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고 노래하는 결혼식

2008/11/24 11:39

11월은 조금 바쁘다. 여기에 명예훼손으로 고소된 상태라 경찰서에서 조서를 작성하고 반론 자료 준비하고 있다. 패널 참석 자료, 밀린 리뷰자료까지 11월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겠다. 또 11월에는 혼례식도 많다. 어제는 인천에서 알게된 후배 약사의 혼례에 다녀왔다. 처음 봤을 때에는 다른 약사와는 다른 모습에 놀랐다. 다시 만났을 때에는 그 해박한 지식에 놀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알게 모르게 억누르고 있던 삶의 무게에 조금은 안쓰러웠던 친구.

그런데 언젠가 부터 표정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전 알려준 결혼식. 오늘도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기로 되어 있고 조사 자료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부족했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경찰 조사가 주는 심리적인 압박감. 그러나 길을 나섰다. 타고난 낙천적인 성격이 때문이기도 하지만 명예훼손은 글을 쓰면서 상당부분 신경쓰고 있는 부분이라 자신이 있기도 했기 때문이다.

원래는 우영이는 어제 생일 잔치에 가기로 되어 있었다. 따라서 우영이를 빼고 가기로 했다. 예식이 12시에 시작되기 때문에 12시 전에 도착해서 간단히 인사하고 빨리 밥을 먹고 오기로 했다. 나중에 따로 글을 올리겠지만 초등학생의 생일잔치도 예전처럼 쉬운 일은 아닌 듯 우영이의 생일잔치는 취소됐다고 한다. 결국 우영이까지 모두 데리고 서울로 출발했다. 식장을 이화여대 병원 근처로 생각했는데 실제 식장은 한 구역 떨어진 한빛웨딩프라자 에서 있었다.

이화여대 병원에서 길을 돌려 종로 4가로 오다 보니 길이 많이 바뀌어 있었다.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일방 통행로가 등장한 듯. 서울에서 이사간 뒤 자주 오지 않던 곳이다 보니 역시 길이 낯설었다. 효제 초등학교에 차를 세우고 식장에 도착해 보니 엄숙해야할 식장에서 거의 반 나체의 아가씨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축하객들도 이런 모습이 조금은 낯선듯 했지만 식장에서 벌어지는 즐거운 음악과 날씬한 아가씨들의 춤사위가 싫지는 않은 것 같았다.


앵콜 공연

하객들도 식장의 이런 공연은 조금 낯선 듯했다. 다들 열심히 보기는 했지만 우뢰와 같은 박수는 나오지 않았다. 다만 사회의 요청으로 앵콜 공연이 시작됐다. 그러나 낯선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닌 듯 다들 숨죽이며 공연을 관람했다.

2000년에 애엄마와 혼인했기 때문에 만 8년이 지났다. 따라서 당시의 문화와 지금의 문화가 다를 것으로 생각은 했지만 식장에서 이런 혼인은 조금 낮설었다. 그러나 역시 흥겨운 음악은 새로 시작하는 신랑과 신부, 그리고 참석한 하객 모두에게 즐거운 경험인 듯했다. 아무튼 교회에서 벌어지는 지루한 예식이나 일반 식장에서 벌어지는 긴 주례사 보다는 하객도 즐겁고 신랑, 신부도 즐거운 이런 혼인 문화가 예전의 엄숙한 혼인 문화보다는 훨씬 재미있고 유쾌했다.

사실 우리의 혼인문화는 정확히 우리의 혼인문화가 아니다. 기독교에서 온 문화이고, 그 근원을 따지면 2000년전 로마인의 풍습이다. 로만인의 풍습이 기독교에 스며들었고 어느새 우리의 문화가 되었다. 그러나 흥겨운 공연을 보니 과거 온 동네의 흥겨운 잔치로 치루던 우리의 혼인 문화가 떠 올랐다. 입고 있는 옷과 주변의 식장, 어디에서도 우리의 것은 찾아 보기 힘들었지만 적어도 분위기는 북치고 장구치고 온 마을 사람들이 축하하며 음식을 나누는 혼인문화가 떠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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