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르 푸슈카(Tsar Pushka)

세계 최대 곡사포라는 차르 대포. 무게 40톤, 길이 5.34미터에 구경 890mm, 외경 1200mm에 달한다. 대포항에는 이 대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바가지'라는 대포가 집집마다 있다.

순수함이 남아있던 대포항

내가 대포항을 처음 방문한 것은 대학교 때 일로 기억한다. 당시에도 관광지로 상당한 명성(또는 악명)을 날린던 강원도 였지만 대포항은 시골의 순수함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여기서 처음 오징어 회를 먹었다. '오징어회는 맛이 없다'던 생각을 이때 버렸다.

강원도로 휴가를 가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는 장소가 대포항이었다. 전반적으로 회가 싸고 인심이 좋다는 것이 추천하는 이유였다.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대포항을 찾는 사람들의 수는 가면 갈 수록 늘어났다. 차도 별로 없던 시절부터 가던 곳이었지만 몇년전 부터는 대포항에 들어가려는 차량들 때문에 짧게는 20여분, 길게는 한시간 가까이 기다리는 일도 생겼다.

예전처럼 회가 싼 것도 아니고, 인심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다만 옛 추억을 잊지 못해 강원도로 휴가를 가면 일상처럼 방문했다.

가리비 세개 만원

2005년 8월 8일 삼산동을 출발, 오산 해수욕장에 짐을 풀고 예년과 마찬가지로 대포항을 방문했다. 방문후 가장 놀란 것은 예전에 비할바 없이 넓어진 주차장이었다. 예전의 규모에 비해 아무리 못해도 5~6배는 넓어진 것 같다. 두번째로 놀란 것은 휴가 끝물임에도 불구하고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비는 대포항이었다.

대포항 초입은 붐펴도 대포항 끝부분의 좌판은 비지고 다닐 틈이 있는 것이 정상인데, 이번에는 초입부터 좌판까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결국 기다리는 것이 지루해서 좌판 끝을 돌아 꺼꾸로 내려와서 회를 구입하게되었다.

광어 세마리, 우럭 두마리에 오만원. 광어든 우럭이든 오징어든 모두 만원씩이었다. 예전처럼 잡어나 오징어를 끼워주는 일도 없었다. 광어나 우럭이 한마리에 만원이라면 동네에서 조금 싼 횟집에서 먹는 것과 별 차이가 없는 가격이었다.

이왕 온 걸음.

물리는 것도 조금 힘든 것같아 광어 두마리, 우럭 한마리, 오징어 두마리를 오만원에 구입했다. '주차장이 넓어진만큼 인심은 나빠졌다는 생각을 하면서...'

8월 21일부터 8월 23일까지는 체제, 장인, 장모님과 강원도로 여행을 갔다. 지난번의 기억 때문에 대포항 보다는 동산포나 물치를 갈까했지만 장인, 장모님을 모시고간 상태라 낮익은 대포항을 또 다시 방문했다.

넓어진 주차장 덕택인지, 아니면 인근에 넓게 자리잡은 콘도 덕택인지 몰라도 해수욕장까지 폐장한 그때에도 대포항은 사람으로 넘처났다. 가격은 여전이 똑 같았다. 결국 지난번의 기억 때문에 광어 두마리와 우럭 한마리를 삼만원에 구입하고 대신에 조개를 구입하기로 했다.

가리비 세개에 만원.

가리비가 비싸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정말 비쌌다. 결국 가리비와 다른 조개, 맛없는 홍합을 끼워 이만원 어치의 조개를 구입했다.

연안부두

8월 28일 연안부두를 방문했다. 꽃게 가격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서 방문했다가 꽃게는 사지도 못하고 가리비만 2Kg를 사가지고 왔다. 재미있는 것은 가리비 2Kg가 16,000원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2Kg에는 약 30개 정도의 가리비가 있었다. 물론 대포항에서 산 것보다는 대부분 큰 것들이었다.

대포항에서 파는 가리비가 국산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연안부두와 대포항을 비교해보면 가격차이가 정말 많이 난다. 대포항에서는 가리비 3개를 만원에 팔고, 연안부두에서는 30개를 만 6천원에 판다.

물론 다른 조건들도 감안해야 겠지만 조건이 같다면 '연안부두에서 만 6천원에 산 가리비를 대포항에서는 삼십만원에 판다'는 얘기가된다. 즉, 20배의 바가지를 붙여서 파는 곳이 대포항이라는 얘기가 된다. 산지에따라 다르고 그날의 기후에따라 가격이 달리지는 것이 해산물이라지만 그래도 대포항은 그 이름처럼 이제는 '바가지라는 대포로 무장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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