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엄마의 싸이월드에 방문했다. 우영이의 사진을 보다가 예전에 올린 이 사진을 발견했다. 지금의 모습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지만 분명히 내 모습이다. 주변 상황을 보면 알겠지만 초등학교 졸업 사진이다. 당시에는 카메라가 보급되지 않아 졸업식에는 사진사 아저씨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는데 그 사진사 중 한분께 찍은 사진이다.
가운데 다소 삐딱하니 서서 약간 눈을 찌푸리고 있는 사람이 나다.
왼쪽이 '막내 외삼촌', 오른쪽이 '어머님'이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 졸업식에 아버님이 계시지 않는 것은 당시 건축붐을 타고 일을 하러 사우디에 가셨기 때문이다. 뒷부분의 오래된 교정이 내 마지막 모교인 배봉 초등학교이다. 이문 초등학교를 5년 반, 중랑 초등학교를 1년, 배봉 초등학교를 6개월 다녔지만 가장 짧게 다닌 배봉 초등학교가 모교가 되었다.
내 사진 중에는 두 발을 엇박자로 놓고 찍은 사진이 많다. 세상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그냥 이 자세가 편해서 이렇게 사진을 찍은 것이다. 눈을 약간 찌푸린 것은 눈썹이 밖으로 자라지 않고 안으로 자라서 해를 보면 눈이 따갑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 시력 때문에 공안과를 찾아갔다 알게 된 사실이다[1].
나는 비디오 보다는 사진을 더 좋아한다. 비디오가 보기에는 편할지 모르지만 추억을 간직하기에는 너무 빨리 지나가기 때문이다. 잊고 있던 사진 한 장. 그 속에 담겨있는 누군지도 모르는 아이. 그 아이가 이십 여년 전 내 모습이었다.
세월은 화살처럼 흐르지 않는다. 시간은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20세 이전에는 거북이처럼 느리게 다가온다. 그리고 청년이 되면 시간은 내 걸음 걸이와 같아진다. 마지막으로 중년이 되면 이제 시간은 내가 쫓아 갈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지나가 버린다. 그래서 시간을 가장 적절하게 제어할 수 있는 청년 시절이 가장 중요한 것같다.
- 특이한 것은 우영이와 다예도 나처럼 눈썹이 안으로 자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