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할 공룡, KT

공기업에서 출발한 KT, 사유화(민영화)된지 이미 7년이 지났지만 곳곳에 공기업의 잔재가 그대로 남아있다. 그 중 하나는 고객응대. 항의하면 '젊은 사람이 어디다 대고'라는 말이 그냥 튀어나온다. 방문하는 기사는 한두 시간 교육받고 나오는 듯 아는 것이 거의 없다. 또 사용자에 대한 강압적인 자세끼자. 오늘은 그런 KT에 대한 이야기다. <사진 출처: 훨훨 나는 SKT에 추월당한 ‘KT공룡’>

이 글은 한통의 ADSL 사용자 모임 폐쇄에 반대하며...라는 글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 편집하고, 내용을 추가한 글입니다.

ADSL 프리미엄 신청

신청한 아이디와 패스워드로 메가패스에 접속을 해도 ID가 없다고만 떳다. 물론 ADSL은 잘 됐다(무인증). 100번으로 전화하니 ADSL 고객 센터 번호를 알려주고 ADSL 고객 센터로 전화하니 ADSL 기사분의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ADSL 기사분께 전화를 하니 항상 자동 응답기가 받았다. 그래서 한동안 메가패스는 접속도 못했다.

ADSL 멀티 IP 신청

전화국이 가까워서인지 ADSL의 속도가 무척 잘 나왔다. 그래서 전용선 비용을 아낄 생각으로 멀티 IP를 설치했다. 그런데 설치 기사 오기로 한 날 오지 않았다. 다시 전화를 하니 업무에 착오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다시 날짜를 잡았다(프리미엄도 마찬가지 였다). 그런데 일이 있어서 잠시 외출한 뒤 와보니 아직까지 설치가 되어 있지 않았다.

도아: 오늘도 안왔니?
후배: 아니 왔다, 갔어.

도아: 그런데 왜 설치를 안했어.
후배: 설치하러 와서 "전 이거 한번도 설치 안해봤거든요. 배우고 와야 하니까 다음에 다시 오겠습니다"라고 하고 가던데요.

코메디가 따로 없었다.

멀티 IP 해제

멀티 IP가 워낙 자주 죽어서 DNS 조회가 안될 정도였다. 그래서 해지했다. 그러나 KT의 이중 요금 발행이 워낙 유명해서 몇 번씩 확인하고, 상담원의 이름까지 받아두었다. 다음 달 요금 고지서를 보니 아니나 다를까 해지한 멀티 IP까지 요금이 부과되서 나왔다. 전화해서 항의하니까 또 업무 착오였다고 한다. 환불을 받았지만 역시 KT 답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ID를 찾으면서

c21man이 아니면 mailx2일 가능성이 커서 전화를 했다. 담당하는 아가씨가 주민번호를 불러달라고 해서 주민번호를 불렀더니 모두(프리미엄, 멀티 IP) 해지가 되어 있다고 한다. 멀티 IP만 해지하고 프리미엄은 사용 중이라고 하니까 그러면 요금이 안나갔을 거라고 한다.

이달에 프리미엄, 멀티 IP 두 개의 요금 고지서를 받았고 그래서 항의 전화까지 했다고 하니까 그럴리 없다고 한다. 그래서 mailx2라는 ID를 검색해 달라고 했더니 mailx2라는 ID는 있다고 한다(보통은 사용자 정보에 이름과 ID가 함께 나오는데 메가패스는 아닌 모양이었다). 결국 무려 6개월만에 ID를 찾았다.

코넷의 부당요금 징수

갑자기 전화가 왔다. 나이는 지긋이 드신분(아마 전봇대를 타시다가 전봇대가 많이 없어서 요즘 상담실에 근무하는 것 같았다)이 예전에 사용하던 전용선 요금을 미납했다고 한다.

무슨 얘기냐고 했더니, 이분왈 "내가 이 전화번호를 어떻게 찾은 줄 알아요? 누구에게 전화해서 누구 번호를 받고"하면서 아주 장황하게 추적 경로에 대한 설명이 계속되었다. 전화 벨이 울리고 있고, 십여분에 가까운 이분 넉두리를 듣는 것도 질려서 "용건만 간단히 해주시죠"라고 했다.

