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에 다닐 때 일이다. 같은 연구실에 있던 선배형은 경력이 조금 특이했다. 일단 색약이었다. 처음 다닌 학교는 경희대 물리과였었는데 공대가 가고 싶어서 숭실대 전자과에 입학했다고 한다. 보통 색맹, 색약은 이공 계열에서는 뽑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숭실대는 미션 계열이라서 이런 장애에 대한 차별이 별로 없어서 입학이 가능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형은 지금까지 만난 사람 중 운전을 가장 잘한다. 가장 잘한다는 것은 빨리, 여기 저기 잽싸게 잘 끼어든다는 뜻이 아니라 정말 탑승자가 편하게 운전한다. 급 출발 , 급 정차도 없고 신호도 아주 잘 지킨다. 밤 길 신호등을 지날 때면 신호와 무관하게 속도를 줄이고 통과한다.
운전을 너무 잘해서 그 비결을 물었더니 군대에 가기전에 건설회사 사장님의 운전기사를 하면서 배운 것이라고 한다. 건설회사다 보니 여기저기 발로 뛰는 경우가 많고 시간에 쫓기는 때가 많다. 그래서 이 덕에 운전이 아주 험악해졌다고 한다. 제대한 뒤 생각해 보니 운전이 너무 난폭한 것 같아 그때부터 계속 고쳐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형의 차를 타고 가면 항상 편안하다. 프로젝트 보고서를 인쇄하기 위해 충무로에 갈 때 일이다. 갑자기 차가 급정거했다. 그 이유는 갑자기 골목에서 튀어나온 빨간색 프라이드 때문이었다. 놀라서 처다보니 그 빨간색 프라이드 운전자는 뒤를 힐끔 보더니 손을 살짝 흔들고 바로 사라지는 것이었다. 짐작하겠지만 여성 운전자이다. 우엉맘도 이런 식으로 골목길에서 빠져 나오기 때문에 항상 주의를 주지만 이런식으로 운전하는 여성 운전자가 많다.
예전에 라디오에서 들은 얘기이다. 미국에서 위험한 운전자 순위를 조사했다고 한다. '2위가 음주 운전자'이다. 그러면 1위는 누구일까? 이미 짐작하겠지만 여성 운전자라고 한다. 이렇게 얘기하면 여성 운전자를 비하한다고 기분나빠할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미국에서 위험한 운전자 중 1위가 여성 운전자라고 하면서 여성들은 시야가 좁아 좌우를 살피고 공간을 인지하는 능력이 남성보다 부족하다고 한다. 따라서 도로에 나서면 "항상 여성을 배려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lbjcom님의 운전을 하다보면을 읽고 생각이 나서 올립니다.
남은 이야기
이외에도 또 특이한 경력은 바로 군대이다. 음악에 대해서는 완전히 문외한 이지만 군악대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군대에 입대한 뒤 군악대에서 사람을 뽑으러 왔다고 한다. 군악대가 편하다는 얘기를 듣고 편한 곳으로 가고 싶어서 무조건 손을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손든 사람들은 모두 실연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가지고 온 악기 중 기타가 없는 것을 보고 잽싸게 크래식 기타 경력이 10년이 넘는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한다.
물론 군대에 가서 뽀록이 났지만 한번 뽑은 인원을 돌려 보내면 군악대 티오만 줄기 때문에 악기도 연주하지 못하면서 군악대에서 군생활을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