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기의 패러다임을 바꾼 키넥트

얼마 전 마이크로소프트는 동작 인식 게임기 기넥트를 출시했다. DDR로 몸으로 하는 게임이 도입되고, 닌텐도 위를 통해서 몸으로 하는 게임의 성공 가능성이 점쳐졌다. 키넥트는 몸으로 하는 게임기의 대미를 장식하는 게임기이다. 게임하는 사람의 몸이 게임을 컨트롤하는 컨트롤러다. 이제 어두운 오락실에서 혼자 손으로하는 게임이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다. 내가 키넥트를 게임의 패러다임을 바꾼 게임기로 평가하는 이유다. 성공 가능성을 쉽게 점치기는 힘들지만 정말 오랜만에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속된 말로 물건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게임 약사

게임기는 전자오락기에서 가정용 게임기, PC 그리고 PC에서 다시 휴대용 게임기와 가족용 게임기로 진화해 왔다. 하자면 최초의 전자오락기였던 벽치기를 빼놓을 수 없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나온 게임기이니 벌써 30년도 더된 게임이다. 요즘도 구멍가게나 문방구에 가면 아이들이 쪼그려 앉아 게임을 하는 아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렇게 아이들을 구멍가게 모은 게임이 바로 인베이더다.

벽돌깨기와 인베이더

내가 했던 벽돌깨기는 흑백이었다. 흑백이면 벽돌의 색깔이 구분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브라우관에는 색 셀로판지가 붙어 있었다. 벽치기를 올리고 싶지만 구하기 힘들어 대신 벽돌깨기를 잡았다. [출처: 추억의 게임 8. 오락실 게임 1]

그러나 이때까지 전자오락은 산업이 되지는 못했다. 어린 아이들이 구멍가게에서 쪼그려 앉아 하는 게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리고 갤러그가 출시된다. 갤러그전자오락실이라는 새로운 산업을 만든다. 그리고 이 전자오락실은 상당히 오랜 기간 장수를 누린다. 그뒤 PC가 일반화되면 전자오락기는 점점 사양산업이 된다. 그리고 전자오락실이 차지하던 자리는 자연스레 PC방으로 바뀐다.

이런 게임기의 역사를 조명해 볼 때 게임기의 패러다임을 바꾼 게임기가 있다. 먼저 손 꼽을 수 있는 것은 DDR이다. 지금은 인기가 사글어 들었지만 한때 동네방네 온 가족이 하던 게임이 DDR이다. DDR은 손으로 하던 게임을 몸으로 하도록 만들었다. 이로인해 음습한 전자오락실의 분위기를 웃고 떠들며 운동하는 분위기로 바꾸었다. 그러나 이 DDR도 역시 한때 유행으로 끝난다. DDR 자체가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등장한 게임기가 바로 (Wii)다. 위는 닌텐도에서 개발한 게임기이다. 영어 단어 'We'를 형상화한 이름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Wii)의 기본 개념우리 모두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기이다. 위(Wii)는 아이들의 전유물이었던 게임을 가족의 게임으로, 손으로 하는 게임을 몸으로 하는 게임으로 바꾸었다. 게임기의 패러다임을 바꿔버린 역작이다. DDR이 산업화되지 못했지만 DDR의 개념을 그대로 계승한 위(Wii)는 하나의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했다.

꿈을 현실로~~

XBox 키넥트

가장 왼쪽과 오른쪽에 있는 스피커처럼 생긴 구멍은 3차원 깊이 센서이다. 가운데 있는 구멍이 RGB 카메라, 양 옆에 마이크가 있다. 키넥트만으로는 게임을 할 수 없고 XBox가 있어야 한다.

키넥트 홈 페이지

그리고 등장한 또 다른 게임기 키넥트(Kinect). 하드웨어의 명가로 불리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차세대 게임기이다. XBox 360에 올라가는 일종의 센서 장비다. 다만 기본 개념은 위와 같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성장사를 보면 알 수 있지만 마이트로소프트는 혁신을 추가하는 기업이 아니다. 첫작이었던 도스도 IBM용으로 포팅한 것에 불과하다. 윈도도 마찬가지다. 즉, 마이크로소프트는 혁신적인 기술을 추구한 기업이 아니라 남들이 만든 것을 잘 활용하고 마케팅을 잘하는 업체다.

XBox도 비슷하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을 따라 만든 제품이 XBox[1]다. 키넥트(Kinect)도 비슷하다. 닌텐도 위(Wii)의 성공을 보고 따라 만든 제품이다. 그러나 그대로 베낀 제품이 아니다. 키넥트는 기본적로 위와 같은 개념에서 출발한다. 즉,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게임기, 손이 아닌 몸으로 하는 게임기. 그러나 게임기 역사를 바꿀 수 있는 아주 혁신적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바로 육체 컨트롤이다. 위는 게임을 하기 위해 컨트롤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키넥트는 이런 컨트롤러가 없다.

게이머의 몸이 곧 컨트롤러다.

따라서 온몸으로 게임을 해야 하는 것은 위와 상당히 비슷하다. 그러나 컨트롤러가 없기 때문에 훨씬 더 자유롭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키넥트에서 이런 작업이 가능한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들의 눈처럼 생긴 기넥트 박스가 사용자의 동작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키넥트에는 사람을 동작을 추적할 수 있는 움직임 추적장치(Motion Tracker), 삼차원 데이타를 통해 게임하는 사람을 디지털 아바타로 재현하는 골격 추적장치(Skeletal Tracking), 게임하는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는 기능이 들어 있다.

