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이야기
설명을 잘하는 다예
이런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다예는 일단 울면서 손바닥을 펴서 보여 주었다. 손바닥에 립스틱이 묻은 것을 확인시켜준 뒤 바로 손가락을 권총 모양으로 바꾼뒤 우영이를 가르키는 것이었다. 울면서 온몸으로 보여 준 두 동작이지만 이 두 동작으로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우영이와 다예는 남매라 그런지 사이가 좋다. 대부분 우영이가 다예에게 양보하는 편이지만 우영이도 나를 닮아 다른 사람을 약올리는 것을 좋아한다. 문제는 다예는 누가 이렇게 약올리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영이와 다예가 다투는 대부분의 이유는 우영이가 다예를 약올리고 하지 말라고 하는데 계속 장난을 칠 때 발생한다.
다예 이야기
어제의 일이다. 아침 바다 펜션에서 1박을 한 뒤 아침 일찍 충주로 출발했다. 차를 타고 오던 중 갑자기 찢어지는 듯한 울음 소리가 들렸다. 다예였다. 다예가 저렇게 우는 것은 정말 큰 충격을 받았을 때이다. 내 기억으로 아빠, 다예, 엄마, 사랑해요. 오빠
왼손잡이라 ㄹ자를 거꾸로 쓴 것을 알 수 있다. 왼손으로 쓰는 글씨라 엉망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따로 연습을 시키지 않았는데 글씨를 상당히 잘 썼다. 글씨를 잘 쓴 것 같아 다른 사람이 쓴 것이 아닐까 우엉맘은 의심했다. 그러나 글씨를 보면 다예가 쓴 것이 맞다. 아니 최소한 왼손잡이가 쓴 글이다. 그 이유는 ㅇ을 쓸 때 방향이 반시계 방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영이 이야기
한 오후 6시 30분 정도 된 듯했다. 갑자기 후다닥 하는 소리가 나더니 우영이가 들어왔다. 분명히 우엉맘은 다른 곳에서 차를 마신다고 했는데 우영이가 오자 조금 이상했다. 어떻게 왔는지 물어 보니 태권도 도장에서 바로 왔다고 한다. 엄마에게 연락했는지 물어 보자 엄마에게 전화도 하지 않고 바로 온 것이라고 한다. 불현듯 녀석을 보자 뭐가 먹고 싶으면 묵동에서 일하시던 삼촌을 찾아 가던 생각이 났다.
면목동(휘경여고 앞, 지금은 휘경동)에서 묵동까지는 차로 가도 상당한 거리지만 이 먼거리를 걸어 삼촌을 찾아갔다. 일단 찾아가면 이발사셨던 삼촌이 머리도 깍아 주고 갈 때 먹을 것을 사 먹으라며 당시로는 상당히 큰돈을 주었기 때문이다. 우영이를 보니 불현듯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우영이는 순진해서 그런 생각을 하고 온 것은 아니겠지만 아빠 사무실을 혼자서 찾아온 녀석이 기특해 보였다. 그래서 일단 1000원을 주고 더울테니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오라고 시켰다.
녀석이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니 계속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도 힘들어서 조금 빨리 집으로 가기로 했다. 그리고 녀석이 던지는 한마디.
우영: 아빠. 내가 아빠 사무실 어떻게 찾아왔는지 알아?
도아: 몰라.
우영: 아까 내가 아빠 사무실 지도를 그렸거든.
우영이가 그린 지도
점심때였다. 보통 때면 우엉맘이 점심을 싸가지고 오지만 어제는 아침에 아침 바다 펜션에서 충주로 왔기 때문에 점심을 할 시간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점심 대신에 점심을 사달라고 우영이와 함께 사무실을 찾아 왔다. 점심을 먹으러 가면서 우영이는 "아빠. 내가 아빠 사무실 가는 지도 그렸다"라고 한 기억이 났다. 별것 아닌 것으로 생각하고 "응. 그래"하고 말았는데 녀석은 마치 그 지도가 보물지도라도 되는 듯 애지중지 가지고 다니면서 아빠의 사무실을 찾아 온 모양이었다.
우영이가 그린 지도
처음에는 지도라고 해서 꽤 상세한 지도를 생각했다. 그런데 녀석이 다니는 태권도장에서 사무실까지 방향만 그린 지도였다. 이런 지도로 어떻게 찾아올 수 있을까 싶지만 나름대로 독도법이 있는 듯했다.
평상시는 가만히 있지 못하고 계속 까불다 사고를 치는 녀석인데 혼자서 사무실까지 찾아 오고 또 의젓히 앉아 있는 모습을 보니 녀석도 이제 어른이 다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지나치게 까부는 것을 잡기 위해 녀석을 지나치게 나무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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