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만 하면 닌텐도가?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이 요즘 초등학생들이 닌텐도를 많이 가지고 다닌다며 "우리나라는 왜 저런 게임기를 개발하지 않는지"를 물었다. IT는 더 이상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며 삽질만 하면 닌텐도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 대통령다운 인식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똑 같은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다.

사라진 공개 프로그램

정말 오래 전의 일이지만 나 역시 공개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PC 통신에 올린 적이 있다. 지금 기억으로는 리스터를 위한 프로그램이었다. 확장자에 따라 서로 다른 보기 프로그램(Viewer)을 불러 올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물론 이 뒤에 로 갈아탔고 그 덕에 더 이상 프로그램을 개발하지는 않았다. 이 짧은 경험으로 느꼈던 것은 공들여 "공개 프로그램은 개발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공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사람 중 상당수는 이런 생각에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개 프로그램의 대부분은 내가 필요해서, 내가 좋아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 프로그램이 명성을 얻게되면 이제는 싫어도 그만 둘 수 없는 상황이 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개발자는 회사에 다니고 쉬는 짬짬이 공개 프로그램을 개발, 의무적으로 발표해야 하는 것으로 아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좋다고 떠들던 사람들이 개발이 늦어지면 "배가 불렀다"는 이야기를 서슴없이 한다. 공개 프로그램을 개발해도 수익 구조가 전혀 없고 기부 또한 거의없는 우리나라에서 도대체 '무엇으로 어떻게 배가 불렀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이야기가 자연스레 나온다. 여기에 조금 더 심해지면 욕설이 난무한다. 또 말도되지 않는 헛소문까지 퍼진다.

AD-Free

현재 안랩에서 스파이제로를 개발한 루저님이 개발한 악성 코드 제거 프로그램이다. 당시 악성 코드 제거 프로그램으로 , 등이 있었지만 신뢰성 문제 때문에 이 프로그램을 주로 사용했다[1]. 이러던 중 '루저'님이 안랩에 입사하고 AD-Free의 개발이 중지됐다. 물론 는 스파이제로라는 프로그램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당시 루저님 홈페이지에는 비난하는 글로 넘처났다. 결국 루저님은 홈페이지를 닫아 버렸다[2].

나는 이때도 도무지 이 사람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좋은 프로그램을 지금까지 무료로 사용했다. 돈도되지 않는 프로그램 개발을 회사에 다니면서 계속해 준다면 사용자의 입장에서 더할 나위없이 좋은 일이다. 그러나 개발자의 사정으로 개발이 중단된다고 해도 그걸 탓할 수는 없다. 또 무료로 개발된 기술을 가지고 유료 프로그램을 개발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개발을 해 보면 알 수 있지만 삽질만 하면 나오는 것이 프로그램은 아니기 때문이다.

KMPlayer

KMPlayer도 공개 프로그램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공개다. 다만 개발자가 바뀌었다. 개발권이 '강용희'님에서 '판도라TV'로 넘어갔다. 판도라TV에 대한 이미지가 워낙 좋지 않아 불거진 문제였겠지만 이때도 강용희님을 비난하는 글이 넘처났다. 판도라TV로 넘기기 보다는 공개소스로 하자는 의견부터 강용희님에 대한 개인적인 비난까지 눈뜨고 보기 힘들었다.

공개소스로 하자는 사람은 우리나라의 공개소스 환경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하는 이야기이다. 현재 공개소스로 개발되고 있는 텍스트큐브inureyes님을 비롯한 몇 분에 의해 개발, 유지[3]되고 있다. 여기에 는 서버를 비롯한 개발 지원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개발되는 공개소스 중 조건이 그나마 나은 셈이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도 항상 불거지는 이야기는 'inureyes'님이 개발을 중단하면 텍스트큐브 개발이 중단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이다.

KMPlayer도 비슷하다. 처음에는 몇사람이 주도적으로 개발할 것이다. 그러나 '그 뒤는?' 공짜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은 좋아해도 땡전한푼 기부하는 것에는 정말 인색한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이다. 서버야 소스포지KLDP와 같은 것을 이용한다고 해도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지속하기 힘든 것이 바로 공개소스[4]다. '강용희'님이 몇년동안 KMPlayer를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즉, 우리가 몇년간 'KMPlayer'라는 세계적으로 우수한 미디어 재생기를 사용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강용희님의 지난 5년간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고생해서 개발한 프로그램의 개발을 중지하고 개발권을 다른 회사에 넘겼다는 것이 과연 비난받을 일인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그런데 이런 희생을 강요하는 사람 중 기부를 자주하는 사람은 본적이 없다. 홈페이지 운영이 올해로 13년째이다. 불평불만 많고 홈페이지 개선을 요구하는 사람 중 실제 기부에 참여한 사람은 없었다.