즉, 게임을 하기 위해 이제는 리모콘이 필요없다. 손을 움직이면 포인터가 따라 움직인다. 포인터를 원하는 곳으로 가져간 뒤 손바닥을 펴면 동작이 실행된다. 키넥트 센서를 보고 손을 흔들면 자동으로 사용자를 인식하고 게임하는 사람의 아바타를 불러온다. 왼팔을 아래쪽으로 뻗으면 키넥트 가이드가 나타난다. 과거 리모콘으로 하던 모든 작업을 몸으로 한다. 키넥트가 혁신적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영화속에나 나올 듯한 상황을 현실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다음은 키넥트의 시연 영상이다.

키넥트, 성공할까?

키넥트는 지난 6월 E3(Electronic Entertainment Expo) 때 공개됐다. 또 국내 출시는 오는 19일로 잡혀있다. 몸으로 게임을 컨트롤하는 것은 그리 새롭지 않다. DDR로 시작된 발상의 전환은 위(Wii)로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넥트에 담겨 있는 기술은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여기에 3D 기술만 접목되면 완전한 가상현실 속에서 게임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하드웨어만 보면 키넥트의 성공 가능성은 상당히 크다. 또 이미 전세계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역시 중요한 것은 하드웨어가 아니다. 카누를 리뷰하면서 한번 설명했지만 게임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컨텐츠(소프트웨어)이다.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 답게 게임기와 함께 출시되는 타이틀도 상당히 다양하다. 40종의 동물과 놀 수 있는 키넥트 애니멀스(Kinect™ Animals)외에 키넥트 스포츠(Kinect™ Sports), 키넥트 조이 라이드(Kinect™ Joy Ride), 댄스 센트럴(Dance Central), 유어 쉐이프 (Your Shape: Fitness Evolved), 키넥트 어드벤처(Kinect™ Adventures),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the Experience), 파이터스 언케이지드(Fighters Uncaged), 소닉 프리라이더(Sonic Free Riders) 등 다수다.

키넥트 애니멀스

사자, 호랑이, 치타 등 20여 종의 애완동물을 선택해서 키울 수 있는 키넥트 애니멀스다. 다마꼬찌류의 이런 게임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게이머가 마치 신처럼 동물을 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상당히 좋아할 듯하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마케팅이다. 그런데 이 부분은 따로 고민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글 앞부분에 설명했듯이 마이크로소프트는 원래 마케팅을 잘하는 업체다. 결국 키넥트는 위의 개념을 따라했지만 혁신적인 기술, 풍부한 컨텐츠, 전략적 마케팅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어쩌면 키넥트(Kinect)는 운영체제의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니라 가상현실 게임의 마이크로소프트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줄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아직 출시전이고 제품을 사용해 보지 않았다. 실제 제품을 사용해 보면 이런 평가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흘러나온 키넥트에 대한 정보를 종합해 보면 키넥트의 성공 가능성을 점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본다.

키넥트에 Mac OS를?

외국에서는 키넥트가 상당히 인기인 듯하다. 그래서 오늘 소개하는 동영상처럼 웃지못할 동영상도 많다. 그러나 컴퓨터를 좋아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조금 더 재미있는 영상도 있다. 바로 컴퓨터에 키넥트를 연결한 영상이다. 다음 두개의 영상은 컴퓨터에 키넥트를 연결해서 몸으로 컴퓨터를 조작하는 영상이다. 영상을 보면 알 수 있지만 간단한 작업은 허공에 손을 움직여서 한다. 마치 영화속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고 평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웃지못할 촌극

키넥트는 지금까지 나온 게임기 중 가장 진화된 형태다. 이런 특징 때문에 인터넷에는 기넥트에 열중하다 벌어지는 웃지못할 일들을 담은 동영상이 종종 올라온다. 다음 동영상은 인가젯에 올라온 동영상이다. 여기에 소개한 동영상 외에도 이런 동영상은 상당히 많다. 유튜브에서 Kinect Fail로 검색해 보면 더 많은 동영상을 찾을 수 있다.

다음 영상은 트위터 팔로어 중 한 분인 jung0ff님이 직접 시연한 영상이다. 가상현실을 체험하려는 듯 분장까지 한 것이 상당히 이색적이다.

유튜브에서 영상 삭제

남은 이야기

뜬금없이 게임기에 대한 글을 올리는 이유는 내일이나 모래쯤 키넥트가 도착하기 때문이다. 리뷰용으로 받는 것이다. 다만 다른 리뷰와는 달리 3주간 키넥트를 사용해 보고 반납해야 한다. 보통 이렇게 반납하는 리뷰는 잘 하지 않는다. 에 대한 리뷰 이후 처음인 것 같다. 그런데 키넥트 리뷰를 하는 이유는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게임을 몸으로 컨트롤 할 수 있기 때문[2]이다. 이왕이면 키넥트를 해킹해서 운영체제까지 설치해 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그러나 이 부분은 내가 결정할 수 없는 부분이라 그냥 문의해 둔 상태다.

관련 글타래


  1. '베꼈다'는 뜻은 아니다. 
  2. 좋아하는 제품 리뷰는 가격 불문, 조건 불문으로 하는 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