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 저격

선물로 받은 더치 커피(Dutch Coffee)^[1]를 맛보고 '더치 커피'에 빠진적이 있다. 더치 커피를 내리는 도구를 살까 고민하다 생각한 방법이 그냥 생수통에 원두를 굵게 갈아 넣고 한 며칠 불린 뒤 종이 체로 거르는 방법이었다. 이렇게 더치 커피를 마시다 보니 고민은 생수였다. 원래는 애 엄마가 가져다 주는 천년동안이라는 해양심층수로 더치 커피를 내려 마셨다. 그런데 천년동안의 용량 1.2L이기 때문에 한번에 좀 더 많이 내릴 수 있는 생수를 찾다 알게된 제품이 한라수다. '한라수'라고 하면 아는 사람 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제주도에서 생산된다"는 정도만 알았다.

생수를 조금(150ml) 따라내고 굵게 간 원두를 생수병에 넣어 이틀 정도 방치한 뒤 종이 체로 거르면 더치 커피가 된다.

그런데 가격이 무척 쌌다. 옥션 올킬가로 2L짜리 12개가 6900원, 무료배송이었다. 6개씩 두개로 배송되기 때문에 무료배송이 아니라면 배송비만 5000원인 셈이다. 여기에 쿠폰을 적용하면 5900원. 가격이 너무 싸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마셔보니 상당히 맛있었다. 물맛만 따지면 거의 삼다수 급이었다. 그래서 다 마시면 다시 시키고 다 마시면 다시 시키면서 지난 여름 내내 한라수로 내린 더치 커피를 마셨다. 그런데 좀 의아했다. 삼다수와 맛도 비슷하고 취수원도 비슷한 한라수가 이렇게 싼 이유를 알 수 없었다^[2].

한라수는 삼다수에 이어 프리미엄 생수 브랜드로 개발됐다. 그러나 프리미엄 생수 시장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 틈을 타 민간기업인 제이크리에이션이 제주 용암해수를 활용한 제주 한라수를 출시했다. '한라수'라고 생각하고 구입한 제품은 정확히 '제주 한라수'였다. 그런데 제주 한라수 홈페이지를 방문해도 제주 한라수에 대한 정보는 찾을 수 없었다. 제주개발공사와 한라수 상표권을 놓고 분쟁이 있었다. 상표권 분쟁 여파인지 아니면 실습 고교생이 사망한 업체라 브랜드 이미지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요즘 열린시장(Open Market)에서 제주 한라수를 찾기 힘들다. 대신에 같은 회사에서 나온 캬 워터만 옥션 올킬 상품으로 종종 올라온다^[3].

상표권 분쟁 때문에 제주 한라수 로고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바뀌지 않았다고 해도 헛갈릴 것 같지는 않다.

경도와 물맛

아무튼 이렇게 생수를 구입하다 보니 생수 맛이 궁금해 졌다. "왜 삼다수와 천년동안은 맛있는데 스파클과 아이시스는 맛 없는지?" 그리고 "미네랄이 많은 물이 정말 좋은 물인지?" "국내에서 생산되는 생수가 몇개나 되고 취수원은 얼마나 되는지?" 등 궁금증이 끝없이 이어졌다. "물에 무슨 맛이냐?"는 사람도 있다. "물이 맛있다" 또는 "물에 맛이 아예 없었다"고 하면 '웃긴다'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물에는 분명 맛이 존재한다. 물이 H₂O로만 구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생수 맛을 구성하는 성분은 칼륨, 칼슘, 마그네슘, 나트륨과 같은 무기질이다. 이 무기질 구성비에 따라 물 맛이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사람은 연수(軟水: Soft Water, 단물)를 좋아한다. 연수라고 하면 경도(硬度) 100 이하의 물을 말한다. 다음 표에서 알 수 있지만 국내에서 생산되는 생수 중 경수에 속하는 생수는 딥스블루, 미네워터^[4], 워터비스 정도다. 이 생수들은 암반수나 화산수처럼 땅에서 퍼올린 생수가 아니라 해양심층수다. 땅에서 퍼올린 생수 중 경도 100을 넘는 생수는 스파클(대정), 산수려와 함평 나비秀뿐이다. 함평 나비秀는 2L짜리 9병이 2'6000원에 판매되기 때문에 국내 생수 중 가장 비싸다.

