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만년 2위인 이유

"SKT에 전화하면 '아 내가 대접 받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KT에 전화하면 '내가 이 대접 받으려고 전화했나'하는 생각이 든다" 트위터 팔로어 중 한분이 한 이야기다. 나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통신사와 제조사가 카르텔을 맺고 아이폰을 들여오지 않을 때 혁신을 외치며 아이폰을 도입, 통신시장을 흔든 KT다. 그런데 접촉해 보면 답답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아니 답답한 정도가 아니라 바로 해지하고 싶어진다. 요금제도 비슷하다. 요금제를 바꿀 때 어떤 기준으로 처리하느냐는 전적으로 KT 소관이다. 그러나 요금제를 바꾸며 추가 요금이 발생한다면 이런 부분은 반드시 고객에게 알려 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것 조차 알리지 않는다. KT가 만년 2위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당연히 알려야 하는 것 조차 알리지 않는 이런 부분 때문이다.

황당한 KT

작년 12월 아이폰을 구입하며 가입한 요금제는 i미디엄이다. 이 요금제는 음성무료 통화 400분, 무선데이타 1G가 제공된다. 음성통화가 많지 않는 나로서는 거의 매달 200분 이상의 음성통화가 남았고 무선데이타도 남았다. 음성과 무선데이타를 교환할 수 있는 요금제가 있다면 좋을 텐데 이런 요금제가 없다 보니 매달 남는 음성통화가 아까웠다. 그래서 취한 방법이 요금제를 'i라이트'로 바꾸고 '스마트 10000'이라는 부가 서비스를 추가한 것. 이렇게 하면 음성통화는 200분으로 줄고, 무선데이타는 1G로 똑 같지만 요금은 조금 더 싸기 때문이었다.

평상시 내 통화습관은 대부분 '용건만 간단히'였다. 주파수도 공공재이고 이런 공공재를 어떤 이유에서건 남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개인적인 일들로 통화량이 증가하다 보니 i라이트 요금제에서 제공하는 음성통화량이 조금 부족한 것 같았다. 다시 요금제를 곰곰히 따져 보니 매달 음성통화가 조금 남는다고 해도 i라이트 요금제 보다는 i미디엄 요금제를 사용하는 것이 더 유리할 듯 싶었다. 그래서 결국 지난 10일경 요금제를 바꿨다.

트위터(Twitter)에는 이런 저런 잡담도 자주 올리기 때문에 이런 내용도 트위터에 올렸다. 그리고 달린 트윗 중 조금 이상한 트윗을 받았다. '쇼고객센터에 연락해 보면 요금제 변경은 매월 1일에만 가능하다'는 트윗이었다. 아이폰(iPhone)에 설치된 쇼고객센터 어플로 신청하면 즉시 변경 가능하기 때문에 의외였다. 알고 보니 이 트윗을 올린 분(@IndyCho)은 어플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쇼고객센터에 전화해서 직접 문의한 듯했다. 아무튼 고객센터에 전화하는 것 보다는 이런 어플이나 웹을 통해 직접 바꾸는 것을 더 좋아하고 더 편하기 때문에 어플을 이용해서 바꿨다는 것을 알려 드렸다.

아이폰 요금제 변경하실 때, 현재 기준의 무료통화 잔여랑 상관없이 변경시점을 기준으로 일할계산하여, 초과 사용분 요금 청구된다고 합니다. 요금제 변경시 꼭 확인하시고 억울한 일 없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오늘 @IndyCho님이 위와 같은 트윗을 올렸다. 처음에는 무슨 의미인가 싶었다. 그러나 혹시나 하는 생각에 과금통화가 있는지 확인해 봤다. 그런데 의외로 음성통화무선데이타에서 무려 1'6000원의 과금이 발생했다.

생각지도 못한 과금

원래 오늘은 윈도에서 VMWare에 Mac OS X를 설치하고 iOS 4.0을 판올림하는 방법을 올려야 하지만 과금 문제 때문에 대신에 이 글을 쓰고 있다. 아무튼 그림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생각지도 못한 만6천원이 과금됐다.

알 수 없는 과금

고객센터에 전화를 하고 나서야 이 요금이 왜 부과됐는지 알 수 있었다. 요금제를 바꾼 것은 지난 10일쯤이었다. 이때 음성통화는 30분 정도 남았었고 무선데이타는 200M 정도 남아있었다. 이럴 때 과금통화를 계산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날짜별 통화량 계산 - 전체 무료통화량을 30으로 나눔.
    음성: 200분/30=6.66666667분
    무선: 500M/30=16.66666667M
  2. 요금제 변경 시점의 통화량 계산 - 날짜별 통화량에 날짜를 곱함.
    음성: 6.66666667분*10=66.6666667분
    무선: 16.66666667M*10=166.6666667M
  3. 초과통화 계산 - 전체 무료통화량에서 변경시점 통화량과 남은 통화량을 뺌.
    음성: 200-67-38=95분
    무선: 500-167-206=127M
  4. 계산된 과금통화
    음성: 95분은 1'0314원
    무선: 127M는 6159원

