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크섬의 비밀
나이가 들기는 했지만 역시 신성우라는 생각이 든다. 테리우스라는 별명에 걸맞게 아직도 몸매는 녹슬지 않았다. 신성우을 좋아하는 순진, 깔깔한 부장 그리고 이들의 관계는 얽히고 설혀있다.
최근 본 시트콤 중 최고를 꼽으라고 하면 올초 종영한 김치, 치즈, 스마일을 꼽는다. '강자'에서 연기 변신에 성공한 수영(며느리)과 어리버리한 병진(큰아들), 그리고 산하와 기준, 혜영(큰딸)의 삼각관계. 기준, 현진, 연지(작은 딸)의 복합 삼각관계, 산하를 둘러싼 미스터리등 시트콤이지만 마치 최종회까지 미리 기획된 것처럼 느껴진 시트콤이었다. 아울러 적절한 과장과 배우들의 절제된 연기, 상황이 만들어내는 웃음은 최고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았다.
그러나 "김치, 치즈, 스마일"에 이어진 '코끼리'는 시트콤의 이런 미학을 이어받지 못한 드라마였다. 명색이 시트콤이지만 억지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장치외에 별 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후반부로 가면 아예 시트콤이라는 장르를 포기한 듯했다. 그러다가 최근 다시 열심히 보기 시작한 시트콤이 바로 크크섬의 비밀이다.
나이가 들기는 했지만 역시 신성우라는 생각이 든다. 테리우스라는 별명에 걸맞게 아직도 몸매는 녹슬지 않았다. 신성우을 좋아하는 순진, 깔깔한 부장 그리고 이들의 관계는 얽히고 설혀있다.
일단 크크섬의 비밀에 대해 결론부터 간단히 이야기하면 '뭐가 재미있는지 모르겠다'. 폭소를 유발하는 장면은 눈을 씻고 찾아 봐도 보이지 않는다. 모 회사의 하계 수련회 중 배가 난파된다. 그리고 그 섬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시트콤이다. 부장을 빼면 모두 꺼벙하다. 이런 사람들로 회사가 유지될까 싶지만 모두 꺼벙하다. 무인도로 알고 있던 섬에서 휴대폰이 터진다. DMB도 된다. 여기에 첩자까지 있다. 난파된 이유도 난파가 아닌 음모다.
먹고 살기 힘들어진 신성우가 꺼벙한 과정역으로 나와 젊은 배우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몸매를 뽐낸다는 것을 빼면 이렇다할 재미를 주는 부분은 별로 없다. 그런데 다음 회가 기다려진다. 오늘도 송계계곡에서 망중한을 끝내고 새벽 0시에 일어나 가장 먼저 본 드라마가 바로 크크섬의 비밀이다.
시트콤 사상처음으로 무인도를 배경으로 한다는 설정 때문인지 아니면 꺼벙한 캐릭터가 배역에 녹아나서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다지 재미있을 것같지 않은 시트콤이 의외로 중독성이 있다. 그래서 요즘 가장 즐겨 보는 드라마가 크크섬의 비밀이다. 다만 최근 올림픽 때문인지 이번 주에는 5, 8일 방영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