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2006/09/22 11:02

나에게 휴가란?

사람이 많아야 휴가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사람이 없어야 휴가를 다녀온 기분이 듭니다. 따라서 휴가는 사람이 몰리는 기간인 7말 8초는 피해서 보통 8월 중순 이후에 가곤 합니다. 이번 휴가는 조금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동생이 휴가 기간을 잡았는데 처음에는 경주로 답사 여행을 가자고 하더군요. 아이들의 나이가 어느 정도 된다면 답사 여행도 괜찮겠지만 이제 세 살배기 다예를 데리고 가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었습니다.

목차

나에게 휴가란?

원래는 휴가를 다녀온 직후 써야하는 글이지만 사정이 여의치 못해 조금 늦었습니다.

사람이 많아야 휴가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사람이 없어야 휴가를 다녀온 기분이 듭니다. 따라서 휴가는 사람이 몰리는 기간인 7말 8초는 피해서 보통 8월 중순 이후에 가곤 합니다.

이번 휴가는 조금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동생이 휴가 기간을 잡았는데 처음에는 경주로 답사 여행을 가자고 하더군요. 아이들의 나이가 어느 정도 된다면 답사 여행도 괜찮겠지만 이제 세 살배기 다예를 데리고 가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었습니다.

결국 답사 여행은 취소하고 다시 잡은 것이 내린천 래프팅이었습니다. 래프팅을 재미있어하는 사람들은 재밌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 역시 래프팅은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원래 휴가 일정은 8월 11일경이었는데 매제의 일정 때문에 8월 18일에 가기로 했습니다. 래프팅만하면 재미가 없기 때문에 일단 첫날은 해수욕장에서 보내고 둘째 날 래프팅을 하기로 했습니다.

평상시 충주에 있기 때문에 17일 인천으로 올라가 18일 아이들과 함께 출발했습니다. 해수욕장 근처에서 1박을 할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해수욕장에 잠깐 있다가 래프팅하기로 한 내린천 근처 민박으로 이동한다고 해서 조금 일찍 출발했습니다.

출발할 때는 날씨가 괜찮더니 강원도에 다가가면 갈 수록 날씨가 우중충해지더군요. 보통 휴가는 피를 피해서 다니는데 올해는 이상하게 비와 인연이 많습니다. 오전 9시에 출발, 12시 정도에 목적지인 속초 해수욕장에 도착했습니다.

속초 해수욕장

누나네는 오후에 출발한다고 하고 동생네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꽤 먼 거리를 와서 배도 고프고 다른 사람들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황이라 우리 가족만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장난 한판

먹으라는 밥은 먹지 않고 우영이와 다예 모두 창가에 올라가 장난을 치고 있습니다. 두 녀석 모두 장난기가 많아서 조금도 양보하지 않습니다.

오빠!

장난치던 오빠가 가버리자 혼자서 오빠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예도 우영이 못지않은 장난꾸러기 입니다.

보통 유원지의 식당의 공통점은 맛이 없고 비싼 것이 정석인데 이 집은 가격도 적당하고 맛도 있었습니다. 생태 찌게를 먹었는데 맛이 있는지 애 엄마는 계속 찌게 국물까지 모조리 먹고 있더군요.

즐거운 모래 놀이

동생네 식구들이 도착하지 않아 우영이와 다예만 모래 놀이를 했습니다. 작년만 해도 그토록 싫어하던 모래에 앉아 놀고 있는 다예를 보니 다예도 크긴 큰 모양입니다.

오후 3시가 조금 지나자 동생네와 어머님이 도착했습니다. 그동안 모래사장에서 혼자서 놀면서 계속 심심해하던 우영이는 동생네 애들이 오자 무척 즐거워했습니다. 다예도 언니를 좋아하기 때문에 언니 옆에서 붙어서 놀더군요.

모래찜질 중인 다예

오빠가 모래찜질을 하는 것을 보고 다예도 해달라고 조르더군요. 쪼끄만 다예라 손으로 몇 번 퍼 담으니 모래 속으로 쏙 들어갑니다.

모래찜질 중인 은수

동생네 큰 애입니다. 여자 애지만 성격은 남자 애와 비슷합니다. 500원 동전을 삼킨 적이 있어서 500원의 마술사라는 별명을 붙여주었습니다.

