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릿스의 기묘한 이야기

제가 이날까지 살아오면 겪은 신기한 일은 두 가지입니다. 한가지는 중학교 때 경험한 아스탈계이고 또 하나는 할머니 기일에 발생한 일입니다.

할머니께서는 몇 년전에 돌아 가셨습니다. 88세로 돌아가셨으니 천수를 다하신 셈입니다. 당시 인천으로 이사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입니다. 오전 6시에 급작스럽게 전화 벨이 울렸습니다. 전화를 받아보니 어머님이셨습니다. "할머니께서 위독하시니 빨리 청량리 성모 병원으로 오라"는 전화였습니다.

어제까지 정정하셨던 할머니셨기 때문에 갑자기 왜 위독해졌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청량리 성모 병원에 도착하니 할머니는 몸을 움직이지 못하시고 정신을 잃고 계셨습니다. 병원 의사의 말로는 노환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수술을 해봐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아울러 수술을 해도 완쾌하실지는 모른다고 하더군요.

나이드신 분께 수술이라는 큰 짐을 지우기 보다는 가시는 자리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드리기 위해 퇴원 수속을 밟고 집으로 왔습니다. 집으로 와서 할머니가 언제 부터 쓰러지셨는지 동생에게 물어봤습니다.

동생: 몰라. 어제 일어서시다가 갑자기 쓰러지시더니 "혜경아, 내가 힘이 하나도 없다"라고 하시더니 못일어나셔.

라고 하더군요. 할머니는 연세가 많으셨지만 잔병치례 한번 하지 않으셨습니다. 시골에서 부쳐주는 20Kg 짜리 쌀 푸대를 어머님께서는 들지 못하시지만 할머니께서는 슬쩍 들어 옮기십니다. 이런 할머님을 보면서 어머님은 (아니 저 노인네는 나이가 들 수록 힘이 더 세지시나)라고 생각하셨다고 합니다.

아무튼 할머니가 위독하시기 때문에 모든 일가 친척이 올라왔습니다. 시골에 계신 큰 고모 식구들, 서울에 있는 막내 고모 식구들, 그리고 작은 아버님의 식구들과 막내 작은 아버님의 식구들, 당시 충주에 있는 누나네 식구들...

할머니 자손으로 그날 오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에 할머니께서 정신을 차리셨습니다. 몸을 완전히 움직이지는 못하시지만 의식을 찾으셨고 가장 아끼던 저를 비롯해서 증손자(우영이, 은수, 상원이 등)까지 모두 꼭 안아주셨습니다.

할머니께서 평생에 걸처 사랑한 사람은 자식들이 아닙니다. 하나는 종가집 종손으로 태어난 저였고, 또 한 사람은 아버님 형제분에에 비해 훨씬 학력이 높았던 막내 고모부이셨습니다.

저와 막내 고모부를 본 할머니는 다시 누워 의식을 잃으셨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돌아가셨습니다. 할머니하고 부르는 제목 소리에 화답하시듯 잠깐 눈을 뜨셨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사람이 누리는 복중 하나는 병없이 천수를 누리다 잠자듯 오신 곳으로 가시는 것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할머니께서는 돌아가실 때도 복을 받으신 셈입니다. 갑자기 돌아가셨다면 보지 못했을 가족들을 자식, 손자, 증손자까지 일일이 안아주시고 가셨습니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다음 해에 작은 아버님께서 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1년만 더 사셨다면 자식을 먼저 보내는 아픈 마음을 간직하고 가셨을 텐데 다행이 작은 아버님 보다 한해 먼저 돌아가셨습니다.

다음 해 할머니 기일이 왔습니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첫해이기 때문에 모든 일가가 모여 할머니 제를 지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이웃에 사시는 할머니께서 아버님을 찾아 오셨습니다.

할머니: 집의 할머니 제사가 어제였죠?
아버님: (집안 제사도 모르는 게 일반적인데 어떻게 남의 집 제사날을 알지?)
아버님: 예. 그런데 어떻게 아셨어요?

할머니: 어제 창문으로 이 집을 보고 있는데, 집의 할머니가 이 집으로 들어 가는 것을 봤거든.
할머니: 그래서 혹시 내가 착각한 것이 아닐까 싶어서 문밖에서 계속 기다렸는데 할머니가 나오지 않으시더라고.
할머니: 그래서 셋집에 혹시 할머니가 사시지 않나 싶어서 세사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할머니가 사는 집이 없다하데.
할머니: 그래서 어제가 혹시 기일이 아니었나 했지.

이웃집 할머니는 생전에 할머니와 가장 친했던 분입니다. 당신 기일에 제사밥을 드시러 오시면서 가장 친했던 친구분께만 모습을 보여드린 것이라고 하더군요.

혹자는 제사를 모시는 것은 우상 숭배라고 폄하하는 것을 종종 봅니다. 살아 계신 부모님을 모시는 것은 효인데 돌아 가신 부모님을 모시는 것이 어떻게 우상 숭배일 수 있겠습니까?

제사, 조금은 버거로운 예절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지켜야할 좋은 풍습이기도 합니다.
제사는 돌아가신 분을 위한 행사가 아니라 살아있는 우리을 위한 행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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