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 지하상가

내가 인천으로 이사간 것은 2002년 경이었다. 당시 전세 계약 기간을 두 달 남겨두고 살던 집이 재개발되서 집 값이 비교적 싼 인천 삼산동에 자리잡았다. 인천으로 이사온 뒤 가장 놀란 것은 부평역 지하 상가였다. 지하 상가가 너무 커서 하나의 미로 같았기 때문이다. 멋모르고 나갈 건물 이름만 알고 들어왔다가 출구를 찾지 못해 몇 십분씩 헤멘 기억이 선하다. 아울러 당시에는 지하 상가 일부를 재개발하고 있어서 출구 찾기가 더 힘들었었다. 이 지하 상가에서 놀란 점 또 하나는 '정직한 판매자를 만나기 힘들다'는 점이다. <사진: 용파리의 "손님 맞을래요?>

부평 지하상가

내가 인천으로 이사간 것은 2002년 경이었다. 당시 전세 계약 기간을 두 달 남겨두고 살던 집이 재개발되서 집 값이 비교적 싼 인천 삼산동에 자리잡았다. 인천으로 이사온 뒤 가장 놀란 것은 부평역 지하 상가였다. 지하 상가가 너무 커서 하나의 미로 같았기 때문이다. 멋모르고 나갈 건물 이름만 알고 들어왔다가 출구를 찾지 못해 몇 십분씩 헤멘 기억이 선하다. 아울러 당시에는 지하 상가 일부를 재개발하고 있어서 출구 찾기가 더 힘들었었다.

이 지하 상가에서 놀란 점 또 하나는 '정직한 판매자를 만나기 힘들다'는 점이다. 물론 지하 상가 내 모든 매장에서 물건을 구입한 것은 아니므로 '모든 판매자를 부정직하다'고 싸잡아 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이 지하 상가에서 만난 판매자 중 정직한 판매자는 없었다.

부평 똥파리

어제 일이다. 인터넷으로 구입한 휴대폰 액정 보호 필름 크기가 맞지않고 부평 지하 상가에는 상당히 많은 휴대폰 판매점과 휴대폰 악세사리 판매점이 있기 때문에 조카애 지갑도 살겸, 부평역 지하 상가로 향했다. 휴대폰 액정 보호 필름을 찾고 가격을 물어보니 무려 2000원이었다. 인터넷에서는 이런 필름 3세트를 1300원에서 1700원(무료배송)에 파는 것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생각보다 정말 심한 바가지였다.

그러나 울며 겨자 먹기로 속는 것을 뻔히 알면서 휴대폰 액정 보호 필름을 구매했다. 구매한 뒤 포장 상태를 여기 저기 확인하던 중 휴대폰 모델이 포장에 인쇄된 것이 아니라 스티커로 덧 붙여졌다는 것을 알았다. 결국 스티커를 뜯어내자 LG-SD260, LG-LP2600이라는 모델명이 나타났다.

즉, PT-S110 액정 보호 필름이 아니라 액정 크기가 비슷한 다른 모델 액정 보호 필름에 스티커만 붙여서 PT-S110 액정 보호 필름으로 판매한 것이었다[1]. 그래서 액정 보호 필름이 좌우 양옆은 약간 크기가 작고 모서리 부분 곡선이 맞지 않았다.

부평 똥파리의 신공

그러나 부평 지하 상가에서 이 정도는 애교에 불과하다. 꽤 오래 전 일이다. 당시 애 엄마 휴대폰을 하나 사주기로 했다. 선배형이 가지고 있던 UTO 폰이 모양도 깔끔하고 크기도 작고 예쁜 것 같아 이 것을 사기로 하고 인터넷을 검색했다. 당시 최저가가 23만원 정도 였고, 용산에서 휴대폰 매장을 뒤지고 발품을 팔면 19만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부평 지하 상가도 용산 못지 않게 휴대폰 매장이 많고,

전국 최저가
용산보다 비싸면 환불

등 홍보 문구를 많이 봐왔기 때문에 인터넷보다 조금 비싸도 하루라도 빨리 사줄 요량으로 부평 지하 상가를 뒤졌다. 재미있는 것은 용산은 발품을 팔면 가격이 싸지지만 부평 지하 상가는 모두 카르텔을 맺었는지 모든 매장 가격이 같았다.

도아: 얼마예요?
점원: 35만원이요?
도아: (엄청난 가격 차이에 놀라) 예?, 가입비 포함이예요?
점원: 아니요. 요즘 누가 가입비를 포함시켜요?

거의 모든 매장 가격이 똑 같았다. 결국 부평 지하 상가 매장을 30여 곳을 돌아다녔다. 그러나 모두 35만원, 단 한푼도 틀리지 않았다. 오로지 딱 한군데만

도아: 얼마예요?
점원: 35만원이요?
도아: (또 놀란 듯) 예?, 왜 이렇게 비싸요?
점원: 가입비 포함인데요.

