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1호 숭례문

날이 조금 풀린 것 같아 오래만에 운동을 하기로 하고 다예를 들것에 매고 우영이의 손을 잡고 길을 나섰다. 삼산 제일병원 근처에까지 오니 날씨가 상당히 춥다고 느껴졌다. 다예의 경우 감기도 잘 걸리고 감기가 오면 중이염도 같이 오기때문에 부평까지 걸어가기로 한 것을 포기하고 다시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한번 나선 길을 그냥 되돌리기도 심심한 것같아 천대고가 옆의 양곱창 집으로 향했다. 주인장의 넉넉한 인심과 맛깔나는 곱창때문에 가끔 들리는 집이다. 곱창은 싫어하지만 곱창이 구워지기 전에 먹을 수 있도록 나온 염통은 무척 좋아하기때문에 우영이도 무척 좋아하는 집이다.

둥그런 원형 탁자에 연탄을 놓을 수 있도록 가운데가 뚤린 선술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탁자와 의자가 놓여있는 집이지만 조금만 늦게가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장사가 잘되는 집이다. 탁자앞에 둥그러니 모여 앉아 뜨거워 돌아 눕는 고기를 보던 우영이는 심심한지 스무고개 퀴즈를 한다.

우영: 아빠, 코가 긴 동물은?
도아: 코끼리
우영: 딩동댕

우영: 그럼 목이 긴 동물은?
도아: 기린
우영: 딩동댕. 그런데 아빠는 어떻게 다알아?

녀석이 내는 문제를 족족 맞히자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우영: 뿔이 있는 동물은?
도아: 사슴
우영: 땡. 코뿔소야?

뿔이 있는 동물이야 워낙 많으니, 다음 힌트를 줘야할텐데 녀석은 아빠가 틀렸다는 것만으로도 흐뭇한 모양이었다. 스무 고개를 하기 힘들 것 같아 이번에는 내가 문제를 내기로 했다.

도아: 이번에는 아빠가 문제를 낼테니 우영이가 맞춰봐.
우영: 응

도아: 아빠 보물은?
우영: 나.

도아: 딩동댕. 그런데 어떻게 알았어?
우영: 내가 그런 것도 모를까봐?

신기한 일이었다. 한번도 우영이가 보물이라고 애기해본적은 없는데 어떻게 보물인 줄 알았을까? 단번에 문제를 맞춰버리니 아빠로서 조금 민망하기도 했지만 특별히 얘기하지 않아도 자신이 보물인줄 알고 있는 우영이가 기특하기도 했다. 아무튼 또 다시 두번째 문제를 냈다.

도아: 우영이 말고 아빠 보물이 또 있는데 뭘까요?
우영: 소주
도아: 땡

우영: 맥주
도아: 땡

우영: 엄마
도아: 땡

우영: 다예
도아: 딩동댕

술을 즐겨마신 여파이겠지만 녀석의 생각에도 아빠의 보물은 소주, 맥주처럼 보인 모양이다.

아이들과 함께 한다는 것. 순수함에 오롯이 담겨있는 술잔을 끼고 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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