모래찜질 중인 우영이

우영이도 모래찜질 중입니다. 카메라 앞의 작대기는 고추를 형상화한 것입니다.

모래찜질 중인 상원이

상원이도 모래찜질 중입니다. 우영이처럼 고추를 달아놨는데 자세가 훨씬 리얼한 것 같습니다.

오후 한 5시 쯤 되니 누나네가 도착했습니다. 큰 조카인 한결이는 방학 중에도 수업이 있어서 오지 못하고 둘째 한힘이와 셋째 한별이만 왔습니다. 축축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물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해수욕장에 계속 있느니 민박집으로 가자고 해서 미시령에 새로 뚫린 맞뚫레를 지나 내린천으로 향했습니다.

가고파 민박

정확한 위치를 몰라 도로에서 몇 번을 헤맨 뒤 간신히 도로 옆에 있는 민박집에 도착했습니다. 태풍이 온다는 소식 때문인지 몰라도 민박집에는 우리 가족만 있었습니다.

가고파 민박

간판이 상당히 흉물스럽습니다. 민박이라고 꼭 저런 간판을 해야 하는지는 모르지만 간판만 보면 정말 (집으로)가고픈 민박이었습니다.

주인집

민박집 주인이 기거하는 곳입니다. 손님이 많으면 여기도 민박으로 내어주는 모양입니다. 사진으로 보면 색상 때문에 상당히 예뻐 보이지만 실물은 이보다 못합니다. 통나무가 아니라 쇠붙이에 색을 입힌 것입니다.

민박집

우리가 묵은 민박입니다. 보통 주인집이 허름하고 손님들이 묵는 방은 그래도 나은 편인데 여기는 반대로 손님이 묵는 방이 무척 허름하더군요. 가운데에 보이는 원형 탁자는 전기 공사할 때 사용하는 원형 롤을 개랑한 것으로 위에 판이 빙글 빙글 돌아갑니다.

운동장

민박집이지만 민박집 내에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부대 시설이 꽤 있습니다. 그 중 운동장입니다.

수영장

수영장도 있습니다. 한 가족이 놀면 적당한 크기고 하루에 500원만 내면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날이 추워서 수영장은 근처에도 가지 못했습니다.

민박집에서 아이들의 사진을 한 장 찍었습니다. 왼쪽에서 부터 은수, 한힘이, 다예, 한별이, 상원이

무지개

짐을 부리고 고기를 굽기 위해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먼 하늘 위로 무지개가 보였습니다. 도대체 얼마 만에 보는 무지개인지 모르겠습니다. 비가 와서 놀지는 못했지만 오랜만에 본 무지개로 마음은 흐뭇했습니다.

저무는 해를 뒤로하고 무지개가 떴습니다. 사진 솜씨가 좋지 못해 눈으로 보이는 것만큼 잘 찍지는 못했습니다.

그날 저녁 많은 비는 아니지만 약간의 비가 내렸습니다. 다음날 어차피 래프팅은 하기 어렵고, 태풍 부는데 계속 민박집에 있는 것도 그렇고 해서 충주로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그냥 집으로 가기는 조금 서운해서 지난여름에 가려고 했지만 사람이 많아 가지 못한 송정 계곡으로 향했습니다. 국립공원 매표소가 나오기 바로 전 음식점 앞에 차를 세우고 아랫쪽 계곡으로 내려갔습니다. 계곡 물은 맑고 정말 차가웠습니다. 날이 날이라서 그런지 뼛속까지 차가운 기운이 가득 차더군요. 그런데 아이들은 이 차가운 물에서 물놀이를 했습니다.

송정 계곡을 보면서 우리 나라의 국립공원 관리가 얼마나 엉망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맑고 깨끗한 좋은 계곡이 장삿속으로 식당에서 만든 임시건물로 모조리 훼손되어 있었습니다. 흉물스럽게 박힌 철기둥, 아무렇게 놓은 다리,,,

송정 계곡에서 백숙에 술 한잔 걸치고 다시 누나네 집으로 왔습니다. 어차피 요즘은 누나네 집에서 지내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휴가가 마무리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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