을 이야기하는 두루미. 욕설도 서슴치 않는다. 그러나 그런 그녀가 전혀 밉지 않다.
강마에: 전화 끓어진거 알고 있거든.
두루미: 끊어지면 뭐? 뭔 상관인데?
두루미: 야, 야새꺄. 너 모차르트가 평민인거 알고나 있냐?
두루미: 니 논리대로 라면 모차르트는 평생 땅파고 소젖짜며 치츠팔다 죽었야야 되.
두루미: 니가 그때 지휘자였으면 천재 여렀 죽였다고, 이 살리에르같은 놈아!!!
이미 상황을 눈치챈 강마에. 알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지만 두루미는 전화를 빌미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쏟아낸다.
강마에: 이름이, 두루미. 부모님이 이름을 잘못 지었네. 두루미가 아니라 닭이야. 쌈닭.
두루미: (고개를 끄덕인다)
강마에. 그래 이런식 좋아. 나쁘지 않아. 뒤에서 돌려치고 욕하는 것보 훨씬 나아. 이게.
강마에: 그래 모짜르트. 평민이었지. 맞아 그랬어.
두루미: 네. 천재이기도 했고요.
강마에: 그래 천재. 그래서 난 모짜르트가 싫어.
상황이 이 상황이면 기분이 조금 나빴을 수도 있다. 그러나 천재의 오만은 이런 정도의 독설로는 흔들리지 않는 듯. 철저하게 도치법을 구사하며, 비꼬는 듯 틀어진 입으로 그 오만함을 그대로 드러낸다.
강마에와 단원들의 충돌. 단원들 역시 강마에의 존재를 부정하고. 강건우는 특유의 음악성을 발휘해서 단원들을 가르치며 휘어 잡는다. 이 사실을 알게된 강마에는 두루미에게 강건우를 내보낼 것을 요청하지만 두루미는 강건우를 선택한다. 그리고 마지막 지휘에서 강마에는 그가 왜 세계 최고의 지휘자인지 보여 준다. 감동하는 단원들. 처음으로 음악이 무엇인지 깨닫게된 천재, 강건우. 떠나려는 강마에게에 자신의 감동을 전한다. 그러나 그 전하는 방식이 사뭇 다르다.
강마에: 왜 도와주려고? 걱정마 짐은 이미 다쌌으니까. 나머지 짐들이나 저기 써논 주소로 부처.
강마에: 참, 지휘책 하나가 없던데 가져갔나? 선물로 줄테니까 써먹을 수 있도록 달달 외워봐.
강마에: 근데 암기가 지휘에 도움... 뭐 잘하면 될 수도 있을 거야. 왜 너 특별하니까.
강마에: 난 그만 자야겠어. 수준이하의 연기자 느끼게 해주느라 생쇼를 했더니, 아주 피곤해.
천재의 도도함은 대사 하나 하나에 흐른다. 세계최고라는 명성의 지휘자가 이런 시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온다는 설정부터 무리가 있는 듯 하지만 아니다. 바로 강마에의 성격 때문이다.
강건우: 전 선생님이 싫습니다.
강마에: 작별인사 치고 꽤 임팩트있네. 근데 굳이 그말 해주려고 올 필요는 없었는데 말야.
강마에: 서로 그정도는 잘 알지 않나?강건우: 아무한테나 빈정거리면서 상처 주는거. 듣기 거북할 정도로 자기 자랑하는 거.
강건우: 조금이라도 대들면 잔인하다 싶을 정도로 밟아 버리는 거. 싹다 그집니다.
강건우: 선생님 인간성 다 싫어요.
강마에: 그래 나같은 사람들이 있는 반면 이런 사람들도 있지. 실력도 없는 주제에 사람 좋은거 하나 믿고 남한테 얹혀서 피나 빨아먹는 인간들. 그런 사람들도 격다 보면 내가 그리워질꺼야.
강마에: 칭찬으로 듣겠어.
