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전에 한병씩 마시던 큐팩

요즘은 당뇨때문에 이렇게는 마시지 못한다. 그러나 요즘도 마시는 양은 만만치 않다. 다만 식이요법 덕분인지 혈당은 상당히 내려갔다. 혈당치가 가장 높다는 식후 두시간 뒤도 당수치는 150을 넘지 않는다.

에서 알 수 있듯이 나는 술을 상당히 즐긴다. 이렇다 보니 술에 대한 말못할 이야기들이 많다. 또 술맛도 상당히 가리는 편이다. 그러나 맥주는 병맥주 보다는 큐팩을 더 좋아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맥주를 마시는 양이 워낙 많아서 한달 정도면 맥주병으로 큰 푸대 하나 정도는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전에는 이렇게 모은 맥주병을 슈퍼에 가져다 주고 쓰레기 봉투와 같은 것을 구매했다.

그러나 이렇게 맥주병을 치우는 것도 귀찮고 잔뜩 쌓아 두는 것도 힘들자 우엉맘이 아파트 청소하는 아주머니께 매번 드린적도 있다. 그러나 큐팩이 나온 뒤로는 병맥주 대신에 큐팩을 구매한다. 병맥주와 큐팩의 맥주 맛은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 중에는 큐팩 보다는 병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도 꽤 많다. 일단 어머님과 매제도 여기에 속한다. 그럼 과연 큐팩 보다 병맥주가 맛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병맥주가 큐팩보다 더 맛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일단 먼저 큐팩 맥주는 재수없으면 한번 얼었던 맥주를 구입할 수도 있다. 파란만장 리프트 아시아 및 가족 여행기 4(2008/09/06)라는 글에서 설명했듯이 슈퍼에서 바로 사온 맥주지만 맥주 맛은 완전히 김빠진 맥주였다. 이런 맥주가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병맥주는 얼면 터지지만 큐팩 맥주는 얼었다 녹아도 터지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한번 얼면 터지는 대신에 맥주의 톡쏘는 청량감을 유지시켜 주는 탄산이 빠져 나간다. 따라서 한번 얼었다 녹은 맥주는 마치 병을 딴 맥주처럼 김빠진 맥주가 된다.

두번째는 PET 병의 특징이다. 맥주 시장에 큐팩이 도입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OB 맥주에서 카스큐팩(2003년 11월)을 출시한 것이 처음이다. 맥주 시장에 큐팩 도입이 늦어진 이유는 바로 큐팩이 가지고 있는 특징때문이다. 맥주는 그 특성상 한번 제조하면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최소 두달은 걸린다. 아울러 병맥주와 캔맥주는 뚜껑을 따지 않는한 탄산이 빠져 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맥주를 담을 용기로 적당하다. 그러나 PET는 분자 구조상 6개월이 지나면 15% 이상의 탄산이 빠져 나간다.

큐팩에 사용되는 PET는 효성에서 만든 3층 다층막 PET 병이다. PET 병의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PET 사이에 얇은 차단 비닐막을 더 집어넣었다. 이 차단막으로 밖에서 들어오는 산소를 막고 탄산이 새나가지 않도록 한다. 따라서 효성에서 생산한 이 PET 병은 콜라나 사이다에서 사용하는 PET 병과는 달리 "6개월이 지나도 10% 이상은 절대로 빠지지 않는다"고 한다. 아울러 "10% 이하면 막생산된 것이나 6개월 지난 것이나 맛의 차이를 거의 느낄 수 없다"고 한다. [출처: [돈이 된 아이디어] 병과 캔의 틈새 '페트병 맥주']

이 글을 쓸때만 해도 3층 다막층 PET 병이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2020년 우연히 맥주 PET 병을 자르다가 사진처럼 3개의 막으로 된 걸 발견했다.

바로 이 '10% 탄산의 차이를 느끼느냐 느끼지 못하느냐'가 맛있는 맥주와 맛없는 맥주를 가름하는 셈이다. 따라서 맛에 아주 민감한 사람이 아니고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재수없이 얼었다 녹은 맥주를 구입한 경우가 아니라면 맛의 차이를 느끼기는 힘들다. 나는 병맥주가 더 맛있지만 맥주병 치우는 것이 귀찮아서 지금도 큐팩을 애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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