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한 쌈채소
오랜 만에 주말 농장에 가볼 요량으로 우엉맘과 다예를 데리고 집을 나섰다. 맑은 하늘과 뜨거운 햇살은 봄이라기 보다는 가을에 가까웠다. 햇살이 뜨겁기는 하지만 습기가 없고 바람이 불기 때문에 날씨는 아주 더워도 그늘진 곳에 가있으면 시원했다. 놀이터에 있는 우영이를 데리고 와서 차를 타니 완전히 한증막이었다.
프로그램 매니아
나는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그렇다 보니 새로운 프로그램을 발견하면 날을 새는 때가 많은데 TheWorld라는 브라우저도 마찬가지이다. 처음 사용해 봤지만 한눈에 마음에 들어 여러 가지 기능을 시험해 보고 Theworld 브라우저에 대한 꽤 긴 글도 올렸다. 요즘들어 느낀 것이지만 요즘 사용하고 있는 프로그램 중 중국에서 개발된 프로그램이 상당히 많다.
TheWorld도 중국에서 개발됐고, 이전에 사용하던 Maxthon도 중국에서 개발됐다. Gigaget이라는 프로그램, FlashGet등 중국에서 개발된 프로그램이 상당히 많다. Windows Vista 인증 로고를 받은 프로그램에서 설명한 것처럼 글을 쓸 당시에만 인증로고를 받은 프로그램 중 중국에서 개발된 것이 10개나 되었다. 이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제 중국은 소프트웨어 선진국으로 나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오전 10시 부터 프로그램을 사용해보고 특징적인 기능을 설명한 글을 작성했다. 원래 일을 시작하면 끝을 내야 다른 일을 하기 때문에 점심도 거르고 작성했지만 배가 너무 고팠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오후 두시. 바로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아 일단 서점 근처에서 밥을 먹은 뒤 집으로 와서 쓰던 글을 마무리했다. 이때가 네시가 다된 상태였다.
싱싱한 쌈채소
오랜 만에 주말 농장에 가볼 요량으로 우엉맘과 다예를 데리고 집을 나섰다. 맑은 하늘과 뜨거운 햇살은 봄이라기 보다는 가을에 가까웠다. 햇살이 뜨겁기는 하지만 습기가 없고 바람이 불기 때문에 날씨는 아주 더워도 그늘진 곳에 가있으면 시원했다. 놀이터에 있는 우영이를 데리고 와서 차를 타니 완전히 한증막이었다.
가본지 한 10일정도 됀 것 같은데 모든 쌈채소들이 웃자라있었다. 어떤 채소는 이미 관상용으로 진화(꽃이 핀 채소)했고 주변의 풀들도 무성하게 자라있었다. 한주에 두번은 따주어야 한다고 하더니 사실인 것 같았다. 일단 채소를 모두 뜯어 비닐 봉투에 담았다.
우엉맘은 시골에서 산적이 없다. 청주에서 태어나서 대구, 부산에서 살다가 줄곧 서울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채소의 이름도 모르고 맛도 잘 모른다. 꽤 오래 전에 고향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이모님이 호박잎을 삶아 내오셨는데 이 호박잎에 싸먹은 밥이 무척 맛있는 모양이었다.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지만 인천에서는 농사짓는 모습이 상당히 흔한데 도로 옆에 심어지 먼지가 잔뜩 낀 호박잎을 보더니 "오빠 저 따가서 삶아 먹을까"
채소를 뜯다보니 '이번 주에는 오이를 딸 수 있을 것 같다'는 얘기가 생각났다. 오이 밭에서 확인해보니 아주 큰 것은 아니지만 따서 맛 볼 수 있을 만한 오이가 있었다. 맛을 보니 약간 덜 자란 오이지만 아주 맛이 있었다. 시장에서 이런 오이를 사면 맛이없어서 먹지 않는데 역시 키워서 바로 딴 오이라서 그런지 맛이 남달랐다.
아직은 조금 덜 자랐다. 아울러 오이 종자가 작은 종자인 듯했다. 하루 이틀이면 더 크겠지만 맛을 보기 위해 따서 먹었다. 농약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이라 씻지도 않고 먹었다. 그런데 맛있다. 시장에서 산 오이와는 맛이 달랐다. 느낌일지 모르지만.
