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올린에서 이 글을 발견하자 마자 숨이 탁 하고 막혀서.. 좀 많이 답답하더군요.
인터넷에서 개인사를 밝히고 싶지 않아서 익명을 선택한 점은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경북 구석에 내려가셔서... 남들하고 다른 삶을 사시는 분은 잘 구경(?) 하고 오셨는지요?
이런 비아냥을 하고 싶은 맘이 들 만큼 상처를 받았다는 점을 한번더 양해를 하시기 바랍니다.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저도 정리가 잘 안되지만, 화가 올라오는 걸 참을 수 없어서 한자 적고 갑니다.
저희 아버지께서는 제가 10살이 조금 넘었을 무렵에 귀농이란 걸 하셨는데.
도시에서 살다가 모든 걸 거의 잃다시피해서 급하게 시골로 이사오고 화장실 한칸도 없고, 수도시설도 없는, 다 무너져가는 흙집에 자리를 잡고 텃밭을 일궈가면서 먹거리를 해결하시게 되었습니다. 원래 시골에서 고추장에 푸성귀로 밥을 먹는게 꿈이었노라 하셨기 때문에 친구분들 모두 다들 그렇게 놀라지 않았다고 합니다.
일단 남에게 얻고 텃밭에서 뜯어내니 그리고 남의 집 농사라도 거들면, 5명의 가족이 굶는 건 확실히 면할 수 있더군요. 농사도 지어보지 못한 첫 겨울이 몹시 혹독했지만, 아는 분에게 쌀을 꾸어 넘길 수 있었습니다. 채소 만으로 부족한 영양소를 감자같은 걸로 메꾼다고 하셨는데, 최저생활비 10만원도 없는 시골집에서 감자는 상당히 환상적인 부식이었죠.
일부러 선택했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든, 시골에서의 가난이라는 건 제법 살벌합니다. 비오면 집넘어갈까 이방 저방 불때면 불붙을까 바람불면 뭐 하나라도 부서지진 않을까 그렇게 불안한 가운데 그 학교같지도 않은 조그만, 학교 등록금이 모자라서 독촉을 받는 건 예사였고 푸성귀드시겠다는 아버지 때문에 친구들은 아무도 먹지 않는 보리밥을 도시락으로 싸가도 뭐 그런 건 견딜 수 있는데..
그러나, 가장 견디기 힘든건 그걸 구경하는 사람들입니다.
집이 무너져간다고 폐가인줄 알았다면서 차타고 지나가다 내리는 사람
이런 집에서 사는구나 하는 눈으로 힐끗 쳐다보고 지나가는 도시인..
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도 시선은 다르지 않아서 어떻게 저런 집에서 사는가 하는 식으로 바라보는 시골 사람들. (묘하게 아이들이 악의는 없는 지 몰라도 경북 지역의 그동네 어른들은 제법 심술맞습니다. )
가끔씩 찾아와서 간단한 찬거리라도 대접해주면 어떻게 이런걸 먹느냐는 식의 반응들..
요즘으로 치면 농사를 지어도 일년 수입이 4-5백만원 정도 밖에 안되는 시골집에서 더 이상의 삶을 바랄 수 없는건데, 시골에서 맘편하게 이렇게 사는게 좋지? 라고 은근히 기분을 긁는 사람들.
(호의와 악의는 당연히 구분이 갑니다)
그 지역 학교는 배정받은 선생도 없어서 어떤 과목은 수업도 뺴먹기 일수고, 내 꿈이 무엇이든 상관도 없고 대학진학을 하겠다는 사람은 별난 놈 취급을 해대는 선생들은 그 시골에 어렵게 사는 학생들이 많다는 걸 알면서도 어느 집에 갔더니 움막같은 집에 다 떨어진 옷을 입고 사람들이 누워서 밖에서 누가 불러도 나와보지 않더라면서.. 게을러서 못사는 거란 말이나 하고.
(댁같이 구경오는 사람한테 질려서 안 나가는겁니다. )
또..이 맘편한 귀농생활이 대학생활까지 이어진다는 걸 아실까요?
그나마 돈 좀 있다는 시골집 아이들이야 용돈으로 몇번씩 외출이라도 즐기고 살지만,
생활비 10만원도 안드는 집 자식이 변변한 외출을 해볼 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장학금 받고 특별나게 공부해서 대학이란 곳에 진학을 하면, 거기도 만만치 않은 꼴통들이 학교를 다닙니다. 햄버거 한번 먹어보지 못한 촌놈을 비웃고 뒤에서 흉보다 못해 촌스럽다고 상대도 안하는가 하면, 대놓고 그런 것도 모르냐고 면박을 하기도 하죠.
뭐 악의는 없다고 본인들은 주장을 하겠지만, 오래 살아보니 그게 사회의 문화더군요.
귀농한 사람의 자식은 이런 것들을 겪어가면서 자랐습니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도 차마 적을 수 없는 그런 일들이 마음이 몹시 아픕니다.
당신들은 쉽게 생각합니다.
가난 구제를 아무도 못해주니, 그 가난으로 인한 삶이나 상처까지 책임져주고 배려해줄 수 없는 거 아니겠냐고.
그런데, 구경하고 특별한 것을 본 듯이.. 적을 권리가 있는지
그 삶을 한번 더 돌이키게 할 권리가 있는지는 몇번이나 생각해보셨나요?
이야? 누구는 색다른 삶을 살더라.. 이 구경하는 심리 앞에 상처받는 누군가가 있다는 건 뭘 그런걸 가지고 하고 넘기고 싶겠죠?
아무 생각없이 흙집에 살던 시절에..
소위 좀 배웠다는 아버지 친구가 찾아와서..