OpenCapture

내가 사용하는 화면잡기 프로그램은 SnagIt이다. 상당히 다양한 형태의 화면 및 동영상을 잡을 수 있고 간단한 편집기까지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유료다. 따라서 무료 프로그램을 원하는 사람에게 권해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오픈캡처다. 하나의 파일로 제공되지만 상용 프로그램인 HyperSnap 정도의 기능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또 무료다. 따라서 무료 화면잡기 프로그램을 원하는 사람에게 가장 적합한 프로그램이다. 어제 이 오픈캡처 홈페이지에 방문했다가 오픈캡처 개발을 중단한다는 메시지를 봤다.

요즘들어 조금씩 악플들이 생기는데 상당히 기분이 않 좋습니다.
거기다가 요즘 시디스페이스 7 개발 때문에 회사다니면서도 스트레스 받아 죽겠는데 이번엔 제 홈페이지에 와서 이런 게시물보면 정말 참아내기가 힘듭니다. 요즘 가뜩이나 스트레스 정말 받았는데 죽고 싶다라는 심정입니다.

오늘부터 오픈캡쳐 개발중지하겠으며 앞으로 더 이상 업데이트 하지 않겠습니다.

솔직히 많이 알려진 프로그램이 아니라면 상관이 없지만 많은 분들이 사용하니까 우선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더 이상 개발할 여력이 없으며 그럴 재주가 없는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님 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님의 말씀도 틀린말도 아니며 맞는 말입니다. 어떻게보면 그간 변경 된 사항들고 없고 디자인도 거의 비슷하고 내부만 조금 바뀌다 시피했습니다. 전 님의 요구사항에 맞춰주기가 상당히 버거울꺼 같습니다.. 님의 입장도 이해가 가지만 왠지 제가 억울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어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저는 오픈캡쳐 유지보수를 거의 7년간 해왔습니다.. 그리고 왠지 앞으로도 이런일이 계속 발생할꺼 같습니다. 아무래도 사용자가 점점 많아지게 되면 이런글들이 하나씩 늘겠구요.. 그러한 답변들을 제가 잘 참아낼 자신이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프로그래머로 맨날 야근하면서 일하는게 쉽지 많은 않은데 이제는 프리웨어로 없는 시간쪼개서 프로그램 만들어놓으니 그것 조차도 욕먹으면서 배포해야 하니 ...

내막을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개발자분이 취직을 하고 오픈캡처의 버그 수정이나 판올림이 늦어져 올라온 악플 때문에 결국 개발자가 개발을 포기한 것으로 보였다.

삽질만 하면 닌텐도가?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이 요즘 초등학생들이 닌텐도를 많이 가지고 다닌다며 우리나라는 왜 저런 게임기를 개발하지 않는지를 물었다. IT는 더 이상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며 삽질만 하면 닌텐도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 대통령다운 인식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똑 같은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다.

IEToy, KMPlayer, OpenCapture는 우리나라에서 공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이 얼마나 욕먹는 일인지를 보여주는 한 사례이다. 좋은 공개 프로그램이 하나 둘씩 사라져 가면 피해를 입는 사람은 바로 그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마음에 맞지않는다고 개발자에게 비난을 쏟아 붇기 보다는 그 개발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물론 ST(Sabjil Technology) 전도사가 대통령이고 ST(Sabjil Technology) 전도사가 등장하기 전부터 삽질만 하며 하루 아침에 프로그램이 뚝딱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이러한 것을 기대하기 힘들겠지만.

관련 글타래


  1. IEToy라는 아주 훌륭한 애드온 프로그램도 있었지만 무거워서 AD-Free만 사용했다. 
  2. 이 덕에 'IEToy'라는 프로그램의 개발도 중지됐다. 비난 글을 올린 사람들이 얻은 것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3. TNF로 참여하고 있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실제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4. 국내 공개소스 중 개발이 지지 부진하거나 사라진 프로젝트도 많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