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Comments를 보니깐 어떤 분이 좀 오래된 글에도 여기저기 코멘트를 남기셨길래 저도 생각난 김에 여기다 한 글 남겨보렵니다. ^^
뭐 거의 같은 얘기를 반복하는 것이 되겠지만, 저는 제가 어렸을 적에 잠시 미아(사실 전혀 아니었지만)가 되어본 경험이 있기에 포스트 내용에 상당히 공감하는 바이고 혹시라도 이후에 이 포스트를 접하게 될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제 경험을 붙입니다.
당시 제가 몇 살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취학전이고 인지 능력은 상당히 발달되어 있었던 기억으로 봐서 7살 정도 되었던 거 같네요. 아무튼 그 해 여름에 가족들과 같이 해수욕장에 갔었습니다. 그 유명한 해운대 해수욕장(부산 출신입니다.).. 사람 정말 징그러울 정도로 많아서 바닷물에 들어갔다가 나올때면 매번 어머니가 계신 자리가 어디였는지 잠시 헷갈리곤 했습니다. 아이 눈으로 물쪽에서 모래사장 쪽을 바라보면 다 그 자리가 그 자리같기 때문에 들어갔다 나올때마다 잠시 방황하는데, 이내 곧 찾아가곤 했죠.
그러나 하필 또 한번 물에 들어가서 놀다 밖으로 나와서 잠시 방황하던 그때 어이없게도 너무나도 소명의식에 충실한 한 자원봉사 아주머니의 손에 이끌려 미아보호소로 인도된 것이 아닌, 그냥 끌려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 분 입장에서야 두리번 거리는 아이가 보이면 빨리 데려가는게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셨겠지만, 미아보호소라는 것 자체가 어른들의 개념일 뿐 어른의 힘에 의해 끌려가듯이 그곳으로 간 저는 갑자기 바뀐 환경에 얼떨떨해 할 뿐이었습니다.
(미아보호소의 개념에 대해 알게 된건 그로부터 3~4 년 뒤였던 거 같네요. 즉 그곳 사람들이 내게 도움이 되는 사람들이란 걸 아는데까지요.)
게다가 조금 있으니 또 다른 낯선 사람들이 와서 자꾸 이름을 캐묻습니다. 이 사람들이 왜 내 이름을 묻는가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던 전 당연히 묵묵부답이었죠. 그때 나이가 7살쯤이었으니 이름 주소 전화번호는 우습고 심지어 아버지 주민등록번호까지 외우고 있었지만, 내가 왜 내 이름을 말해야 하는지 몰라 그냥 가만 있었죠. 다만 이 낯선 환경에서 빨리 벗어나서 친숙한 아까 그곳(끌려오기 전)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죠.
아마 주변에 '끌려와있던' 더 어린 아이들은 대충 이 단계 쯤에서 다 울음을 터뜨리곤 한 거 같습니다. 무섭죠. 가뜩이나 엄마 아빠도 없는데 모르는 사람들이 자꾸 다그치니까. 그리고 도아님이 말씀하신 "아이가 낯선 장소에서 부모를 잃어버리면 그 순간의 기억을 상실한다고 합니다." 이 부분도 사실 계속되는 환경의 변화가 상당히 큰 요인을 차지하는 걸로 생각됩니다. 아니면 저처럼 알면서도 말하기 싫어서^^ 계속 말을 안 하다 보니 마치 이름을 잊어버린듯 어른들의 눈에 비쳤을 수도 있겠고요.
아무튼 그 분들은 정말 성실하신 분들이고, 어떻게든 부모를 찾아줘야 한다는 일념하에 제게 끝없이 이름을 물은 결과, 제가 너무 귀찮아서 대답한 그 이름을 가지고 결국 방송으로 부모님을 미아보호소로 오시게 해서 제 해프닝은 일단락 되었죠.
제가 심리학적인 지식이 전혀 없으니 아이가 미아가 될 당시의 정신상태에 대해선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 바가 없지만, 미아보호소라는건 어른들의 개념일뿐 계속되는 환경의 변화는 아이를 더 혼란스럽게 할뿐이므로, 포스트 내용처럼 길에서 두리번 거리는 아이를 파출소나 미아보호소 등으로 데려가는 것이 상책이 아니란 것에 절대적으로 공감하는 바입니다. ^^
본문 중 '보통 아이가 낯선 장소에서 부모를 잃어버리면 그 순간의 기억을 상실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상실한 기억은 영원이 되돌리지 못한다고 합니다.' 라는 부분에서 특히 공감하고 갑니다.
정확히 언제인지도 기억이 나질 않지만 어린 시절 길을 잃고 미아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만 기억에 어렴풋이 남을 뿐, 그 외에는 아무 것도 생각나질 않습니다. 어쩌다가 길을 잃은 건지, 길을 잃고 어떻게 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왔는지 기억나는게 하나도 없습니다. 그간 수차례 그때의 일을 되살려보려 노력해보기도 했지만 전혀 생각이나질 않더군요. 부모님께 그때 일에 대해 여쭤봐도 뭔가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라 듣고나서 또 잊어먹곤 합니다. (이건 그냥 건망증 문제이겠지만요 ㅠ_-)
아직 잃어버릴 아이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런 아이를 발견했을 때를 위해서라도 꼭 기억해둬야겠습니다. 2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