약수로 홍보하고 있는 함평 나비秀. 진짜인지 모르겠지만 함평 나비秀가 좋다는 글은 함평 나비秀 홈페이지와 네이버 체험단 글 밖에 없었다.

반면 외국에서 수입한 생수는 대부분 경도 100을 넘는 경수(硬水: Hard Water, 센물)다. 프랑스 에비앙이 282, 바두아가 824, 페리에가 300, 이드록시다즈가 1487로 가장 높다. 이탈리아 산펠레그리노가 681, 독일 노르데나우가 137이다. 참고로 독일 노르데나우는 500ml 생수 24병에 23'7600원, 병당 9900원하는 생수다. 연수에 속하는 수입 생수는 프랑스 볼빅(59), 러시아 바이칼(51), 피지 피지워터(96), 캐나다 휘슬러(23) 정도다^[5].

그러면 경도는 물 맛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러시아 청정 바이칼 호수에서 직접 취수한다는 바이칼 생수. 마셔 보지는 않았지만 경도를 생각하면 내 입맛에 맞을 것 같다.

일반적으로 경도가 낮으면 목넘김이 좋고 시원한 느낌이 든다. 경도가 높으면 목넘김이 좋지 않고 텁텁한 느낌이 든다. 내가 맛본 생수 맛은 삼다수≒제주 한라수≒백산수 > 천년동안 > …기타 생수(심천수 등)… > 아이시스≒스파클≒충청샘물^[12] 순이었다. 아이시스는 제조공장이 많고 OEM이기 때문에 지역차가 존재한다. 따라서 아이시스나 스파클은 다른 지역에서 마셨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 삼다수 경도는 19, 제주 한라수 경도는 33, 천년동안 경도는 29이다. 경도가 비교적 낮다. 얼마전 구입한 정식품 심천수 경도는 49였다. 아이시스는 70, 스파클 대정은 122, 스파클 삼정은 21이었다. 하늘어린은 마셔보지 않아 물 맛은 모르겠다. 그러나 난 경도가 낮은 생수(연수)가 맛있다. 삼다수, 천년동안, 제주 한라수, 백산수를 좋게 평가한 이유도 같다. 참고로 쳔년동안, 제주 한라수, 캬 워터을 구입하려면 위 표의 링크를 클릭하면 된다.

캴슘은 단맛이 나고 마그네슘은 쓴 맛이 난다. 따라서 좋은 물맛은 결국 칼슘과 적당한 양의 마그네슘이 섞여 있어야 한다^[13]. 한 예로 스파클(대정)은 칼슘에 비해 마그네슘 양이 너무 많다. 반면 삼다수는 칼슘과 마그네슘 양이 거의 비슷하다. 물이나 생수에 관련된 기사를 보면 경도 100 이하는 마시기 적당한 물로 분류하고 있다. 다양한 경도의 물이 마시기 적당한 물이라는 사실은 물 맛에도 개인차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울러 전문가 의견은 "깨끗하고 위생적으로 처리된 물은 다 좋은 물로 보면 되고, 미네랄이 들어 있으면 좀 더 좋은 생수"라고 한다. 또 미네랄의 양 보다는 미네랄의 비율이 더 중요하다는 기사도 있다.

결론은 미네랄 성분 보다 입에 맞는 깨끗한 생수를 마시면 된다.

같은 생수, 다른 가격

다음은 환경부에서 제공하는 먹는 샘물 업체 현황이다. 2016년 5월 기준으로 작성된 엑셀 문서다. 필요한 사람은 여기를 클릭해서 받으면 된다. 이 자료를 보니 왜 생수를 브랜드 보고 먹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삼다수는 취수원이 하나고 생산하는 제품도 삼다수, 한라수, Jeju 16 3종류 뿐이다. 한라수는 더 이상 생산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삼다수, Jeju 16 두개인 셈이다. 그러나 모든 업체가 제주 삼다수처럼 1~2종 자체 브랜드만 생산하지는 않는다.

