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는 글', '지지하는 정당'(민노당) 이런 것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나를 진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진보라기 보다는 보수이다. 내가 민노당을 지지하는 것은 민노당의 정책이 내 기준과 맞아서가 아니라 진보 진영의 지지율이 15% 이상은 되야 한다는 소신 때문이다.
삼성 비자금과 같은 사회 부조리에 관심이 많은 것은 진보라서가 아니라 진정한 보수이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보수는 다음과 같다. 예를들어 오래된 집이 한채 있다고 치자.
- 수구
- 무너질 것을 알아도 고치지 않는다. 수구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잘못을 알아도 고치지 않는 한나라당을 생각하면 쉽다. 보통 수구는 국수와 뜻이 통하지만 한나라당은 국수주의도 아니다. 그냥 세도정치로 터잡고 나라팔아 유지해온 이익집단이다.
- 보수
- 집에 대해 철저히 조사를 한다. 그리고 정말 무너질 가능성이 많은지, 그대로 유지할 때 드는 비용, 보수할 때 드는 비용, 개축할 때 드는 비용을 고려해서 유지, 보수, 개축을 결정한다. 즉, 고칠 것은 고치고 지킬 것은 지킨다. 현재 이런 중도 정당은 우리나라에는 없다.
- 진보
- 무너질 가능성을 보고 또 사회의 형평을 생각해서 집을 고친다. 이러 저러한 것을 고려하고 집을 바꾸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집을 새로 짓는 방법으로 일을 진행한다. 따라서 돈은 들지만 가장 빠르다.
난 진정한 보수는 무조건 지키는 것이 아니라 지킬 것은 지키고 고칠 것은 고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의미라면 나는 진보가 아니라 보수가 맞다.
꽤 오래 전의 일이다. QAOS.com의 회원 중 한분이 연락을 주셔 만난적이 있다. 이분 아버님께서 대법원장을 지내셨고 이 분 역시 김영삼 정부 시절 국무총리실에 있다가 미국으로 유학, 현재는 국제 변호사 및 교수로 활동하고 계시는 분이다.
집안을 보면 우리 집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 그래서 나와 입장 차이도 분명하다. 이 분은 자신을 보수, 세계적인 스펙트럼에서는 진보라고 생각하신다. 그러나 나와 모든 부분이 다르다. 내가 문국현 후보를 지지한다면 이 분은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다. 물론 이전에는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으며 항상 진보쪽 인사(우리가 알고있는 노무현, 김근태등등의 안사)을 욕하는 때가 많다.
내 성격을 보면 만나지 않아야 정상이지만 서울에 올라가면 가끔 들리고 컴퓨터도 봐주고 할 정도로 친하게 지낸다. 나와 전혀 다른 환경과 입장에 있지만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요소는 많지 않다. 적어도 내 성격을 생각하면.
이 분과 지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이 있다. 바로 주차할 때였다. 아마 다른 곳에서 식사를 하고 집에서 술을 마시기 위해 맥주를 사가지고 아파트에 왔을 때였다. 이분이 살고 계시는 아파트는 지어진지가 조금 오래된 아파트라 주차 공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지상에도 주차할 곳이 없고 지하에도 주차할 곳이 없었다.
결국 지상에서 지하로 지하에서 지상으로 근 한 시간을 넘게 주차할 곳을 찾아 다녔다. 내가 보기에 주차해도 괜찮을 것 같은 장소를 발견해서 얘기하면 저 곳은 앞 차가 나올 때 문제가 될 수 있고 저 곳은 뒷 차한테 피해를 주고 하면서 주차 보다는 다른 사람을 더 배려하는 것이었다. 이런 일에는 나름대로 남을 먼저 배려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이런 모습을 보니 이 분이 달라 보였다. 이분과 친해지게된 계기이다.
주위에서 살펴보면 알 수 있지만 작은 질서를 잘 지키는 사람이 큰 질서도 잘 지킨다. 작은 질서를 무시하는 사람은 그 크기와 상관없이 질서 자체를 무시한다. 얼마 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이런 법 질서룰 무시하고 아들과 딸을 위장 취업시켰다고 한다. 그리고 적지 않은 이런 일을 본인의 불찰이라고 변명했다고 한다.
국법을 어긴 일이 고작 '불찰'에 불과하다.
비전도 없고 도덕성도 없는 이런 사람. 그래서 불현듯 궁금해 졌다. 이 분은 아직도 이명박을 지지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