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 짬뽕의 새이름

타짜는 '1부 지리산 작두', '2부 신의 손', '3부 원 아이드 잭', '4부 벨제붑의 노래'로 구성되지만 역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현재 SBS에서 방영하고 있는 '1부 지리산 작두'(고니)이다. 타짜는 첫회분에서 고니가 깍두기를 공사하는 장면부터 나온다. 이 부분은 역시 시청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그러나 이어지는 타짜의 내용은 역시 원작의 맛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 오한강에서 보여준 김세영 작가의 문제 의식은 타짜에서는 많이 희석된다. 그러나 시대적 배경을 객관적으로 서술하며 고니가 걸어가게 되는 필연적인 과정은 전혀 무리가 없다.

허영만과 SBS

허영만 화백의 작품을 좋아하다 보니 그의 작품이 드라마화될 때마다 관심을 갖는다. 지난 번에 보다가 포기한 식객도 오로지 허영만이라는 이름때문에 보기 시작했지만 SBS의 작품에 대한 작의적 해석(작가가 창작을 하는 듯한 해석)때문에 보는 것을 포기했다. 처음 운암정 경합과 쇠고기 경합까지는 드라마 첫 방영분에서 시청자의 눈길을 끌기 위한 장치로 이해했다. 그러나 이어진 회차에서도 원작의 맛을 살리기 보다는 화려한 눈요김과 술수로 화면을 가득 채운 식객은 원작을 또 한번 버린 졸작이었다.

은 예상대로 종반부로 갈 수록 떨어지는 저조한 시청율로 마감했다. 그리고 뒤이어 허영만 화백의 또 다른 역작인 타짜를 지난 화요일 부터 방영하기 시작했다. 타짜허영만 화백이 그림만 그린 작품이다. 글은 오한강부터 허영만 화백과 짝을 이룬 언어 감수성이 빛나는 김세영 작가가 현장 취재를 통해 완성한 작품이다. 그래서 타짜를 보면 김세영 작가의 언어적 감수성과 현장감이 그대로 녹아 있다.

1, 2부를 엉망으로 짬뽕한 타짜

1, 2 부중 하나를 메인으로 잡아 전개했다면 훨씬 나았겠지만 SBS 타짜는 1, 2부를 엉망으로 짬뽕하고 있다. 그래서 고니는 2부의 대길의 캐릭터와 중복되며, 2부에 등장하는 미나(난숙)는 1회부터 등장한다. 1부의 가장 중요한 캐릭터인 정마담과 고광열이 등장하지만 고니는 2부의 대길과 더 닮아있다.

타짜, 짬뽕의 새이름

타짜는 '1부 지리산 작두', '2부 신의 손', '3부 원 아이드 잭', '4부 벨제붑의 노래'로 구성되지만 역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현재 SBS에서 방영하고 있는 '1부 지리산 작두'(고니)이다. 타짜는 첫회분에서 고니가 깍두기를 공사하는 장면부터 나온다. 이 부분은 역시 시청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그러나 이어지는 타짜의 내용은 역시 원작의 맛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 오한강에서 보여준 김세영 작가의 문제 의식은 타짜에서는 많이 희석된다. 그러나 시대적 배경을 객관적으로 서술하며 고니가 걸어가게 되는 필연적인 과정은 전혀 무리가 없다.

그러나 SBS에서 방영된 첫회분은 이런 자연 스러움이 없다. 고니 아버지가 도박으로 당하는 억지스러움, 아귀와 지리산 작두의 어설픈 경합. 아귀가 아귀일 수 있는 이유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해도 상대의 손목을 자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의 수하로 가득차있고 서로 구라친 것을 아는 상황에서 지리산 작두가 아귀의 손목을 자른 다는 설정은 억지다.

아귀와 지리산 작두

고니는 아귀의 손을 자름으로서 지리산 작두라는 별명을 얻는다. 그런데 SBS 타짜에는 지리산 작두가 따로 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자신의 부하들로 둘러쌓인 자리에서 바보같이 손을 잘린다는 설정이다. 자신의 부하들로 둘러쌓인 자리에서 손을 잘리는 바보라면 아귀는 더 이상 아귀가 아니다. 또 김갑수가 연기하는 아귀 역시 전혀 아귀답지 못하다.

타짜 1부의 지리산 작두에 나오는 고수는 편경장, 아귀, 짝귀 등이다. 그런데 이들이 대부분이 첫회에 등장한다. 김용의 영웅문을 드라마로 만들었는데 첫회부터 동사, 서독, 남제, 북개, 왕중양의 5제가 모두 나와 경합하는 것과 비슷하다. 사람의 이목을 끌기에는 충분할지 모르지만 드라마가 가지는 극적 요소는 반감된다. 식객이 그나마 20%에 가까운 시청율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식객이 괜찮아서가 아니라 경쟁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덴의 동쪽이라는 경쟁자가 등장하자 마자 식객의 시청율은 오히려 떨어졌다. 종영이 가까워지면 시청율이 올라가는 것, 식색에 투자한 광고비, 좋은 원작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식객이 얼마나 졸작이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타짜도 이런 식객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