대표적으로 자사 브랜드 2개, OEM 브랜드 13개를 생산하는 ㈜제이원은 무려 15 종류 생수를 생산한다. 자체 브랜드로 모닝캄과 크리스탈을 생산하고 있다. 그리고 OEM으로 남이섬 가평샘물, 본 도시락 미네랄 워터, 탐라수, 탐나수, 빅마켓 내추럴 미네랄 워터, 우리 가평샘물수, 가평 미네랄 워터, 하늘어린, 롯데마트랑 명지산 맑은샘물, 와팝, 굿샘, 석수, 젠터, 스마일365+수^[14]를 생산한다. 생수 생산과정을 모르기 때문에 자체 브랜드와 OEM의 차이를 모른다. 그러나 일반적인 생수 생산과정을 생각해보면 이 15가지 생수는 같은 생수이지만 다른 이름, 다른 가격으로 팔리고 있는 셈이다.

포천 이동면을 취수원으로 하는 업체는 4개가 있으며 자체 브랜드만 8개, OEM 브랜드는 20개에 달한다. 취수원이 같기 때문에 같은 생수로 본다면 중복 포함 총 28개 생수가 같은 생수, 다른 이름, 다른 가격으로 팔리는 셈이다. 생수업체는 2016년 기준으로 총 62개가 있으며 이 중 16개가 경기도에, 11개가 경남에 있다. 경기도에서 생산하는 브랜드는 자체 26개, OEM 96개로 중복 포함 총 118개 브랜드를 생산한다. 62개 업체에서 중복 포함 344개 브랜드를 생산하기 때문에 경기도에서 생산하는 생수가 전체 3분의 1에 달한다. 또 경남이 67개로 2위, 강원이 37개로 3위, 충북이 32개로 4위다. 생각보다 충북에서 생산되는 브랜드가 많았다. 강원도와 제주도는 자체 브랜드 비중이 높고 경기, 경남은 OEM 브랜드 비중이 높았다. 백산수는 백두산 중국 영역에서 취수하기 때문에 수입샘물로 분류된다.

출처: 국내 주요 생수 브랜드 수원지

또 OEM 브랜드 중에는 호텔 브랜드로 보이는 생수도 여러 개있었다. 하이트진로음료㈜에서 생산하는 'THE SHILLA', ㈜하이얏트샘물에서 생산하는 '하이얏트샘물' 등이 대표적이다. 포천음료㈜에서 생산하는 OEM 브랜드는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서울 판교 미네랄 워터',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케어',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미네랄 워터', 'JW메리어트 호텔 서울 미네랄 워터', '르네상스 서울 호텔 미네랄 워터', '메리어트 이그제큐티브 아파트먼트 서울 여의도 파크센터', '호텔 리츠 칼튼 서울 미네랄 워터' 등으로 판매용 생수가 아닌 군소 PB 상품을 다수 생산하고 있었다.

충북은 업체수는 4개지만 생산하는 브랜드는 꽤 많았다. 자체 브랜드로 13개, OEM으로 18개를 생산한다. 이 중 마셔본 브랜드는 없다. 진로석수와 석수는 마셔 봤지만 충주로 이사와서 마신 기억은 없다. 이외에 '성신학원 80주년 기념워터'와 같은 기념 생수, 맛있는8건강한8처럼 이름이 특이한 생수도 여럿 있었다. 한진제주퓨어워터는 한국공항㈜에서 생산하는 생수로 제주도 최초 생수라고 한다. 500ml 30개가 2'4500원으로 500ml 개당 820원인 나름 비싼 생수아다.

다른 생수, 같은 가격

환경부 먹는 샘물 업체 현황을 브랜드 별로 정리해 봤다. 석수라는 브랜드는 무려 14개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었다. 퓨리스는 10개, 아이시스는 특이하게 자체 생산은 없고 모두 OEM으로 생산했다. 공장수는 총 8개. 동원샘물 미네마인은 5개, 샘이깊은 동원샘물도 5개 공장에서 생산했다. 같은 브랜드인데 공장이 다르다. 결국 취수원이 다르다는 얘기가 된다. 취수원이 다르면 당연히 물맛도 달라진다. 브랜드가 같기 때문에 같은 생수로 알고 구입하지만 결국 다른 생수를 같은 가격에 구입한 셈이다. 여러 공장에서 생산하는 생수들은 맛이 일정하지 않다. 또 이런 생수 맛에 대한 기억도 좋지 않다. 대표적으로 아이시스가 있는데 충청샘물과 맛이 비슷했다.