그러자 버럭 화를 내시면서 이 분이 하시는 말이 "내 얘기를 끝까지 들어야지 이사람아, 젊은 사람이 어디다 말대꾸야"라고 한다. 물론 이 것도 KT 측의 업무 착오로 밝혀졌다(KT의 주 업무는 "착오"인 모양이다).

ADSL 고장

KT는 일하는 방식이 아주 특이하다. 일단 고장을 접수하면 꼭 나이 드신, 그러나 컴퓨터에 대해서는 아주 문외한인 분이 와서 컴퓨터를 한번 보고 간다. 확인하는 것이 컴퓨터가 켜져있는지 모뎀에 불이 들어왔는지 정도이다. 그런데 신기하게 이렇게 다녀가면 다음 부터는 ADSL이 정상적으로 동작한다.

얼마 뒤 다시 ADSL이 되지 않아 마찬가지로 고장 접수를 했다. 그런데 또 업무 착오로 한주가 지나도 기사가 오지 않았다. 결국 열이 받아 다시 KT 고객 센터로 전화를 했다.

도아: AS를 접수한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오지 않았습니다.
상담원: 죄송합니다. 내일은 꼭 보내겠습니다.

도아: 저는 오늘 처리할 생각입니다. 오늘 AS를 보내 회선을 살리던가 오늘 ADSL 장비를 수거해 가던가 둘 중에 하나를 하시기 바랍니다.
상담원: 제가 전화 번호를 하나 알려 드릴께요. 구로 전화국이거든요. 전화하신 뒤 "리셋해 주세요"라고 하면 리셋해 주니까 리셋한 뒤 사용하세요.

그렇게 했다. 모뎀의 리셋을 걸자 바로 ADSL 회선이 바로 살아났다. 전화 한통화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을 고장 접수 받고, 기사를 보내고, 전화국에 연락해 리셋을 거는 회사가 KT 였다.

모뎀 고장

지난 경험이 있기 때문에 ADSL 회선에 문제가 생기면 100번이 아니라 전화국에 직접 전화해서 리셋을 요청했다. 따라서 회선 문제로 짜증나는 일은 사라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모뎀이 고장난 것이다. 고장난 이유는 후배가 엉뚱한 어댑터를 모뎀에 연결 , 모뎀이 탔기 때문이다. 모뎀의 고장이기 때문에 기사를 보낼 때 꼭 모뎀도 함께 보내도록 했다.

기사: 모뎀이 왜 고장났죠.
도아: (이유는 알지만) 어제 비오고 천둥 쳤잖아요. 이렇게 비오고 천둥칠 때 낙뢰가 전화선을 타고 모뎀으로 들어옵니다. 그래서 고장났죠.
후배: (지가 고장내고 한 술 더떠서) 그래도 모뎀만 망가졌기에 다행이지 저 1억원짜리 서버가 나갔다면 KT에서 책임졌어야 해요

결국 모뎀을 교체해 가던 기사 아저씨는 우리 회사를 IT 전문 업체로 알았는지 그 동안 궁금한 것을 모두 물어 보셨다.

기사: 여기요. 통신창을 보면 RX, TX가 있잖아요.
도아: 예.
기사: RX는 뭐고 TX는 뭐 예요?

이외에도 많다. 오죽했으면 인터넷 게시판에 "요즘은 KT 기사분도 아시는 분이 오시더군요"라며 놀라움을 기록한 글이 있겠는가? 위 일들은 2001년 이전에 경험한 일이다. 그 뒤로는 상담원의 수준도 높아졌고, 기사의 수준도 상당히 높아졌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KT는 아직도 KT적인 사고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6시 땡 치면 사라지는 것도 한 예이다).

제 작년에 있었던 파란의 ActiveX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KT가 하는 짓을 보면 꼭 공룡같다. 공룡에 관한 두가지 진실이 있다.

  • 머리가 나쁘다.
  • 멸종했다.

KT가 공룡과는 다른 길을 걷고 싶다면 이제 KT적인 사고를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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