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벌식 390 vs 최종

세벌식 자판은 우리나라 처음으로 등장한 자판이다. 세벌식 타자기는 기계식 타자기에서 한글과 영어를 동시에 입력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타자기이기도 한다. 세벌식 자판도 여러 판본이 있지만 현재 사용되는 것은 390과 최종이다. 세벌식 390은 세벌식 자판에 영어 쿼티 자판의 특수문자를 입력할 수 있도록 바꾼 자판이다. 반면에 세벌식 최종은 공병우 박사님이 개발한 원형에 가장 가까운 자판으로 리듬감이 뛰어나며 390에 비해 연타가 적다. 따라서 어떤 자판을 사용하든 큰 문제는 없다. 또 두개의 자판은 자판 배치가 상당히 비슷하다. 즉, 390 사용자도 최종을 사용하는데 큰 문제가 없고 최종 사용자도 390을 사용하는데 큰 문제는 없다.

목차

공병우 박사가 만든 세벌식 타자기

컴퓨터가 등장하기 전까지 상당히 여러 디자인으로 개발, 판매된 세벌식 타자기다. 정부에서 4벌식을 표준으로 밀다 5공 정부시절 두벌식 자판을 표준으로 한 뒤 지금에 이르고 있다. [출처: 한글 기계화운동의 선구자, 공병우 박사]

세벌식과 날개셋

나는 사용자다. 처음으로 익힌 세벌식은 390[1]은 아니었다. 그러나 390이 발표된 직후 영어 자판과 특수기호가 똑 같기 때문에 1992[2]년 이후로 계속해서 390을 사용해 왔다. 중간 중간 을 설치하면서 세벌식 최종에 도전했지만 숫자 입력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390을 고수해 왔다. 또 두벌식/세벌식 쉽게 공생하기 II에서 설명한 것처럼 날개셋 입력기 역시 복잡한 기능과 부실한 매뉴얼 때문에 사용을 포기[3]하곤 했다.

그러나 최근 날개셋을 다시 설치하고 날개셋의 기능을 살펴보니 마음에 드는 기능들이 상당히 많았다. 이런 기능들 때문에 세벌식 사용자의 고민 중 하나인 "두벌식 사용자와 동거하는 방법"을 두 가지(I, II)나 올렸다. 입력기를 설치하면 자동으로 설치되는 날개셋 편집기도 현재는 글을 작성할 때 사용하는 기본 편집기로 사용할 예정이다. 즉 글은 날개셋으로 작성하고 HTML 편집만 Editplus로 작성할 생각이다.

이렇게 기본 편집기까지 바꿀 생각을 한 것은 날개셋 편집기가 한글을 한글 답게 작성하기에 상당히 편하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세한 장점은 나중에 다른 글로 설명하도록 하겠다. 다만 한 가지 시각적으로 마음에 드는 것은 과거 도스 시절에 사용했던 예쁜 비트맵 글꼴(Bitmap Font)[4]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벌식 최종의 장점

계속 세벌식 390을 사용하다가 최종으로 바꾼 이유는 다음과 같다.

더 뛰어난 리듬감
세벌식 390보다 리듬감이 살아난다. 원래 세벌식은 영어 자판과 특수문자가 전혀 호환되지 않았다. 이것을 호환되게 바꾼 것이 390[5]이다. 그러나 이렇게 글쇠를 배치하다 보니 세벌식 최종에 비해 일부 문자를 입력할 때 이런 리듬감이 떨어진다.
줄어든 연타
세벌식의 연타는 두벌식에 비해 현저히 적다. 이렇게 연타가 적은 이유는 받침[6] 대부분을 한타에 칠수 있기 때문이다. 쉬운 이야기도 두벌식으로 '없다'를 친다고 하면 'ㅂㅅㄷ'의 3연타가 발생한다. 반면에 세벌식은 'ㅄㄷ'로 2연타에 머문다. 그러나 390은 일부 받침에서 타자의 리듬감과 속도를 떨어트리는 3연타(예: 옮기다)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물론 390도 이런 연타가 많지는 않다.
처음 배운 세벌식
내가 처음 배운 세벌식은 389였다. 1990년 한글 문화원에서 세벌식 스티커를 받아왔지만 당시에는 세벌식 390이 만들어지기 전이었다. 또 세벌식 390 오토마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없었기 때문에 한 2년 정도 세벌식 389를 사용했다. 당시 세벌식을 배우면서 가장 혼란 스러웠던 점이 영어 특수문자와 세벌식 특수문자의 배치였다. 특히 프로그램을 짜면서 한글을 사용하는 때는 더욱 심했다. 그러다 이 특수문자가 똑 같은 세벌식 390이 나왔기 때문에 바로 바꿨던 기억이 있다. 즉, 세벌식 최종은 내가 처음 배운 세벌식 389와 비슷했다.
공병우 박사의 마지막 자판
이 부분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한가지는 "평생 한글 기계화 연구를 해오신 공병우 박사에 대한 존경"이다. 또 다른 부분은 평생 연구한 분의 결과물이 더 낫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남은 이야기

우리사회는 선택의 문제선악의 문제로 끌고 들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이전에 쓴 댓글 문제도 그렇고 RSS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세벌식 390은 세벌식 389 사용자가 빠르게 전환한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영어와 특수문자 배치가 일치하고 숫자를 입력하는데 상당히 편리[7]하다. 반면에 최종은 리듬감이 더 살아나고 연타가 적다. 즉, 서로 일장일단이 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어느 한쪽이 '좋다, 나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성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또 대부분의 시스템에서 세벌식 390과 세벌식 최종을 지원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사용자 층도 엇비슷할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나는 이 부분 역시 '좋다, 나쁘다'의 선악의 관점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즉 최종이 좋은 사람은 최종을 사용하고 390이 좋은 사람은 390을 사용하면 된다. 아울러 세벌식 390 사용자는 굳이 최종으로 바꿀 필요는 없다고 본다.

관련 글타래


  1. 한글 문화원 박흥호 연구원의 주도하에 판올림한 세벌식 자판이다. 세벌식 390은 영어 자판(쿼티)의 모든 기호를 입력할 수 있지만 일부 받침을 두글쇠로 입력하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숫자 입력 방식은 390이 더 편한 것 같다. 
  2. 정확하지는 않다. 하여간 프로그램에서 390을 지원할 때부터 바꿨다. 
  3. 두벌식/세벌식 쉽게 공생하기 II에서 설명한 것처럼 홈페이지에서 매뉴얼을 찾았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다. 그러나 입력기 자체에 아주 자세한 도움말을 포함되어 있었다. 
  4. 도스 시절에는 글꼴이 정말 많았다. 도스 시절에는 조합형이 주였기 때문이다. 조합형에서 글꼴을 만드는 것은 꽤 간단했다. 나중에 따로 글을 올리겠지만 완성형이 아닌 조합형이 표준이 됐다면 한글 글꼴 역시 영어 글꼴 만큼 많아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완성도는 모든 글자를 다 따로 설계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5. 세벌식 390 배열에 대하여라는 글을 보면 세벌식 390 판올림을 주도한 박흥호 나모인터랙티브 대표의 글이 나온다. 자세한 개발 배경은 이 글을 참조하기 바란다. 
  6. 세벌식 최종은 모든 받침, 세벌식 390은 대부분의 받침을 한타에 칠 수 있다. 
  7. 참고로 '세벌식 390'이 숫자를 입력할 때 더 편하지만 소수점이나 쉼표를 입력할 때는 쉬프트 글쇠를 놓아야 하기 때문에 이런 점은 다소 불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