스파클은 OEM으로만 생산했다. 천안시 성남면이 취수원인 ㈜대정, 울주군 두서면이 취수원인 ㈜삼정샘물, 가평군 하면이 취수원인 기쁜우리월드에서 만든다. 스파클 물맛에 대한 기억도 좋지 않은데 당시에는 생수에 큰 관심이 없어서 취수원을 확인하지 못했다.

다음은 OEM으로만 생산되는 생수들이다. 주로 PB 상품이 많았다. 다만 나름 이름있는 정식품 심천수 역시 OEM으로만 생산했다. 최근에 생산된 남양 天然水는 포천음료㈜에서 생산하고 있었다. OEM으로 생산하는 정식품 심천수는 화인바이오에서 생산하는 '지리산 물하나', '미네럴워터'와 맛이 거의 같을 것으로 생각한다. 아울러 심천수 보다 지리산 물하나가 더 저렴하다. 환경부에서 제공하는 먹는 샘물 업체 현황에는 '진로 석수'와 '석수'가 따로 나온다. 그런데 이 두 생수가 같은 제품인지 다른 제품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아이시스는 모두 OEM으로 롯데아이시스, ICIS(아이시스)를 함께 계산했으며 편의상 위에 있는 표에 기재했다.

남은 이야기

요즘 마시는 생수는 (주)크리스탈^[19]의 '큰아들 좋은샘'이다. 이 생수를 알게된 건 일화의 '아임워터'라는 생수때문이다. 옥션에서 우연히 '아임워터'라는 상당히 가격이 싼 생수를 발견했다. 2L짜리 12병 가격이 5900원에 불과했다^[20]. 여기에 무료배송까지. 물맛은 어떨까 싶었는데 물맛도 나름 괜찮았다. 삼다수, 한라수 보다는 못하지만. '아임워터' 제조사가 (주)크리스탈이라 찾아보니 '큰아들 좋은샘'이라는 자체 브랜드가 있었다. 가격은 2L 12병 5500원 무료배송이었다. 생수를 또 바꿀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 이 생수를 마실 것 같다.^[21].

오색약수, 녹물 탄산수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을 갔다. 오색약수가 워낙 유명한 약수라 관광차가 오색약수에 들렸다. 그 유명한 맛을 보기 위해 물 한바가지 떠서 바로 마셨다. 그리고 바로 뱉어냈다. 내 기억으로 오색약수 맛은 녹물에 탄산을 넣은 맛이었다. 오색약수 성분표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정말 많은 미네랄이 함유되 있다. 이렇게 포함된 미네랄 성분 중 철도 있다. 녹물에 탄산을 넣은 맛이 들었던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오색약수를 약수로 마시는 사람도 있다. 미네랄 맛에 길들여지면 맛있게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은 연수에 익숙하다. 지금까지 주로 연수를 마셔왔기 때문이다. 한라에서 백두까지 우리 땅에서 나는 물은 대부분 연수다.

철분의 영향인지 약수 주번에는 이런 녹자국이 상당히 많다. 수소, 규산, 염소, 황산, 불소, 망간, 중탄산, 철, 나트륨, 칼륨, 칼슘 등 다양한 미네랄이 포함되 있다.

보길도 추억

꽤 오래 전 일이다. 대학교 1학년 때니 벌써 30여년 지난 일이다. 당시 남도 쪽에 일가 친척들이 많아 배낭하나 메고 남도를 돌았다. 그러다 대학교 선배, 친구와 함께 보길도로 여행을 갔다. 보길도에 도착하자 마자 다소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선착장에서 멀어질 수록 물가가 올랐다. 선착장 바로 앞 구멍가게는 삼양 라면을 200원에 팔았다. 선착장에서 해수욕장 중간 쯤에도 구멍가게가 있었는데 여기는 라면이 300원. 중리 해수욕장에는 무려 500원이나 받았다. 뭍하고 비교하면 무려 5배를 받는 셈이었다.

