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통 손난로
초등학교 때 손난로가 유행했다. 멸치통에 방열재로 유리섬유를 넣고 그 안에 석탄 하나를 넣은 손난로다. 석탄 하나가 얼마나 오래갈까 싶지만 의외로 오래간다. 그러나 문제는 석탄을 태우는 구조라 냄새가 심하다. 무엇보다 힘든 건 너무 뜨거웠다. 오늘 소개하는 손난로는 따뜻함을 빼면 내 추억의 손난로와는 차이가 크다. USB로 충전하며 의외로 따뜻하다.
추억의 멸치통 손난로
요즘은 물건을 고쳐쓰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따라서 아파트 쓰레기통에 가보면 쓸만한 제품이 버려져 있는 것을 종종 발견한다. 이런 현상은 고급 아파트일 수록 더 심한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어렸을 때는 비닐 우산도 고쳐썼다. 헌겁 우산은 아예 동네를 돌며 고쳐주는 분이 따로 있었다. 그 정도로 당시에는 고쳐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신문지를 화장지로 쓰고 누가 얻어온 딱 성냥 하나로 하루 종일 놀던 그 시절을 추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그러나 물자는 부족해도 그 시절은 땅 냄새, 사람 냄새가 듬뿍 나던 시절이었다.
아마 초등학교에 다닐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학교 아이들 사이에 손난로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구조는 아주 간단하다. 요리를 하는 분이라면 국물을 낼 때 사용하는 멸치통을 잘 알것이다. 이 멸치통에 유리섬유를 넣는다. 그리고 유리섬유안에 다시 석탄 한조각을 넣어 손난로라고 들고 다녔다. 누가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유리섬유는 방열재로 쓰이기 때문에 이런 손난로가 가능했다. 석탄 하나가 얼마나 갈까 싶지만 지금 기억으로 의외로 오래 갔던 것 같다.
아이들 모두 손난로를 들고 다녔기 때문에 나도 돈을 모아 손난로를 하나 구입했다. 당시 학교 앞 문방구도 지금과 비슷했다. 아이들 주머니를 털기 위한 불량식품, 불량완구들이 많았다. 아이들이 쓰기에 조금 위험해 보이는 손난로이지만 역시 문방구에서 팔았다. 손난로를 달라고 하면 멸치통과 유리섬유 조각을 내준다. 또 불붙은 석탄은 학교 난로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다만 이런 구조 때문에 손난로가 너무 뜨거웠다.
없이 살던 시절 추억의 손난로이다. 불붙은 석탄을 멸치통에 넣어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손으로 들고 다니기에는 너무 뜨겁다. 또 석탄이 타면서 나오는 가스는 연탄 가스 못지 않게 독했다. 여기에 멸치통이 열려 화상을 입는 아이까지 있었다. 그러나 손난로라고 하면 어린 시절 이 손난로가 생각난다. 돈을 모아 어렵게 산 뒤 독한 개스 때문에 바로 부모님께 빼았겼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모양이 이 멸치통과 똑 같지는 않다. 그러나 거의 이런 형태였다. 이 통에 유리섬유를 가득 채우고 유리섬유 가장 안쪽에 석탄 하나를 놓는다. 두껑에 잠금 장치가 있지만 결합력이 약해 쉬 열리는 구조였다.
USB 손난로(Rechargeable Hand Warmer)
오늘 고물상으로 부터 USB 손난로를 받았다. MP3 형태의 아주 작은 손난로로 리뷰용 제품이다. 컴퓨터의 USB 단자를 통해 충전하고, 일단 완충되면 연속해서 두시간 정도 사용할 수 있다. 배터리 용량은 1250mAh로 디자인을 조금 바꾸면 충전기로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 제품이다. 열량이 얼마나 될까 싶다. 공기중에서 손으로 잡고 있으면 열량은 얼마되지 않는다. 그러나 주머니 속에 넣어 두면 의외로 따뜻한 손난로 이다. 고물상에서 팔고 있고 포장에도 고물상 제품으로 되어 있지만 이지기어(ezGear)에서 30불에 판매하는 제품이 아닌가 싶다. 참고로 고물상에서는 2만2천원에 팔고 있다.
