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일로 조금 일찍 집으로 복귀했다. 늘어 선 차들 때문에 동서울 톨게이트를 빠져 나오는 것도 쉽지 않았다. 서이천 IC에서 빠진 뒤 국도를 타고 오는 길은 생각대로 막히지 않았지만 충주 초입에서 다른 지역으로 빠지려는 차들도 또 한번 막혔다. 그리고 집에 도착 잠시 눈을 붙인 뒤 컴퓨터를 만지고 있었다. 갑자기 들리는 우엉맘의 목소리.
우엉맘: 너 내려가!
우엉맘: 내가 너 때문에 못살아.
보통 우엉맘이 저렇게 화를 내는 때는 다예와 싸울 때이다. 우영이는 엄마가 화를 내면 겁을 먹지만 다예는 지뜻에 맞지 않으면 달래도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엉맘과 다예가 다툴 때는 소리가 조금 커진다. 안방으로 가보니 역시 다예는 방한쪽 귀퉁이에 앉아 울고 있었다. 아울러 아빠를 보자 서럽게 우는 다예.
도아: 다예야. 왜 울어.
다예: (아빠를 보자 조금 진정되며) 응, 내가 모르고 그랬거든.
우엉맘: 뭘 모르고 그래! 가져다 두라고 하니까 지가 성질나서 던졌으면서!
다예: 엄마거잖아? 그러니까 엄마가 가져다 둬야지.
내막을 보니 우엉맘이 아끼는 핀을 다예가 들고 다니자 가져다 두라고 한 것. 성깔이라면 한성깔 하는 다예가 화가나 엄마에게 던진 모양이었다.
도아: 다예야. 엄마한테 물건 던진 거 잘못했어? 잘했어?
다예: 잘못했어.
도아: 그럼. 엄마한테 사과해야지.
남한테 잘못했다는 이야기는 죽어도 하기 싫은 다예. 그러나 상황이 상황인지라 엄마에게 사과하기 위해 침대에 올라갔다. 그리고 거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다른 곳은 보며.
다예: (작은 목소리로) 엄마, 미안해.
도아: 다예! 그렇게 사과하면 어떻해? 엄마한테 들리게 사과해야지.
다예: (큰 목소리로) 엄마. 미안해.
우엉맘: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은 우엉맘) 몰라. 너랑 안놀아!!!
결국 베란다에서 우엉맘의 핀을 찾아 준 뒤 이 사태는 진정되었다. 그러다 느낀 점은 역시 다예의 잔머리. '처음에는 모르고 그랬다'고 거짓말을 하다가 들통나자 고민하지도 않고 이내 '엄마 것은 엄마가 치워야 한다'는 것으로 작전을 바꾼다. 생각해 보면 다예는 상황에 따라 말을 아주 효과적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