처음에 도착한 중리해수욕장. 정말 물이 맑다. 또 바닥 모래도 정말 곱다. 동해안 해수욕장 모래를 생각하면 안된다. 거의 밀가루 같은 모래다. 그런데 물속에서 걸어 다녀도 이런 모래가 일어나지 않는다. 마치 단단한 진흙을 밟는 것 같았다.

보길도로 여행 할 생각을 하고 출발한 여정이 아니기 때문에 취사 도구가 전혀없었다. 그래서 해수욕장의 작은 구멍가게 아주머니께 라면을 끓여 줄 수 있는지 물었다. 된다고 해서 일단 셋이서 소주 한병에 라면을 먹었다. 소주 가격은 기억나지 않지만 끓인 라면 가격은 아직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라면값 500원+가스값 100원, 600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학교 앞 음식점에서 라면을 500원 정도 받을 때였기 때문에 학교 앞 음식점에서 사먹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관광지로 개발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보길도에서 2박 3일을 묶었다. 끼니는 라면 한두끼로 때웠다. 보길도 중리 해수욕장에서 지낼 때 가장 견디 힘든 일은 바로 물이었다. 어찌된 일인지 물에 맛이 없었다. 아무 맛도 없는 물을 며칠 먹어도 죽지는 않는다. 그런데 물을 아무리 많이 마셔도 갈증이 해소되지 않았다. 갈증 날 때 콜라를 먹는 기분이었다. 보길도를 떠나는 날 마지막으로 예송리와 윤선도 유적지를 방문했다. 윤선도 유적지를 찾아 가는 중 작은 실개천을 발견했다. 그 실개천 옆 둑에서 깨끗한 물이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뒤로는 울창한 송림이 펼쳐져 있고 해변은 모두 검은색 몽돌이었다. 맨발로 걸어봤는데 열을 흠뻑 담은 자갈 때문에 걷기 힘들 정도로 뜨거웠다. 예송리 가는 고개에서 바라본 예송리는 정말 멋들어 졌다.

혹시나 싶어서 이 물을 받아 마셔봤다. 그런데 작은 야산 근처라 그런지 '물에 맛이 있었다'. 이틀 동안 물다운 물을 마셔보지 못한 우리는 허겁지겁 그 물을 손으로 받아 마셨다. 보길도가 얼마나 크다고 해수욕장을 벗어나 조금 내륙으로 들어오자 물 맛이 있었다. 이틀 동안 못마신 물을 여기서 다 마셨다. 정말 토할 때까지 마셨다. 지금 기준으로 "그런 물을 어떻게 먹냐?"고 생각 할 수 있다. 그러나 보길도는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청정지대였다. 또 꼭 보길도가 아니라고 해도 산행 중 계곡물을 받아 마시는 일은 종종 있었다.

환경부 배포 자료의 문제점

환경부 자료는 오탈자, 띄어쓰기 등 상당히 문제가 많았다. 자체에서 쓰고 버리는 자료가 아니고 무려 배포용 자료인데 문외한이 봐도 틀린 곳이 너무 많았다. 환경부 자료를 보면 탐라수도 있고 탐나수도 있다. 탐나수가 탐라수의 오자로 보이지만 환경부 자료만으로는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탐라가 제주도를 지칭하기 때문에 제주도 물이라는 뜻의 탐라수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탐나는 물이기 때문에 '탐나수'라고 했다고 해도 큰 무리는 없다. 따라서 자료만으로 오타 여부를 구분하기는 힘들었다.

크리수탈은 크리스탈의 오자로 볼 수 있다. 그런데 크리수탈은 더 워터㈜의 자체 브랜드이고 크리스탈은 ㈜제이원 자체 브랜드였다. 같은 브랜드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 걸 생각하면 오타로 보기 힘들었다. 같은 제품군으로 보이는 석수도 석수, 진로석수, 하이트진로석수로 3가지 표기이 사용됐다. 띄어쓰기도 남양天然水, 남양 天然水처럼 할 때도 있고 안할 때도 있고 도무지 종잡을 수 없었다. 영어 표기, 한글+영어 표기, 영어+한글 표기 등 표기 일관성도 없었다.

