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신

나는 최수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연기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인간성이 못된 것도 아닌데 왠지 최수종이라는 배우가 달갑지 않다.

KBS에서 방영하는 드라마중 상당수의 드라마에서 최수종은 항상 주인공역을 맡아왔다. 그러나 그의 연기에는 항상 힘이 부족했다. 김영철이 궁예로 나올 때까지는 왕건이라는 드라마를 열심히 봤지만 최수종이 왕건으로 나오자 그 뒤부터는 재미가 없어졌다. 아마 이것이 최수종 연기의 한계일 것이다.

이런 최수종에대한 이미지 때문에 해신 장보고라는 드라마를 KBS에서 하고 있었지만 거의 보지않았다.

얼마전 "해신 장보고가 재미있으며, 최수종이 생각보다는 잘 어울린다"는 얘기를 여동생으로 부터 들었다. 설마하는 생각으로 해신 장보고를 보았다.

그런데 동생의 말처럼 생각보다는 재미있었고, 의외로 최수종의 역이 잘 어울렸다. 아마 최수종 역시 스스로의 연기에대한 한계를 알고 고치려고 노렸했을 것이다.

그러나 해신 장보고를 계속보고 있자니 계속 MBC에서 방영했던 상도가 생각이 났다. 기본적인 스토리의 구성도 그렇고, 자미부인이라는 절대악도 그렇다. 자미 부인의 양녀가 주인공 장보고를 좋아하는 것도 상도의 송방 대방 박주명의 며느리가 임상옥을 좋아하는 것과 비슷하다.

해신 임상옥

상술을 중시한 송상과 상도를 중시하는 만상, 그리고 주인공이 당연히 송상이 아니라 만상에 발탁 성공하는 내용은 자미부인의 수하로 있다가 상도를 중시하는 설평에게 발탁되어 성공하는 장보고의 내용과 거의 비슷하다. 아울러 만상의 딸이 임상옥을 좋아하는 내용이나 설평의 딸, 채령이 장보고를 마음에 두고 있는 것도 비슷하다.

잘생긴 외모, 뛰어난 머리, 강인한 의지...

물론 이러한 요소는 대부분의 무협지 주인공들의 공통적요소이다. 아울러 상도와 해신 장보고의 원작자가 최인호라는 점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이 주인공의 개성을 없애는 결과를 초래하며, 결국 그나물에 그밥이라는 핀잔을 듣게된다.

글을 업으로 사는 사람들에게 이 부분이 가장 어려운 일일것이다. 매 작품마다 다른 캐릭터의 주인공을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재능이다. 그러나 이러한 재능 뒷면을 살짝 엿보면 모든 면에 완벽한 신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단점많은 인간을 주인공을 내새우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이점이 재능보다 더 중요한 것 같다.

한 예로 김용의 영웅문을 보면 전혀다른 성격의 주인공(따라서 여러가지 단점을 가진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우직한 곽정(사조 영웅문), 영악한 양과(신조협려), 순수한 장무기(의천 도룡기).

이들 주인공중 가장 인기있으며, 작가 역시 가장 정이가는 캐릭터는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은 것처럼 보이는 장무기라고 한다.

얘기가 잠이 옆길로 샛다.

해신 장보고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최인호의 소설을 읽어보지 않은 나로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이야기 전개와 등장 인물의 캐릭터를 보면 상도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 아마 그렇다면

해신 임상옥....

이라고해도 무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은 이야기

이 글은 '해신 장보고'를 깍아 내리기위해 쓴 글이 아닙니다. '해신 장보고'를 보면서 예전에 제가 무척 좋아하던 드라마, 상도와 너무 비슷하다는 생각에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