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는 오빠 약올리기

우영이와 다예는 아주 잘 싸운다. 잘 싸우는 이유 중 하나는 다예가 오빠에게 조금도 지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영이가 다예를 건들지 않아도 다예가 먼저 건든다는 점이다. 그러다 얻어 맞고 운다. 그런데 이 것은 단지 장난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말장난도 아주 잘 한다. 얼마 전 우영이를 본가에 보냈을 때 일이다. 일주일이 지나 우영이를 데리고 오려고 했다. 일주일을 사촌형과 함께 지낸 우영이는 집으로 오는 것이 싫은 것 같았다.

잠바를 입고 음식을 먹는 이유

큰 애와 둘째의 차이 중 하나는 "둘째는 자기 합리화에 아주 능하다"는 점이다. 즉, 모든 행동에는 그 이유가 존재한다. 따라서 우영이에게 그런 행동을 한 이유를 물어 보면 대부분 "그냥"인 경우가 많지만 다예에게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대부분 아주 타당한 이유를 가지고 있는 때가 많다. 얼마 전 서울에 갔다 올 때 일이다. 잠시 휴게실에 들렸다.

다예는 라면을 좋아하기 때문에 라면, 우영이는 짜장면을 좋아하기 때문에 짜장면을 시켰다. 짜장면을 먹으면 옷부터 얼굴까지 짜장 범벅을 만드는 우영이에 비해 다예는 음식을 거의 묻히지 않는다. 음식이 묻는 것 자체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녀석은 옷을 벗지 않고 잠바를 입고 그대로 음식을 먹고 있었다.

우엉맘: 다예야. 잠바를 벗고 먹어야지.
다예: 아니지 입고 먹어 야지.

우엉맘: 잠바를 입고 먹으면 옷에 묻잖아.
다예: 그러니까 입고 먹어야지.

도아: 다예야. 왜 입고 먹어야되.
다예: 응. 잠바는 휴지로 딱을 수 있지만 옷은 못 딱잖아.

음식을 먹으며 흘리지 않을 수는 없고 따라서 "딱기 힘든 옷을 입고 음식을 먹는 것 보다는 딱기 쉬운 잠바를 입고 음식을 먹는 것이 더 낫다"는 논리다. 일반인의 생각을 약간 비튼 사고이지만 타당성은 있다.

6+3, 5+4의 차이

작년의 일이다. 우엉맘이 사무실에 왔다. 함께 우엉맘의 차를 타고 가고 있었다. 그때 다예의 이야기.

다예: 아빠, 3 더하기 5는 8이지?
도아: 응. 우리 다예 똑똑하네.
우엉맘: 저것이 덧셈도 못하면서.

유치원 외에 따로 가르치는 것이 없기 때문에 처음에는 외워서 답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5 더하기 4가 얼마인지 물어봤다.

도아: 다예야. 그럼 5 더하기 4는 얼마야?
다예: 응~~ 9.

외워서 하는 것이라고 하면 당연히 틀려야 하는데 여러 가지를 물어 봐도 거의 다 올바른 답을 이야기했다. 그래서 우엉맘이 잘못 알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다시 우엉맘에게 이야기했다[1].

도아: 잘하는데 뭘 못한다는 거야?
우엉맘: 그래? 다예야, 그러면 6 더하기 3은 얼마야?

그런데 5 더하기 4나 6 더하기 3 모두 답은 9인데 다예는 선뜻 답을 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

다예: 8
우엉맘: 거봐 못하잖아.

울먹이는 소리에 뒤를 돌아 보니 다예는 덧셈을 하면서 머리로 암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을 꼽아 세고 있었다. 손가락은 5개 이기 때문에 5 이하의 덧셈은 할 수 있지만 5 이상은 손가락이 없어서 못하던 것이었다.

취미는 오빠 약올리기

우영이와 다예는 아주 잘 싸운다. 잘 싸우는 이유 중 하나는 다예가 오빠에게 조금도 지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영이가 다예를 건들지 않아도 다예가 먼저 건든다는 점이다. 그러다 얻어 맞고 운다. 그런데 이 것은 단지 장난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말장난도 아주 잘 한다. 얼마 전 우영이를 본가에 보냈을 때 일이다. 일주일이 지나 우영이를 데리고 오려고 했다. 일주일을 사촌형과 함께 지낸 우영이는 집으로 오는 것이 싫은 것 같았다.

다예: 오빠 집에 가기 싫어?
우영: 응.
다예: 그럼 여기서 살어!!!

우영이가 집에 가기 싫다고 하면 항상 내가 하는 말이 "그러면 여기서 살어"였다. 이것을 보고 다예가 그대로 따라한 것이다. 다만 이 말을 하기 위해 순진한 우영이를 유도한 것.

일찍 일어나는 것이 신기한 다예

다예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 보통 놀러를 가도 가장 늦게 자는 사람이 다예다. 아울러 우리 집에서 가장 늦게 일어난다. 보통은 우엉맘이 일어나고, 우영이가 일어난다. 그러나 다예는 자는 시간과 무관하게 가장 늦게 일어난다. 따라서 아침에 다예를 깨우려고 하면 상당히 고생해야 한다. 얼마 전의 일이다. 퇴근한 뒤 작은 방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는데 다예가 찾아 왔다.

다예: 아빠 아빠는 매일 늦게 자잖아?
도아: 응.
다예: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일찍 일어나?

매일 아침 우엉맘과 한바탕 하고 울고 불고 한 뒤 일어나는 다예에게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아빠가 못내 신기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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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다예는 자존심이 아주 강하기 때문에 이런 것을 못한다고 하면 마음이 상해서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