여러 군데를 돌아 다니다 온 것을 확인하고 하나 팔아본 생각으로 낸 수가 가입비 포함이었다. 계속 휴대폰 매장을 순례하며, 효X 정보 통신(이름은 정확하지 않습니다)이라는 곳까지 가게되었다.

도아: 얼마예요?
점원: (이미 휴대폰 매장을 순례한 사실을 알고) 23만원, 할부가예요.
도아: (너무 의외였다. 아울러 할부라니) 정말요?
점원: (다른 사람과 대화하며 관심없다는 듯) 예.

가격이 다른 곳과는 천지차기 때문에 당연히 점원 업무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2].

점원: 그런데 왜 이 기종을 선택하셨어요? 이 기종이 먼지도 많이 끼고 액정이 아주 잘깨지거든요.
우엉맘: ("부평 똥파리" 말에 그냥 흔들리면서) 그래, 오빠. 우영이 때문에 튼튼한 걸로 해야되. 딴 걸로 하자.
점원: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음)

도아: (이미 용파리에게 단련되어 있으므로 단호하게) 아니, 필요없고요. 이 기종으로 하겠습니다.
점원: (시금 털털한 표정으로 가입 신청서를 가져와 추가금 항목에 ①+③이라고 쓴다)
도아: 1은 할부 보증금이라고 치고, 3은 뭐죠?
점원: 3만원은 안내도 되는 것이니까 일단 설명을 들어 보시죠?
도아: 그러죠?

점원: 요금제는 무조건 유토로 하셔야 하고 1년간 의무 사용입니다.
도아: (그래, 유토 1년 해봤자 한 3만원 정도 더 나가고 네이트 30이 기본으로 추가되니까 상관없지) 예.

점원: (Nate 30, Nate Air에 영표를 하며) 이 서비스도 1년간 의무 사용입니다.
도아: (미친놈, Nate Air가 되지 않는 기종에 Nate Air를 쓰라고)
도아: 유토에도 Nate 30이 포함되어 있는데, Nate 30, Nate Air를 1년간 쓰라고요?
점원: 싫으면 Nate 30은 3,0000원, Nate Air는 3,5000원 추가금을 지불하면 됩니다.
도아: (이 자식 혼 좀 내줄까?)

점원: (이제는 신이 난듯 거의 모든 부가 서비스를 체크하면서) 모두 1년 의무 사용입니다.
도아: (더 이상 상종하기 싫어서) 가입할 생각없으니까 가입 신청서는 지금 보는 앞에서 찢어 주세요.
점원: (똥씹은 표정으로 가입 신청서를 찢는다)

부평 똥파리가 추가한 부가 서비스와 기계값을 모두 합하면 약 45만원 정도 나왔다. 그냥 할부로 구매하고 다음 날 모든 부가 서비스를 해지해 버리면 되는 일[3]이다. 그러나 이 폰은 내가 사용할 폰이 아니고 애 엄마가 사용할 휴대폰이었다. 혹, 부평 똥파리가 애 엄마 전화로 쌍소리를 할 수 있으므로 '가입 신청서를 찢으라'고 하고 효X 정보 통신이라는 휴대폰 매장을 나왔다.

그러면서 보통 인터넷 보다 10여만원이 비싼 휴대폰을 구입하면서 휴대폰 줄 하나 더 준다고 고마워하는 사람들을 보니 조금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다른 사람 휴대폰을 포함해서 상당히 많이 휴대폰을 구입했었지만 이렇게 부가 서비스로 사기를 치는 것은 용파리에게도 보지 못한 부평 똥파리 신공이었다.

남은 이야기

지하철을 타려고 부평 지하 상가로 갈 때 일이다.

여자1: 언니 차 바꿨어?
여자2: 응.
여자1: 와 BMW네

부평 지하 상가에서 옷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아가씨인데,,, 이 아가씨 차가 BMW이다. 이 아가씨 차가 BMW인 것은 이 아가씨 상술이 탁월한 면도 있겠지만 위에서 설명한 상술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부평역 지하 상가 지하 1층에는 정말 맛있는 손짜장집이 있다. 아울러 셋트 메뉴(짜장1, 우동1, 탕수육1)를 8500원이라는 상당히 저렴한 가격으로 팔고있다.

관련 글타래


  1. 인터넷으로 구한 액정 필름도 비슷했다. 셀룰라 마트 액정 보호 필름이었는데, 제 아무리 액정에 붙이려고 해도 크기가 맞지 않아 위, 아래로 삐져나왔다. 결국 확인해보니 이 액정 보호 필름도 다른 기종 필름을 스티커로 붙였기 때문이었다. 
  2. 용파리들이 자주 사용하는 꺽기라는 수법이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3. 실제 이 방법으로 다른 사람 휴대폰을 구매해준 적이 있다. 어차피 판매점에서 1년간 의무 사용이라고 해도 가입자가 해지하면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