이동 크리스탈, 얼린 수돗물 맛

큰아들 좋은샘, 아임워터, 강블리 수블리^[22] 등 (주)크리스탈의 생수를 주로 마셨다. 생수맛이 특출난 것은 아니지만 일단 가성비가 뛰어났다. 할인 쿠폰을 적용하면 48개에 2만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었다. 먹을 만한 생수가 병당 420원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가성비로는 거의 탑이었다. 그러다 오리온에서 나온 닥터유 제주용암수라는 제품이 눈에 들어왔다. 일단 용기가 특이했다. 또 삼다수, 한라수 등 제주에서 생산된 생수맛이 좋았기 때문에 더 눈길이 갔다. 여기에 몸에 좋은 알카리수라는 문구까지. 결국 오리온 닥터유 제주용암수를 구입했다.

맛은 평이했다. 삼다수나 한라수 보다는 못하고 다른 생수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마시다 보니 한라수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병당 가격이 880원이니 (주)크리스탈의 생수에 비해 가격은 배나 비쌌다. 따라서 닥터유 제주용암수를 다 마신 뒤 다시 (주)크리스탈의 생수를 찾았다. 그런데 그 사이 가격이 오른 듯 48개 2만원 초반대 제품은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최저가 검색을 통해 찾은 제품이 이동 크리스탈이었다. 24병에 9810^[23]원. 병당 409원에 불과했다. 이름이 크리스탈이라 별다른 확인없이 이 제품을 구매했다. 그리고 벌어진 참사.

아들: 아빠, 생수가 수돗물 얼린 맛이야!

요리에도 관심이 많고 맛도 잘 보는 큰 아들 녀석이 냉장고에 있는 생수를 마신 뒤 내린 평가다. 생수 및 생수 상품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기 때문에 말 그대로 블라인드 테스트한 셈이다. 그런데 '얼린 수돗물 맛'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난 더치커피를 희석할 때 생수를 사용한다. 따라서 맛이 좀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생수만 마신 것 보다는 맛에 대한 평가가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아무튼 '얼린 수돗물 맛'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다만 충주 수돗물은 서울 수돗물에 비해 조금 더 생수맛에 가깝다. 수돗물을 끓이지 않고 마셔도 서울 수돗물처럼 역하지는 않다^[24]. 따라서 아들 녀석이 생수를 수돗물이라고 생각했다고 해서 서울 수돗물 맛을 상상하지는 말기 바란다.

몽베스트도 수돗물?

알리 천억 페스타 특가 상품으로 몽베스트가 올라왔다. 500ml 20개, 1L 12개 5000원인 상품이었다. 국내 최저가와 비교하면 배송비 정도 싼 상품인데 2L 12개로 착각하고 주문했다. 1L 짜리는 주로 라면 끓일 때 사용하고 500mL는 아이스볼을 만들 때 사용했다. 아이스볼은 더치커피를 마실 때 사용했었는데 갑자기 더치커피에서 수돗물 맛이 났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몽베스트로 만든 아이스볼 문제로 보였다. 결국 생수를 바꿔 아이스볼을 만드니 수돗물 맛이 사라졌다. 수돗물 맛이 나는 원인을 찾으러 다시 환경부 생수 업체를 찾아봤다. 몽베스트를 만드는 업체는 정확히 이동 크리스탈을 만드는 업체와 같았다.

제주 탐사수 vs 쿠팡 탐사수

쿠팡 가격이 가장 싼 제품이 있어서 쿠팡에 접속했다. 쿠팡 와우 가입비가 7900원이고 쿠팡 와우에 가입하면 8000원 할인 쿠폰을 주기 때문에 오랜만에 쿠팡 와우에 가입했다. 그리고 물건을 주문했는데 아무래도 효능에 의문이 있어서 취소했다. 이렇게하자 쿠팡 할인 쿠폰 8000원이 남았다. 6월 6일에 가입했는데 6월 9일이 만료라 무얼 살까 고민하다가 오래 둬도 괜찮고 꼭 필요한 물건이 생수라 삼다수를 검색했다. 그리고 찾은 생수가 바로 제주 탐사수다. 설명을 보니 과거 아주 잘 마셨던 제주 한라수와 똑 같았다^[25]. 36개의 가격이 2'3290원으로 개당 647원 꼴이니 가격도 괜찮았다.

