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다예에게
오늘 아빠는 꿈을 꾸었단다.
머나벌 별나라를 여행하는 꿈을.
은하수 건너, 안드로메다 성운을 지나, 혹성 X88RLTS에서 우리 다예를 보았지.
맑은 눈. 생글 거리는 해 맑은 미소.
아빠는 기도했어.
잠에서 깬 아빠는 천제님께 감사드렸지.
아빠 품속에서 살포시 잠들어 있는 다예를 보면서.
사랑한다. 다예야.
다예 백일 사진이다.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는 장면을 형상화한 것이라 우는 것이 낫다고 해서 찍은 사진이다. 원래는 잘 울지도 않고 보채지도 않는 순둥이 인데 사직을 찍다 기둥에 머리를 들이 받은 후 울기 시작했다.
돌도 되지않은 다예한테 웨딩 드레스를 입혀놓았다. 물론 이 사진을 찍고 있는 동안 나는 사진관 주인 아저씨랑 다른 얘기를 하고 놀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 이 사진이 있는 지도 몰랐다. 울다가 억지로 찍어서 그런지 표정이 심상치 않다.
아이들의 눈은 진짜 맑다. 나도 저런 눈이었을까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지금은 상상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