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의 표문
"태산은 한줌 흙도 거부하지 않았기에 능히 그 높이를 이루었고,"
"바다는 한줄기 시냇물도 거부하지 않았기에 능히 그 높이를 이루었다."
대학교 시절부터 한해에 서너번씩은 읽은 열국지에 나오는 대목이다. 그런데 이 구절을 30대 후반에 발견한 이유는 그 전에는 이말이 가슴에 와닫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업을 하다보면 사업이란 사람 장사라는 것을 알게된다. 따라서 윗자리에 있는 사람은 재능에 따라 사람을 편애하기 보다는 누가 되던 그 사람이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부리면 그만이다. 그리고 이 것이 어떻게 보면 사업의 성패를 결정하는 셈이다.
나는 소설책을 거의 사지않는다. 매형이 서점을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소설책은 한번 읽고 거의 다시 읽지 않는다. 내가 여러번 즐겨서 읽는 책은 소설책보다는 주로 역사 책인 경우가 많다.
물론 완전한 역사책이 아니라 역사적인 사실을 소설의 형식을 빌어 쓴 책들이다. 따라서 나는 김구용씨가 완역한 동주 열국지나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등을 자주 읽는 편이다. 이런 책을 자주 읽는 이유는 읽을 때마다 그 내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책이 읽을 때마다 내용이 달라진다고 하면 조금 이상할 수 있지만 사실이다.
책을 읽는 다는 것은 글자를 읽어 이해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줄과 줄 사이를 읽는 것'인 경우가 많다. 이처럼 줄과 줄 사이를 읽는 재능은 책을 읽는 사람의 기분, 감정, 지식 정도등 다양한 변수에따라 달라진다.
태산은 한줌 흙도 거부하지 않았기에 능히 그 높이를 이루었고,
바다는 한줄기 시냇물도 거부하지 않았기에 능히 그 높이를 이루었다.
대학교 시절부터 한해에 서너번씩은 읽은 열국지에 나오는 대목이다. 그런데 이 구절을 30대 후반에 발견한 이유는 그 전에는 이말이 가슴에 와닫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업을 하다보면 사업이란 사람 장사라는 것을 알게된다. 따라서 윗자리에 있는 사람은 재능에 따라 사람을 편애하기 보다는 누가 되던 그 사람이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부리면 그만이다. 그리고 이 것이 어떻게 보면 사업의 성패를 결정하는 셈이다.
요즘 내가 즐겨 보는 책은 박운규님의 우리 역사를 움직인 20인의 재상과 중국 역사를 움직인 15인의 재상이다. 앞으로 얼마나 자주 이 책을 읽을 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들 역시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 다른 내용으로 다가온다.
'중국 역사를 움직인 15인의 재상'이 먼저 출판되었다. 고구려의 명림답부부터 조선의 마지막 재상 김홍집까지 다루고 있다. 인물 선정은 다른 사람들도 동의할만 하다. 재미있는 것은 얼마전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에 등장한 인물도 꽤 된다는 점이다. 장보고의 김양, 서동요의 부여 성충, 신돈의 이제현, 이순신의 유성룡 등이다. 물론 드라마 속 인물과 책 속의 인물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무리없는 선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을파소는 내가 우리 나라 역사상 최고의 재상으로 꼽는 사람이다.
하루 아침에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권좌에 올랐지만 권력을 남용하지 않았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빈민 구제책인 진대법을 시행한 인물이다. 책에서는 신시이화의 정교를 고구려에 되살림으로서 고구려가 동북아 최고의 강자가 되는 기틀을 마련한 인물로 나온다.
- 명림답부: 99세의 혁명가
- 을파소: 신시이화의 정교를 되살리다
- 창조리: 가대숲에서 반정을 일으킨 재상
- 거칠부: 신라 중흥의 초석
- 성충: 백제의 마지막 등불
- 연개소문: 천세무비의 풍운아
- 김양: 통일 신라의 인재
- 최승로: 40년의 침묵, 5년의 개화
- 강감찬: 당으로 내려온 별
- 김부식: 배짱과 패기의 독불 장군
- 이장용: 난세를 건넌 타협의 귀재
- 이제현: 홀로 원나라와 싸운 민족의 자존심
- 정몽주: 대나무로 피어난 일편단심
- 정도전: 재상의 나라를 꿈꾼 해동 장량
- 황희: 태평성대를 꽃피운 조선의 용광로
- 신숙주: 별절자의 양지와 음지
- 유성룡: 하늘이 준비한 재상
- 최명길: 실리를 택한 주화파 재상
- 채제공: 문화를 꽃피운 정조의 동반자
- 김홍집: 황혼녘의 마지막 영의정
중국을 움직인 15인의 재상은 인물 선정에 조금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소진은 6국의 재상을 지냈지만 중국을 움직인 재상의 반열에 두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는 것 같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 취한 정책덕에 진나라를 15년 동안 함곡관에 묶어 둘 수 있었지만 인물 자체는 재상이라기 보다는 협잡꾼(오늘날 우리나라 정치꾼을 생각하면 쉽다)에 가깝다. 아울러 여불위도 큰 차이는 없다. 진나라를 도둑질하기위해 자신의 처와 자식까지 이용한 다소 비열한 인물이다. 당시의 백과사전이라고 할 수 있는 여씨 춘추를 펴낸 공을 인정한다고 해도 재상의 반열에 올리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는 것 같다.
아울러 진왕 정을 도와 6국을 통일한 이사 역시 높은 점수를 주기는 조금 힘들지만 진왕 정의 6국 통일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생각하면 그래도 봐줄만 하다. 그러나 왕망은 조금 무리한 것 같다. 그러나 이들을 제외하면 모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인물이다. 특히 공손앙(위앙, 상앙)은 나 역시 진나라 6국 통일의 기초를 마련한 인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덕이 조금 부족해 끝이 좋지 않았다.
- 강태공: 천하를 낚은 위수의 현자
- 관중: 제환공을 패자로 이끌다
- 공자: 동방의 주나라를 꿈꾼 큰 선비
- 오자서: 와신상담 복수전의 두 책사
- 공손앙: 천하통일의 기반을 닦은 법가의 비조
- 소진: 6국의 재상을 지낸 풍운아
- 맹상군: 천하의 재사와 협객을 거느리다
- 범휴: 치욕을 딛고 영화를 누린 유세객
- 인상여: 지혜로움과 용기를 겸비한 환관
- 여불위: 여씨춘추를 펴내다
- 이사: 진시황제의 일등공신
- 장량: 유방을 도와 천하를 도모하다
- 동중서: 천하를 유자의 나라도 만들다
- 왕망: 용꿈을 꾸는 위선 군자
- 제갈량: 도의 치세를 펼치다
사람마다 좋은 책을 고르는 기준은 다르다. 따라서 어떤 기준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나는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 다른 내용으로 다가오는 책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역사를 움직인 20인의 재상'과 '중국 역사를 움직인 15인의 재상' 역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