제주 탐사수나 쿠팡 탐사수 모두 쿠팡 PB 상품임을 표시하는 이 그림으로 시작한다. 따라서 여기만 보고 구입하면 가격은 싸지만 물맛은 보증할 수 없는 쿠팡 탐사수를 구입하게 된다^[26].

혹시 쿠팡 보다 더 싼 물건이 있을까 싶어서 최저가 검색을 해봤다. 그러다 발견한 생수가 바로 탐사수였다. 36개의 가격이 고작 1'6800원으로 개당 467원에 불과했다. 설명 첫부분도 제주 탐사수와 똑 같았다. 쿠팡 쿠폰 8000원을 적용하면 8800원에 구입할 수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쿠팡 탐사수와 제주 탐사수를 같은 생수로 알았다. 일단 한라수 홈페이지로 가서 탐사수가 있는지 확인해 봤다. 그런데 한라수 홈페이지에는 한라수와 용암수만 있을 뿐 탐사수는 없었다. 결국 인터넷을 검색한 뒤 하이트진로음료에서 쿠팡에 납품하는 PB 상품으로 탐사수가 있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다시 쿠팡 탐사수가 제주 탐사수와 같은 제품인지 아닌지 확인해 봤다. 제주 탐사수는 제주를 수원한 용암해수(혼합음료)고 쿠팡 탐사수는 운주산, 구룡산, 가지산, 축령산, 화야산, 연인산, 금주산으로 수원만 무려 7개인 일반 생수(먹는샘물)였다. 즉, 제주 탐사수와 쿠팡 탐사수는 기본적으로 수원이 완전히 다르며 쿠팡 탐사수는 7개 수원 중 한 곳에서 랜덤으로 발송하기 때문에 병 모양도 다르다고 한다. 여기까지 알아내고 바로 쿠팡 탐사수 주문을 취소하고 제주 탐사수를 주문했다. 다만 제주 탐사수와 쿠팡 탐사수의 첫부분 설명이 완전히 똑 같고 이어지는 설명이 다른 걸로 봐서 탐사수는 쿠팡 PB 상품으로 제주를 수원하는 하는 제품만 제주 탐사수로 판매하며 나머진 쿠팡 탐사수로 파는 걸로 보였다.

혼합음료 vs 먹는샘물

혼합음료라고 하면 먹지 못하는 물에 다른 과정을 거쳐 음료로 만드는 것 같은 인상이 있다. 샘물은 수원에서 물을 채취, 여과후 제품화하기 때문에 혼합음료에 비해 후가공이 없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혼합음료라고 해서 먹는샘물 보다 품질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참고로 제주도는 제주개발공사가 만드는 생수(삼다수)와 한국공항이 만드는 생수(한진제주퓨어워터) 외 다른 생수는 모두 혼합음료로 분류된다. 바로 제주도특별법 때문이다. 제주특별법 제380조에 따라 제주개발공사와 한국공항만 먹는 샘물을 생산할 수 있다.

한도그린F&B(구 제이크리에이션)같은 제주용암해수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은 염지하수를 이용한 음료만 제조할 수 있다. 한도그린F&B의 한라수, 오리온의 용암수, 쿠팡의 제주 탐사수, 코카콜라의 '휘오 제주' 모두 혼합음료로 유통된다^[27]. 제주 탐사수와는 다른 케이스지만 원수에 특정 성분을 강화해서 유통하면 역시 혼합음료가 된다.

쿠팡 탐사수는 2021년 수질기준 위반으로 적발됐다. 수원이 7곳이기 때문에 모든 곳이 걸린 건 아니지만 이렇기 때문에 수원이 많은 생수는 거르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