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암울한 미래

회사가 생존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비전파워처럼 기술력을 가진 업체가 인수합병을 통해 생존하는 것도 기업 생존의 한 형태이다. 아울러 인수합병 자체가 주는 시너지 효과도 있기 때문에 기업의 인수합병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비전파워의 인수합병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기술력을 가진 업체가 어떤 말로를 걷게되는지 보는 것같아 씁쓸하기 그지 없다. 기술력이 있지만 그 기술력으로 성장하지 못한다. 결국 생존을 위해 대기업과 마케팅 업체의 하청 업체로 전락한다. 그리고 그 기술력과 마케팅으로 성공하면 기술력을 제공한 업체는 대기업이나 마케팅 업체에 넘어간다. 이것이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비전'이다. <사진: 쥐약이 될 수도 있는 알약>

알약 1위?

얼마 전 알약이 국내 백신 시장의 1위에 올랐다는 이스트소프트의 발표와 안랩의 반박이 있었다. 사용자 수에서만 보면 알약의 사용자 수가 V3를 코앞까지 접근한 것은 사실이다. 아마 지금 쯤은 V3를 능가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가지 중요한 점이 있다. 알약은 이스트소프트에서 만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스트소프트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이스트소프트는 사용자의 필요를 집어내는 능력은 상당히 뛰어난 회사다. 알집이라는 허접한 프로그램이 국민 프로그램이 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이런 사용자의 필요(Need)를 읽어 내는 능력때문이다.

알약 역시 비슷하다. V3와 네이버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을 때 이스트소프트는 슬며시 알약을 출시했다. 알약이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들은 이스트소프트에서 개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 출시된 무료 백신의 상당수는 바이러스 엔진에만 차이가 있을 뿐 개발사는 모두 안티스파이웨어 PCZiggy를 개발한 비전파워이다.

제품 바이러스 엔진 안티 스파이웨어 엔진 개발사
PC그린 Kaspersky/하우리 유디코스모 나베르
야후백신 Dr.Web PCZiggy 비전파워
메가닥터 Dr.Web PCZiggy 비전파워
알약 BitDefender PCZiggy 비전파워

메가닥터, 야후백신

'야후백신'과 메가닥터는 바이러스 엔진, 안티스파이웨어 엔진, 개발사가 모두 같기 때문에 거의 같은 프로그램으로 봐도 된다. 네이버 PC그린의 바이러스 엔진은 외산 바이러스 엔진 중 최고로 평가받는 'Kaspersky'와 한때 국내 백신 시장 2위로 군림하던 '하우리 엔진', 그리고 안티스파이웨어 엔진으로 '유디코스모'를 사용하기 때문에 조합상 가장 낫다. 그러나 포털에서 무료 백신의 배포를 반대한 V3때문에 별다른 힘을 쓰지는 못했다. 반면에 알약은 국민 프로그램이라는 알집을 등에 업고 비교적 쉽게 백신 시장에 안착했다. 아울러 단 10개월만에 130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알약의 개발사는 이스트소프트가 아니라 비전파워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바이러스 엔진을 외국에서 개발했기 때문에 개발사가 비전파워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한때 국산차의 엔진은 모두 외산이었다. 국산차의 엔진이 외산이라고 해서 그 차를 외국차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 바이러스 엔진도 마찬가지다. 외산 엔진을 가져와서 쓴다고 그 프로그램을 외산이라고 할 수는 없다. 만약 이런 논리라면 외산 C 컴파일러와 라이브러리를 사용하는 모든 프로그램은 외국산이며, 개발사 역시 컴파일러 개발사가 되기 때문이다.

비전파워

알약은 이스트 소프트에서 만들지 않았다!!!라는 글에서 설명한 것처럼 알약은 비전파워에서 개발했으며 당시 비전파워 당담자가 보낸 메일에 따르면 비전파워에는 알약 전담팀이 따로 있었다. 그리고 며칠 전 국내 무료 바이러스 개발사를 소개할 목적으로 비전파워를 방문했다. 그런데 비전파워 홈페이지가 알약 홈페이지로 바뀌어 있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알약의 개발사가 비전파워였는데 비전파워가 판매사이고 이스트소프트가 개발사라는 점이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이스트소프트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능력이 전혀 없는 회사다. 그래서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알집, 알FTP 등)은 버그 투성이고, 괜찮은 프로그램(알약, 알맵)은 다른 업체에서 만들었다. 이런 회사가 제조사로 되어 있어서 관련 기사를 찾아 봤다. 이스트소프트, 비전파워 연구개발조직 자회사로 인수라는 기사를 읽어 보면 알 수 있지만 비전파워의 개발 인력으로 설립한 시큐리티인사이트의 지분 100%를 18억에 인수,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즉 비전파워의 프로그램 개발 인력을 모두 이스트소프트에서 인수한 것이다.

이스트소프트, 기업시장 공략 위해 '비전파워' CB인수라는 기사를 보면 비전파워는 개발인력을 이스트소프트에 넘기고 보안소프트웨어의 영업, 유통 및 컨설팅 회사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영업력 강화를 위해 비전파워의 전환사채(CB)를 5억원에 이스트소프트에서 인수한 것을 알 수 있다.

중소기업의 암울한 미래

회사가 생존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비전파워처럼 기술력을 가진 업체가 인수합병을 통해 생존하는 것도 기업 생존의 한 형태이다. 아울러 인수합병 자체가 주는 시너지 효과도 있기 때문에 기업의 인수합병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비전파워의 인수합병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기술력을 가진 업체가 어떤 말로를 걷게되는지 보는 것같아 씁쓸하기 그지 없다.

기술력이 있지만 그 기술력으로 성장하지 못한다. 결국 생존을 위해 대기업과 마케팅 업체의 하청 업체로 전락한다. 그리고 그 기술력과 마케팅으로 성공하면 기술력을 제공한 업체는 대기업이나 마케팅 업체에 넘어간다. 이것이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비전이다. 중소기업의 자생력이 떨어지면 떨어질 수록 우리 경제의 동맥경화는 심해진다. 우리 경제의 미래가 불투명한 이유는 이런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이 자생할 수 있는 터전 그 자체를 없애 버렸다는 점이 가장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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