위의 계산법을 보면 알 수 있지만 변경하는 시점의 통화량과 남은 통화량으로 초과통화량을 계산해서 과금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과금 방법에 대해서는 따질 부분은 되지 못한다[1]. 또 과금하는 방법 자체는 언뜻 생각하면 합리적이이다. 그러나 무료통화가 많이 남은 사람에게는 반대로 비합리적이다. 남은 무료통화가 날라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방법이 합리적이기 위해서는 '날짜별 초과통화에 과금을 한다'면 남은 무료통화에 대한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 참고로 음성과 무선데이타는 초과 사용으로 과금됐지만 무료문자는 아무런 보상없이 100건이 날라갔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아이폰 어플로 요금제를 바꿀 때 이런 사실이 전혀 고지되지 않았다'[2]는 점이다. 즉, 요금제를 바꾸려고 하면 바꾸려는 시점에 위와 같은 금액이 과금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어야 사용자는 최소한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이 고지되지 않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과금된 요금을 내는 사람도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 KT는 약정 2년이 다된 사용자를 잡기 위한 이벤트를 하고 있다. 약정기간이 6개월 이하로 남아 있는 사람들은 현재의 약정 기간과 할부금, 장기고객 혜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다른 휴대폰으로 기기를 변경할 수 있는 이벤트이다. 따라서 KT를 사용하며 아이폰으로 휴대폰을 바꾸려는 사람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정책이다. 얼마 전 아는 형도 비슷한 문제로 아이폰 구입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정책만 보면 KT는 예전과는 달리 상당히 변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사용자들은 이런 눈에 띄는 변화 보다는 눈에 띄지 않는 변화에 더 깊이 반응한다는 점이다. 한번 애플교는 '영원한 애플교'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단순히 애플 제품의 디자인이 좋아서 나온 말이 아니다. 애플 제품에는 눈에 띄지않는 곳곳에 사용자에 대한 배려가 여기 저기 숨어있다. 그리고 이런 배려를 경험한 사람은 절대 다른 제품에서 애플 제품과 같은 만족도를 얻지 못한다. 한번 애플교가 영원한 애플교가 되는 이유는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는 배려 때문이다.

"아이폰 때문에 KT를 쓰지만 2년이 지나면 반드시 갈아타겠다"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제품은 더 없이 마음에 들지만 서비스는 더 없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용자들이 KT에 대해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이런 사소한 부분을 신경쓰는 섬세함이 없기 때문이다. 다음은 예전에 트위터에 올라온 트윗이다. 이 트윗을 읽어 보면 사람들은 KT에 대해 무엇을 요구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SKT 고객센터에 전화를 하면 "아! 내가 대접받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KT 고객센터에 전화하면 "아! 내가 이 대접 받으러 전화했나"하는 생각이 든다[3].

남은 이야기

KT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고지의무를 어긴 것에 대한 항의를 했다. 요금제는 업체에서 정하는 것이라 내가 따질 부분은 못된다. 그러나 '요금제를 바꾸면 무려 1'6000원이 과금된다'는 것을 알았다면 요금제를 바꾸지 않았을 것이다. 내 통화습관을 보건데 남은 통화시간이 40분 가량이면 추가로 60분 정도의 음성통화만 더 하면 되기 때문이다[4]. 95분에 만원 정도의 추가 요금이 발생했으니 요금제를 바꾸지 않았다면 6000원 정도의 추가요금만 지불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요금제를 바꾸는 시점에 이런 사실이 고지되지 않아 요금제를 바꿨고 결국 만6천원 정도의 추가요금이 발생했다. 즉, 내지 않아도 되는 요금을 만원 정도 더 내게된 셈이다. 물론 이 부분은 고객센터에 항의해서 50%의 감면혜택을 받았다. 따라서 KT의 고지의무 위반으로 내가 물게되는 손해는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나야 알고 따져서 이런 손해를 보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KT가 분발해서 창의력은 밥말아 먹은 기업, SKT를 눌러주기를 바란다. 그래야 최소한의 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일을 격으면 언제나 한숨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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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불합리하지만 따지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만약 월별산정을 한다면 매달 요금제를 바꿔 불법적인 이득을 취하려는 사람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즉, 이부분은 신뢰의 문제지 정책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 고객센터에 전화하면 알려 준다. 아울러 요금제를 매월 1일에 바꿔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3. 이 트윗은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 쓴 것이라 원래 올라온 트윗과는 조금 차이가 있을 수 있다. 
  4. 한달에 200분 통화중 난 거의 60분 이상이 남는다. 즉, 많아야 월 140분 통화하는 셈이다. 따라서 한달의 3분의 1이 지난 시점이라면 100분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