우리 집 몇일치 식량으로 만든 칼국수를 얻어먹으면서 한 말이 생각납니다.
이렇게 아무 생각없이 농사나 지으면서 칼국수나 먹고 살면 걱정이 없겠네..
그렇죠.. 눈앞에서 정성스레 칼국수 마련한 저희 가족은 걱정도 없이 사는 단순한 사람을이죠?
잘 보고 구경하셨습니까?
다른 사람의 엄숙하고 성실한 삶이 뭐가 그렇게 부러운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님의 글을 보니 답답합니다. 일단 누구나 자신은 자신의 삶은 선택할 권리가 있습니다. 따라서 그 삶이 어떻다고 해서 선택 자체를 비난할 이유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더우기 위에서 설명한 빈손씨는 글에서 알 수 있듯이 자신의 선택을 남에게 강요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런 삶을 가족과 함께가 아니라 혼자서 살고 있는 것입니다.
님의 이해를 바라고 한 선택은 아닙니다만 그런 것을 님의 관점에서 답답하게 바라볼 필요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버님의 선택이 님이 원한 것이 아니라면 님은 남은 비난하기 이전에 님이 다른 삶을 선택하면되는 부분입니다.
[quote]잘 보고 구경하셨습니까?
다른 사람의 엄숙하고 성실한 삶이 뭐가 그렇게 부러운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quote]
참 마음에 안드는 어투입니다. 저는 구경하러 간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잘 구경하고 자시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리고 그 삶이 부러운 것도 아닙니다. 그 이유는 제가 선택한 삶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글이나 댓글이나..저야말로 숨이 탁 막힙니다. 인간이 사는 곳을 정해 주거를 한다는 것은 그사람의 인생과 관계되는 것입니다.
귀농자녀분이 쓰신 댓글내용을 보니 느낀점이 많습니다. 저 역시 살고 싶은 지역을 찾아 많은 나라를 돌아다녔습니다.
죽을뻔한 적도 있었죠..그리고 즐거운 나라도 있었구요..
나 혼자만이라면 어떤 곳에서 살던지 어떤식으로 살던지 문제 없었습니다.
그러나, 나외에 가족이 생기니 나와같은 삶은 강요만 할 수 는 없었습니다.
지금은 적당히 타협하는 선에서 일본에서 임대하우스를 운영합니다. 객지를 돌아다닌 경험이 있어 운영은 문제 없지만, 가족이 살만하다면 다시 중앙아시아쪽으로 옮겨 살고 싶습니다.
절대 가난과 불편함..그것이 주는 마약과도 같은 느낌은 잊을 수 없습니다.
같은 가난의 상황이래도
받아들이는 상황에따라서는 차이가 있는 듯합니다.
귀농자녀분이셨던 분에게 조심스럽게 드리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인간이 고통을 느끼고 힘들때는
가난 그자체가 아닙니다.
남을 의식하고 남에게 어떻게 비춰질까 생각하는 순간부터
자신의 인생을 사는게 아니라
피동적인 삶을 사는게 아닌지요...(그럴듯하게 사는 사람들도 실제 생활은 불만투성이로 도저히 해결되지 않은 모순도 많습니다..생각해보니 부유함을 버리고 아프가니스탄 산속으로 숨어든 빈라덴같은 사람도 있군요..)
하지만 귀농자녀분의 마지막 글에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절절히 가난의 고통을 느끼지 못한 사람의 못난 허영을 돌아보는 것같았습니다.
어떤곳에서 어떤방법으로 주거를 할것인가~!
예...그것은 어떤 인생을 살것인가를 정하는 결정과도 같습니다.
모든 귀농이 반드시 저런식으로 모든걸 버리는 형태여야 하는건 아니겠죠. 나름 전기에 수도에 컴퓨터에 펜션처럼 근사한 집이면 어떻습니다. 자연을 가까이 하고 싶다는 바램이 각자 스타일대로 표현되는건데요.
좋은글 잘 봤습니다. 저는 다른건 몰라도 천장에 유리는 정말 마음에 듭니다.
그런데.. 두분만 살면 밤에 무섭지 않을까요? ^^
반가운 마음, 그리고 공감이 가는 마음으로 글을 읽었습니다.
저도 지금 농촌에서 전원생활을 합니다.
단, 글에 나오시는 분처럼 전기도 수도도 없는 그런 생활은 아닙니다.
밭 한가운데에 화려하진 않지만 조립식 주택을 지어서 삽니다.
닭 30여마리, 그리고 오리 몇마리.
큰 개가 한마리 있었는데 작년에 친구들이 놀러 왔을때 보신용으로...ㅠㅠ
장에서 강아지 두마리 사다가 키웁니다.
전원생활을 하면서 약간의 재테크도 했습니다.
처음 이곳에 올 때 평당 3만원씩 300평을 샀는데 지금은 평당 10만원을 훨씬 홋가합니다.
다들 너도 나도 전원주택 열풍이라서 약간 덕을 보았습니다.
전원생활 단점이라면 방범입니다.
작년 가을, 집에 아무도 없을때 도둑이 들었습니다.
장 서랍에 두었던 현금 약간 (한 300만원정도) 을 모두 가지고 갔더군요.
[quote]박선생님의 여러 말씀을 들을 수 있었는데
함석헌 선생과 함께 퀘이커운동을 하셨다 합니다.
책 제목들을 보면서 박선생님이 살아온 정신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quote]
[b]씨알의 집[/b]이라는 얘기를 듣고 함석헌옹을 떠올렸는데 역시 관련이 있는 분이셨군.
아무튼 즐거운 경험이었던 것 같아. 저렇게 살지는 못하겠지만...
전업 블로깅으로 나선다면 비슷하게 살아 보고 싶기는 하더군. 우엉맘이 반대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