타짜에서 원작의 맛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곳곳에 흥미위주의 장치들만 가득하다. 또 고니라는 캐릭터가 완전히 다르다. 고니는 도박에 목슴을 건 타짜지만 그런 타짜치고는 상당히 진지한 그리고 순수한 사내다. 그래서 속기도 많이 속는다. 허영만의 타짜 1부인 지리산 작두의 마지막은 고니가 사창가에서 알게된 여인(화란)에게 프로포즈 하는 장면으로 끝이난다. 고니가 이럴 수 있는 것은 SBS의 고니와는 달리 진지하며 순수한 사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SBS의 고니는 이런 진지함과 순수성이 사라졌다. 도박을 업으로 알고 살기에 적당한 사내인지 모르겠지만 순정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헤진 캐릭터가 바로 SBS의 고니였다. 장혁의 연기는 그런대로 봐줄만 했다. 그러나 그런 캐릭터로 진짜 고니를 연기할 수 있을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두번째는 한예슬이다. 한예슬의 연기력은 지금도 물음표이다. 연기력이 필요없는 환상의 커플에서 한예슬은 그냥 봐줄만한 정도였다. 그러나 그외의 역 중 한예슬이 어울리는 역은 없었다. 고니가 어린 시절 알게된 난숙의 역으로 나오지만 그 역할도 그 연기도 미심쩍다.

대길의 첫사랑, 미나

대길(고니)이 중학교 시절 선배 광철의 집에서 우연히 본 미나. 그러나 SBS에서 어린 시절 부터 알고 지내는 것으로 설정하고 있다. SBS의 고니는 대길의 캐릭터와 더 닮아 있다. 아울러 2부 신의 손에서 다소 망가진 듯하며, 깔삼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미나는 한예슬의 이미지와는 너무 동떨어져 있다.

SBS 타짜, 똥걸래

허영만 화백의 타짜의 1부를 보면 당시의 시대상이 그대로 나온다. 그러나 SBS의 타짜는 이런 시대적 배경조차 고려하지 않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가장 많이 하던 도박은 타짜의 배경이 되는 섯다이다. 그런데 요즘 가장 많은 사람들이 치는 고스톱은 당시에는 없었다. 고스톱이 등장하면서 섯다는 노름판에서 자취를 감춘다. 그래서 허영만의 타짜도 초기에는 섯다가 주를 이루지만 2부(신의 손)로 가면 고스톱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SBS 타짜에는 섯다가 주 도박이면서 고스톱을 치는 광경이 그대로 나온다. 즉 시대적인 사실조차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깍두기를 공사하는 고니

타짜의 가장 첫 부분에 등장하는 장면이다. 일명 섯다이다. 두장의 패를 받아 끝수가 높은 쪽이 이긴다. 망통 부터 아홉 끝. 그리고 그림처럼 서로 그림이 같은 땡. 그외에 알리, 장사, 구삥, 사삥, 장사, 구사등의 족보가 있다. 가장 높은 족보는 38광땡이지만 지역에 따라 38광땡을 인정하지 않는 곳도 있다. 문제는 고스톱이 등장하면서 부터 섯다는 놀음판에서 사라진다. 그러나 SBS 타짜는 섯다와 고스톱이 함께 등장한다. 섯다와 함께 했던 도박으로 도리짓고땡, 육백, 월남뽕등이 있지만 고스톱이 등장하면서 도박판은 고스톱이 평정한다. 따라서 고스톱이 고니의 어린 시절에 등장했다면 고니가 이미 성인이 된 지금은 사라진 도박이 섯다인 셈이다.

SBS의 타짜를 보면 '1부 지리산 작두', '2부 신의 손'을 짬봉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지리산 작두(고니)가 아귀의 손을 자르고, 편경장과 아귀가 첫회에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렇게 1, 2부를 섞는다면 주인공은 고니가 아닌 2부의 주인공인 대길(고니의 조카)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것이 났다. 어차피 타짜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고니와 대길이 중 누가 주인공인 줄 모른다. 이미 원작 타짜를 본 사람이라면 대길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것이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SBS는 이런 단순한 사실도 고려하지 않은채 무리수를 두고 있다. SBS에 항상 해주는 이야기가 있다.

원작에서 배워라!!!

어설프게 원작을 바꾸면 그 원작을 좋아하는 사람부터 그 드라마를 보지 않는다. 그리고 그 어설픔 때문에 처음에는 좋아하는 사람도 멀어지게 된다. MBC의 대작 에덴의 동쪽과 붙은 타짜지만 조기종영할 것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바로 SBS의 '이런 어설픔' 때문이다. 원작을 가진 작품 중 SBS에서 버리지 않은 작품은 지금까지 없었다. 식객도 타짜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몇 회나 더 타짜를 보게될지는 의문이다. 아마 길어야 4회분까지가 아닐까 싶다. 식객은 그나마 달라질 것이라는 희망이라도 있었다. 그러나 타짜 첫 방영분을 보면이런 희망을 품기조차 힘들기 때문이다.

아귀를 잡기위해 고니를 찾아 온 대길

만화 원작을 보면 알 수 있지만 대길의 외삼촌이 지리삭 작두 고니다. 아울러 지리산 작두가 직접 손을 자른 것이 아니라 아귀의 손이 잘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이런 장면은 자연스럽지만 SBS 타짜의 설정은 무리하기 짝이 없다.

타짜에 출연한 우영이

타짜에 출연한 우영이

처음에 이 잡은 화면을 보고 우영이가 TV에 출연한 것으로 착각했다. 긴머리, 볼록한 배, 검은 피부. 현재 우영이와 너무 비슷했다. 우영이가 연기력이 됐다면 탤런트를 시켜봤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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