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을 알자(염치[廉恥])

2007/06/01 15:48
오늘 구글 수표가 도착했다. DHL로 배송받기 때문에 대부분 월초(1일~4일)면 수표를 받게된다. 우엉맘(블로그)의 수표는 15일이 지난 뒤 지불을 신청했기 때문인지 이달에는 오지 않았다. 수표를 받으면 예전부터 안면을 익혀둔 농협에서 수표를 바꾼다.

점심때 점식을 먹고 수표를 바꿀 생각을 했지만 점심이 늦어지는 바람에 1시 조금 넘어 사무실에서 은행으로 갔다. 은행의 외환 담당 행원은 식사 시간에 찾아 오는 고객들 때문에 점심을 한시에서 두시 사이에 먹는 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필자도 근처 분식집에서 라면과 밥을 사먹고 은행에 갔다.

은행에 가보니 아직 점심 식사가 끝나지 않은 듯 외환 담당 행원이 자리에 없었다. 어차피 기다리면 오기 때문에 의자에 앉아서 한 20여분 정도 기다렸다. 그런데 자리에 앉아 기다리는 것을 뻔히 보고서도 바로 옆에 앉아 새치기 하려는 사람이 보였다.

은행에 자주 오는 듯 지점장에게 인사를 하고 한화를 엔화로 바꿔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지점장이 옆자리의 행원에게 일단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환전하라고 지시하자 마치 자신이 먼저 온 것처럼 자리에 앉아 기다리는 것이었다.

잠시 뒤 외환 담당 행원이 자리로 돌아 왔다. 이미 안면이 있기 때문에 많이 기다리셨냐며 수표를 바꾸기 위해 작성해야 하는 서류를 건네 주었다. 서류를 건네 받아 작성하자 마자 바로 행원에게 한화를 엔화로 바꿔달라고 보채는 것이었다.

어차피 필자가 조금 참으면 되는 일은 참는 편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음식점에서 음식을 시키고 한 시간이 지나도 음식 채근을 하지 않는 몇 안되는 사람 중 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 사람의 환전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40만원을 10만원과 30만원으로 나누어 환전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만엔 짜리 몇장, 천엔짜리 몇 장으로 미리 계산을 하고 왔다면 쉽게 끝날 일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없이 오다 보니 만엔짜리로 주었다가 다시 오천엔 짜리로 주는 등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렸다.

아무튼 서류를 작성하고 한 20~30분 정도 그 사람의 환전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 줬다. 그리고 행원이 다시 필자의 수표를 처리하기 시작했다. 잠시 뒤 그 사람이 다시 왔다. 그러고는 천엔 짜리로 환전해야 하는데 잘못 환전했다며 다시 환전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최소한 염치가 있다면(부끄러움을 안다면) 새치기 해서 먼저 환전 받았으면 추가로 환전하는 일은 먼저 와서 새치기를 참고 기다려 준 사람에게 양보해야 할 텐데 그런 최소한의 염치도 없는 듯 행원이 잠시만 기다려 달라는 얘기는 무시하고 계속 환전을 보채는 것이었다. 결국 우는 아이 떡하나 더 준다고 몇번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하던 행원은 그 사람의 환전을 먼저 처리해주었다.

그러고는 계속 기다리게 한 필자에게 미안했던지 너무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라고 하면서 오리온 자이리톨 두 통을 꺼내 놓았다. 큰 것은 아니지만 행원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그리고 그 나이를 먹도로 염치를 모르는 그 사람이 불쌍해 보였다(너도 누군가의 아버지겠지?).

행원이 건네 준 자이리톨

선물은 크기가 아니라 마음이다. 그래서 아무리 작은 선물도 받으면 기쁘다.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자이리톨 두통.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렇기 받고 나니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농협에서 미리 만들어 둔 듯 상표 외에 사진과 같은 농협 홍보 문구도 함께 새겨져 있었다.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네 삶은 여유로 가득하리!!!(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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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체제의 모든 것을 운영하고 있는 IT 블로거. IT 블로거라는 이름은 현재 시국때문에 시사 블로거로 바뀐 상태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시사와 사회에 관심이 많은 IT 블로거일 뿐이다. 컴퓨터, 운영체제, 시사, 가족, 여행, 맛집, 리뷰등과 살면서 느끼는 소소한 일상이 블로그의 주제이다. 왼쪽의 아이콘은 둘째 딸 다예가 그린 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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