오이도 따고 고추도 따고 집에 가려고 하니 우영이가 조금 아쉬워했다. 그래서 이왕 온 김에 잡초를 뽑기로 했다. 땅이 굳어서 호미로 잡초를 뽑으려고 하니 거의 뽑히지가 않았다. 결국 호미로 고랑을 완전히 파헤쳐서 잡초를 뽑았다. 잡초를 뽑고 있는 데 건대 병원 가족이 합류했다. 건대 병원 가족은 부부의 나이에 비해 상당히 어린 아이가 있는데 이 아이의 이름이 이연호이다. 재미있지만 매형 이름과 똑 같다. 그런데 이 녀석도 한 성깔하는 듯 했다.
고추 밑둥 따는 법
아이들은 밭에서 놀고 있고 우엉맘과 나는 고랑을 매고 있는데 이번에는 박종호씨와 글터 음악회를 하시는 분이 오셨다. 안면은 있지만 이름은 잘 모른다. 충주에서 꽃집을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박종호씨와 부부가 아닌가 싶을 정도 같이 다닌다. 역시나 조금 뒤 박종호씨가 예초기를 가지고 나타났다. 그리고 밭 주변의 잡풀들을 모두 예초기로 날리고 있었다.
고추 밑둥 따는 법 박종호씨는 농사를 짓고 있기 때문에 토마토와 고추 밑둥을 따는 법을 알려 주었다. '고추 밑둥을 따 주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따로 따는 방법이 있는 것은 몰랐다. 그림 솜씨가 형편없는 것 같지만 아니다(기회가 되면 증명하겠다). 고추는 그림 처럼 처음 Y자가 나오기 전까지는 아래로 처진 잎과 위로 올라간 잎이 함께 자란다. 처음 Y자가 나오기 전까지는 아래로 처진 잎을 뺀 위로 올라간 잎(삼각형)은 모두 따주어야 한다.
그리고 첫 Y자에서도 잎이나 고추(별표)가 열리는 데 이 잎과 고추도 모두 따주어야 한다. 첫 Y자에 열린 고추를 아까워서 그대로 두면 길목에서 이 고추가 양분을 빨아가기 때문에 Y자 윗 부분에는 고추가 잘 열리지 않는다고 한다. 아울러 첫 Y자에서 열리는 고추는 맛이 없다고 한다. 고추는 조금 넓게 심어야 잘자란다고 하는데 고추 밑둥을 따다 보니 따는 원리도 비슷한 것 같았다. 고추가 열리는 Y자 위부분은 남겨 두고 고추가 열리지 않거나 열려야 쓸모없는 아래쪽에서 위로 올라오는 잎은 모두 따 고추의 숨통을 튀어주기 때문이다.
고추 밑둥을 따다보니 재미있는 현상이 있었다. 거의 모든 고추의 첫 Y자에 고추가 매달려 있었다. 불현듯 든 생각이 Y자의 V을 사람의 다리로 본다고 하면 정말 사람의 고추가 있는 위치에 고추가 달린 다는 것이다[1].
내가 주말 농장을 자주 가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일단 '싱싱한 쌈채소'를 얻을 수 있고 '우영이와 다예도 이런 채소를 따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는 하루에 배우는 양이 많지는 않지만 갈 때마다 이런 저런 농사짓는 방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식은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무엇이든 배우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한때는 '신투술'도 배운적이 있다.
힘든 농사(?)
오래만에 하는 호미질이라서 그런지 호미질을 계속 하다보니 손에 물집이 생겼다. 풀을 뽑아야할 고랑이 많지만 날이 저물어 날씨가 상당히 쌀쌀해졌기 때문에 예초기로 잡풀을 날리고 있는 박종호씨에게 인사를 하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지난번 삼겹살을 산 동네 정육점의 고기가 그리 맛있는 것 같지 않아서 이번에는 롯데 마트에서 삽겹살을 사왔다.
보통은 돌판에 삽겹살을 구워 먹는데 우엉맘이 설걷이 하는 것을 귀찮아해서 후라이판에 구웠다. 그런데 돌판에 구우면 굽는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리지만 후라이팬은 열전도율이 좋은 금속이라서 그런지 먹기도 전에 다 구워졌다. 돌판이 더 맛있을 것 같지만 삽겹살은 후라이팬에 구워도 맛있다. 다만 맛이 다를 뿐.
시원 한 병에 카스 세병을 마셨다. RED를 더 좋아하지만 'RED 700ml'짜리 Q팩이 없어서 카스로 사왔다. 그런데 이 카스를 마신 우엉맘의 한마디.
우엉맘: 맥주가 왜 이렇게 밍밍해?
노상 도수 높은 RED를 먹다가 도수가 절반 조금 넘는 카스 맥주를 마시니 맥주가 싱거운 모양이었다.
- 불현듯 그래서 '고추'라고 부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