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이야기 7 - 단양 고수 동굴

2007/03/05 04:03

처음 가 본 단양 고수 동굴

일단 너무 덮다. 동굴이면 시원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방문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 것인지 너무 더웠다. 일부 감탄을 자아내는 종유석도 있지만 사진으로 상상하던 그런 동굴을 아니었다. 온달 산성도 비슷했다. 산성이라고 하지만 원래 있던 산성이 아니라 나중에 관광을 위해 복원한 산성이라 볼 것은 많지 않았다.

목차

단양 고수 동굴 가는 길

지지난 주의 일이다. 우엉맘이 갑자기 단양 고수 동굴을 가자고 한다. 우엉맘도 어렸을 적에 간적이 있고 또 근처이므로 한번 가보자는 것이었다. 단양 고수 동굴을 가는 길은 모르지만 아무튼 얘기는 많이 들었고 가보지는 못한 곳이라 아이들을 데리고 고수 동굴로 가기로 했다. 요즘 자주 사용하고 있는 파란의 미친 지도[1]로 확인하니 가는 길은 상당히 쉬운 편이었다.

충주 연수동에서 출발, 38번 국도를 타고 제천 쪽으로 가다가 다시 5번 국도를 타고 단양쪽으로 계속 가면 됐다. 중간에 도담, 삼봉과 도전교[2]를 지나 단양 시내에서 고수교를 건너면 됐다.

놀러 다닐 때는 항상 비를 피해 다녔는데 요즘은 어쩐지 비를 몰고 다닌다. 그래서인지 출발할 때 날씨가 조금 좋지 못했는데 가면서 날씨는 점점 나빠졌다. 5번 국도를 타고 단양쪽으로 들어서니 떡하니 나타난 것은 '시멘트 공장'. 고수 동굴처럼 석회 동굴이 많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 단양에는 국내에는 찾아 보기 힘든 시멘트 공장이 두 군데나 있었다(아주 흉물 스럽다). 파란의 미친 지도를 보면 마지막 경유지가 '성신 후문'이라고 되어 있는데 여기에 도착해서야 성신 후문이 성신 양회라는 시멘트 회사의 후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단양 시내에 들어서니 동굴 지역이라는 간판이 반갑게 맞이했다. 이 간판 바로 앞에서 좌회전을 해야하는데 보통 간판에는 방향 표시가 있기 때문에 직진했다. 그리고 조금 더 가자 단양 대명 콘도(단양 시내의 끝)가 보였다. 단양 대명 콘도는 예전에 가본적이 있기 때문에 다시 길을 돌려 시내로 향했다.

동굴로 바로 갈까 생각해봤지만 아직 점심 식사 전이라 일단 단양의 재래 시장 앞에 차를 세우고 음식점을 찾았다. 처음 가는 동굴 탐험에 가방, 플래시까지 준비한 우영이는 동굴을 먼저갔다 오자고 졸랐지만 시간이 시간인지라 재래 시장에서 음식점을 찾았다.

동네가 작고 사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인지 의외로 음식점 찾기가 힘들었다. 결국 재래 시장 가운데에서 떡뽁기, 오뎅, 만두를 파는 자판에서 간단히 어묵과 떡뽁기로 요기하기로 했다. 어묵을 먹으며 주인에게 단양 고수 동굴에 대해 물어봤다.

단양 고수 동굴

주인의 얘기로는 아이들과 함께 가기에는 조금 위험하고 힘들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고수 동굴 보다는 온달 산성을 추천하는 것이었다. 온달 산성으로 갈까 하다가 이왕 온 걸음, 다예를 데리고 갈 수 있는 데까지만 가고 급경사가 나오면 다시 되돌아 오기로 하고 단양 고수 동굴로 향했다.

고수교를 지나 우회전하니 바로 단양 고수 동굴이 나왔다. 주차장에 차를 부리자 마자 반기는 것은 식당 아주머니. 단양 시내에서는 찾지 못한 식당들이 모두 여기에 모여있었다. 조금 더 올라가자 동굴입구가 나왔다. 내가 동굴을 가본 것은 학창 시절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갔을 때였다.

단양 고수 동굴 앞에서 자세를 취한 우영이와 다예. 그리고 우엉맘.

장난치는 것을 좋아하는 우영이는 계속 장난을 치고 있고 카메라만 가져가면 어색해지는 우엉맘은 역시 어색한 표정이다.

당시의 동굴은 종유석은 많지 않고 평탄한 길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진 동굴이었다. 단양 고수 동굴도 비슷하게 생각했다. 평탄한 길이 계속 이어지다가 마지막에 고갯길이 나타날 것으로 생각했다. 아니었다. 입구부터 좁은 길이 나타났고 구불 구불한 길을 오르락 내리락 해야했다. 아울러 뒤이어 오는 사람 때문에 입구로 한번 들어가면 출구로 나올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동굴이라 시원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일단 좁은 공간과 여기 저기 피어져 있는 난로, 공간에 비해 많은 사람들 때문에 동굴 안쪽은 상당히 더웠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덕분인지 사진에서 보는 그런 휘황찬란한 종유석 대신에 때가 잔뜩 묻은 종유석이 맞이 했다.