포장은 상당히 간단하다. 앞면에 Rechargeable Hand Warmer라고 쓰여 있고 뒷면에 간단한 사용법이 나온다. 사용법도 간단하다. 전원 단추를 눌러 '켜고 끄는 동작'만 하면 된다. 따라서 뒷면 설명서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본체에 달려 있는 LED 두개의 동작 상태만 확인하면 될 듯하다. 설명에는 연속 두시간 사용이 가능하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이지기어 사이트에서는 세시간으로 설명하고 있고 고물상 제품 설명 페이지의 댓글로도 세시간 사용이 가능하다고 되어 있는 것으로 봐서 완전히 방전될 때까지 세시간 정도의 사용이 가능한 것 같았다.
안쪽 케이스를 서랍처럼 빼면 손난로와 악세사리가 나타난다. 뒷면에는 사진처럼 니트 파우찌, 25cm 길이의 USB 케이블, 조금 긴듯한 스트립이 포장되어 있다. 앞면에는 작은 MP3처럼 보이는 손난로가 있다. 90x40x8.5mm로 막대형태의 MP3 플레이어처럼 보이는 제품이다. 앞, 뒷면 모두 금속 재질로 되어 있기 때문에 디자인은 작고 깔끔하다. 또 손으로 잡은 사진을 보면 알 수 있지만 남자치고는 손이 작은 편인 나에게도 상당히 작은 크기다.
핸드 스트립은 손목에 걸고 다닐 수 있도록 조금 길다. 그러나 폭이 조금 넓기 때문에 핸드 스트립의 디자인은 조금 떨어진다. 손난로는 그 특성상 외부 공기에 바로 접촉하는 것 보다는 주머니 같은 것에 넣어 두는 것이 낫다. 따라서 이 제품도 작은 니트 파우찌를 제공한다. 그러나 손난로의 디자인에 비해 니트 파우찌와 핸드 스트립의 디자인은 조금 떨어지는 것 같다. 참고로 이지기어(ezGear)에서는 여러 종류의 니트 파우찌를 제공하지만 고물상에서는 핑크 한색만 제공하는 듯하다.
제품 윗면에는 사진처럼 전원 단추, 두개의 LED와 USB 충전 포트가 있다. 따라서 동작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전원 단추를 누르면 최고 40도까지 온도가 상승한다. 두개의 LED 중 왼쪽에 있는 LED가 상태 LED, 오른쪽에 있는 LED가 충전 LED이다. 왼쪽 LED가 녹색일 때 사용하고 적색일 때 충전하면 된다. 충전 LED는 다른 전자기기와 마찬 가지로 충전중일 때는 적색, 완전히 충전됐을 때는 녹색으로 바뀐다.
총평
작년까지 사용하던 손난로는 Zippo Hand Warmer처럼 기름을 사용하는 손난로였다. 기름 난로의 장점은 역시 '화력이 좋다'는 점이다. 단점이라면 기름을 매번 충전하기 귀찮는 점, 손난로를 사용하기 위해 라이타가 꼭 필요하다는 점인 것 같다. 또 기름과 불을 이용하다 보니 아이들이 사용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 반면에 오늘 소개하는 USB 손난로는 기름 난로와는 반대의 장단점을 지닌다. 즉, 열량은 조금 부족하지만 사용하기 쉽고 편하다. 또 아이들이 사용해도 큰 문제가 없다.
40도라고 하면 체온 보다 4도 정도 높은 온도다. 따라서 공기중에 손으로 잡고 있으면 뜨겁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러나 공기를 차단한 주머니에 넣어 두면 작은 크기에 비해 의외로 따뜻하다. 또 일단 전원을 켜면 의외로 빠른 시간(1~2분)안에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남은 이야기
얼마 전의 일이다. 아이들과 함께 집에서 롯데 마트까지 걸어갔다. 걸어 가면서 둘째 다예 손을 잡고 가다 보니 다예가 묻는다.
다예: 아빠!
도아: 왜?다예: 남자들은 왜 손이 따뜻해?
도아: 여자들 손잡아 주라고.
물론 다예도 믿지 않는 답변이다. 그러나 다예의 말처럼 남자들은 보통 손이 따뜻하다. 반면에 여자들은 손이 조금 차갑다. 따라서 이 손난로는 남자들을 위한 제품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날이 저물어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하는 여자 친구, 추운 겨울 손을 잡아 따뜻함을 전하고 싶은 남자의 마음, 이런 마음을 전하기 위해 여자 친구에게 선물하면 딱인 제품 같았다. 다만 모든 전자제품은 열에 약하다. 손난로이니 구조는 간단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도 열을 내는 전자제품이라 얼마나 오래 사용할 수 있을지에는 다소 의문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