천재와 천재의 만남이라서 그럴까? 둘다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다. 감동은 받아도 존경은 하지 않는다.
강건우: 근데 실력하나 최고라거. 그건 인정합니다. 이런 말씀 드리기 챙피하지만 머리털 나고 처음이었요.
강건우: 음악이 그렇게 아름답다고 느껴졌던 건.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진심이예요.
강마에: 분수없게 왜 이래. 남의 푸디움에서 춤주면서 박자 다 바꾸어 버리던 망둥이 아니었나?
강마에: 당황스럽짜나.강건우: 지휘해 주세요. 그리고 가르쳐 주세요. 배우고 싶습니다. 지휘.
강마에: 설마 이상황에서 예스를 바란 것은 아닐테고. 뭐지. 대화에 있어서 일종의 반전을 노린 건가?
강마에: 재미, 재치, 근데 어쩌지. 재미도 없고, 재치라고 하기에는 너무 진부하거든.
내 지론 중 '하나는 마음을 열고 이야기하면 통한다'이다. 그러나 강마에게는 이런 것도 통하지 않는다. 비아냥은 여전하고 틈도 여전히 없다. 그러나 그 카리스마는 모두에게 적용된다.
4회부터는 강마에가 서서히 오케스트라에 적응하기 시작한다. 이죽거리는 천재 정명환과 40을 살아온 자신의 인생을 어설픈 오케스트라 단원 통해서 성찰하기 시작한다. 평생을 노력해도 따를 수 없는 천재. 그 천재를 옆에서 바라보는 살리에르의 심정. 강마에 삶에 드리워진 유일한 그늘이 아닐지.
어울림의 미학, 베토벤 바이러스
현재 4회까지 방영한 베토벤 바이러스는 에덴의 동쪽처럼 250억을 들인 대작은 아니다. 아울러 청춘 스타라고 부를 만한 사람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이름있는 사람이라면 김명민 정도지만 김명민 역시 불멸의 이순신을 빼고는 내놓은 말한 작품이 없다. 그러나 회를 거듭할 수록 재미있다. 김명민의 카리스마는 4회에 접어들면 더 빛난다.
두루미: 만약 일이 잘못되면 강시장님 발마사지는 제가 꼭...
강마에: 그럴 일 없어. 내가 지휘자로 무대에 있는 한 공연을 중단하는 일은 있어도 망치지는 않아. 그럴 수가 없어. 내가 지휘자야.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어려운 때 지도자의 이런 확신은 그 구성원에게 말할 수 없는 힘을 준다. 이런 지도자의 자신감은 결국 그 구성원에게 바이러스처럼 전파되고 결국에는 상상할 수 없는 힘을 발휘한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매력은 여기에도 있다.
베토벤 바이러스를 이끄는 세명의 축은 지휘자, 강마에(김명민), 천재 트럼펫 연주자, 강건우(장근석), 가녀린 쌂닭, 악장 두루미(이지아)이다. 그런데 이들 캐릭터는 서로의 극중 절묘하게 녹아난다. 시장 한휘와 박철민, 이순재, 송옥숙과 단원들의 연기도 빛난다.
불량기 많은 소녀, 플롯 연주자 하이든(쥬니)의 연기는 조금 어설픈 듯하지만 그 불량기만은 그대로 살아있다. 음대를 나왔지만 가부장적인 환경에서 잃어 버린 자아, 그리고 그 자아를 찾기 위해 오케스트라에 가입하는 정희연(송옥숙)의 연기 또한 애닯다. 치매때문에 오케스트라에 가입한 오보 연주자 김갑용(이순재), 인상좋은 할아버지이지만 어느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 말년의 그늘진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다. 어느 하나 버릴 캐릭터가 없다. 많은 제작비와 스타 군단은 없다. 그러나 '베토벤 바이러스는 재미있는 드라마는 오케스트라처럼 각각이 아닌 어울림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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