가는 중에 급히 찍은 종유석.

이런 석주가 만들어 지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나야 할지 모르겠다. 이외에도 무슨 궁전이라고 하는 정말 장관을 이룬 곳도 있었지만 이런 곳에는 사진사 아저씨가 자리를 점령하고 있었다. 아울러 동굴 안의 어두운 조명과 좋지 않은 카메라 실력이 앙상블을 이루어 사진이 눈으로 보는 것 만큼 좋지는 못하다.

가끔 경탄을 자아내게하는 종유석도 있었지만 뒤이어 오는 사람들 때문에 사진 한장 마음놓고 찍기 힘들었다. 아울러 길은 처음부터 꼬불 꼬불하고 여러 개의 고갯 길을 넘는 것처럼 계속 오르락 내리락 했다. 이렇게 한참을 올라가자 나타난 것이 끝없이 아래로 이어지는 나선형 계단.

겁이 많은 다예는 동굴 입구에서 부터 무섭다고 집으로 가자고 조르고 우영이는 재미있다고 벌써 눈앞에서 사라졌다. 결국 우엉맘이 다예를 업고 나는 우엉맘의 가방을 들고 다른 손에는 카메라를 들고 다녔다. 모든 길은 철제 난간과 계단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혹 실수로 미끄러지는 경우 상당히 위험할 것 같았다.

이렇게 해서 동굴 출구에 나서니 온몸이 땀으로 뒤덮혔다. 아무튼 상상했던 종유 동굴과는 너무 달랐다. 종유 동굴 출구 쪽에도 역시 많은 상점이 있었다. 아직 철이 아니라서 그런지 출구 쪽 매점만 장사를 하고 있었지만 이 매점외에도 나물이나 특산물을 파는 아직은 열지 않은 상점이 상당히 많았다.

온달 산성

동굴을 구경하는데 들인 시간이 짧고, 온달 산성이 괜찮다는 얘기를 들은 상태라 다시 온달 산성을 방문하기로 했다. 문제는 길을 모른다는 것.

그래서 주차장 입구의 안내 대에 문의했다. 단양에 관광을 오는 사람이 많아서 인지 상당히 잘 만들어진 단양의 관광 안내 지도를 얻을 수 있었다. 단양 고수 동굴에서 나와 고수교를 지나 계속 직진하다가 도로 끝에 나타나는 다리를 건너 우회전 한 뒤 영천교를 건너 다시 우회전 하면 됐다.

지도상의 거리는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았지만 실제 가보니 의외로 멀었다. 가는 도중에 보니 곳곳에 연개소문 촬영장이라는 표시가 있었다. 무슨 행사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영천교 근처의 강변 주차장에는 관광차가 꽉차있었고 스님들과 동네 아저씨들이 교통을 통제하고 있었다.

영천교를 건너 우회전한 뒤 조금 더 직진하자 꽤 커보이는 성문, 옛날 집들이 모여 있는 동네가 나타났다. 여기가 바로 온달 산성 입구였다. 일단 차를 주차하고 온달 산성 안쪽으로 향했다. 주변이 상당히 깔끔한 것을 보면 개발된지 얼마 되지 않은 관광지 같았다.

매점에서 파는 물건을 언뜻 보니 목검과 대나무로 만든 활이 보였다. 나도 이런 것을 가지고 놀았던 기억이 많아 활과 전통을 삼천원에 구입해서 우영이에게 주었다. 오빠가 하는 것은 모조리 따라해야 하는 다예도 사달라고 졸랐지만 어차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다예를 달래서 온달 산성으로 향했다.

대나무 활로 폼잡고 있는 우영이.

동네에서 볼 수 있는 플라스틱 활이 아니라 대나무로 만든 진짜 활이라서 기분이 더 좋은 모양이었다. 중국산이라 화살 조차 휘어져 있었지만 녀석은 한 껏 자세를 잡았다.

온달 산성, 온달 동굴, 연개 소문 세트장을 구경하는데에 5000원의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관광지의 입장료야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큰 상관은 없지만 문제는 날씨였다. 우중충한 날씨에 강한 바람이 불었다. 더우기 비가 올 것 같았다. 산성에 갔다가 비가 오면 애들이 감기에 걸릴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날씨가 좋을 때 다시 오기로 하고 온달 산성을 빠져나와 다시 집으로 향했다.

관련 글타래


  1. 사용해 보면 의외로 잘 만들었다. 길찾기도 꽤 잘되있고, 경로 인쇄로 상당히 잘되있다. 다만 세부 경로가 많이 표시되지 않는다. 
  2. 도담 삼봉이라고 했을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도전교를 보자 삼봉 정도전이 생각났다. 고수 동굴에 가는 중간에 있는 도담 삼봉은 절경이었다. 그러나 고수 동굴에서 오는 길에 들리기로 했지만 온달 산성에 간덕에 가보지 못하고 바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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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고수 동굴, 다예, 단양, 대명 콘도, 따공, 세트장, 연개소문, 온달 산성, 우영, 이야기, 종유석, 충주, 충주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