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

택시가 좌회전 하다가 직진하는 버스와 충돌했다. 택시에 탑승했던 승객은 즉사했고, 택시 기사 역시 며칠 뒤 사망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의 증은 사고 운전자인 버스 운전사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여기서 "버스 운전자는 자신은 신호에 맞게 진입했고 택시가 신호를 무시하고 진입했다고 증언했다"고 한다. 다른 증인이 없기 때문에 사거리에 플랭카드를 걸거 사고 목격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무식한 운전자

얼마 전의 일이다. 서울에서 충주로 오는 중이었다. 갑자기 웬 봉고차가 깜빡이도 켜지 않고 갑자기 우리 차선으로 끼여들었다. 놀란 우엉맘은 경적을 울렸다. 그리고 이런식으로 막무가내로 껴든 차는 마치 기분이 나쁘다는 듯 브레이크를 밟으며 다시 우리 차를 가로 막았다. '깜박이도 켜지않고 다른 차에 갑자기 끼워들었지만 놀라 경적을 울리는 것은 기분나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도로에서는 이런 무식한 운전자가 정말 많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조차 모르는 무식한 운전자.

이렇다 보니 교통 사고에서는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긴다는 것이 하나의 철칙이 되었다. 그래서 자신의 잘못을 알면서도 피해를 입는 것이 싫어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리고 이런 것을 당연한 것으로 안다. 아울러 실제 도로에서 이런 사람을 정말 자주 만난다.

꽤 오래 전의 일이다. 매형 후배에게 급작스런 전화가 왔다. 차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사고의 내용은 이렇다. 비가 엄청나게 오고 있었다. 비가 너무 많이와 앞이 보이질 않는 상황에서 적색 신호등을 보고 일시 정차를 했다. 이때였다. 비속을 과속으로 달리던 차량이 매형 후배의 차을 박았고 매형 후배의 차는 마침 주변 냇가에서 놀던 사람의 소나타를 박아 버렸다.

근본적으로 매형 후배의 차를 들이 박은 사람의 문제였다. 아울러 이 운전자의 입에서는 술냄새가 났다고 한다. 그래서 일단 그 사람을 붙잡고 경찰을 불러 음주 측정을 하자고 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들은 "음주 운전자가 차에서 도끼를 꺼내 휘둘렀고 결국 이 사람은 그자리에서 차를 타고 도망쳤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매형 후배의 차가 들이받은 소나타의 주인. 어차피 귀책 사유가 도망간 운전자에게 있고 매형 후배 역시 피해자이기 때문에 보험으로 처리하면 모두 끝나는 문제였다. 그러나 어찌됐건 매형 후배 차에 의해 피해를 입은 것이기 때문에 매형이 소나타 주인이 "강원도까지 갈 수 있도록 택시를 대절해 주고 차 역시 매형이 아는 집에서 수리해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런데 소나타 운전자는 여기서 생떼를 부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차는 임시 번호판을 달고 있는 새차이므로 수리로는 안되고 새차를 사달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차수리에 택시 대절까지 생각했던 매형은 결국 보험으로 처리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 경우 양쪽의 과실은 별로 없다. 소나타의 수리비와 매형 후배차의 수리비를 합한 뒤 아마 산정된 과실율에 따라 보험금이 부담되었을 것이다.

술을 마시고 폭우가 내리는 중에 과속을 한 운전자나 상대방 운전자에게 아무런 과실이 없는 것을 알면서도 택시 대절에 새차를 사내라고 한 운전자. 모두 황당하고 어이없는 운전자 같지만 의외로 이런 운전자가 많다. 그 이유는 운전을 기술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꼭필요한 블랙박스

특히 운전자가 여성일 때 이런 운전자를 만나면 방법이 없다. 이런 선량한 운전자에게 아주 좋은 상품이 있다. 바로 유비원의 차량용 블랙박스 DRS1100이다. 나는 원어데이에서 경품으로 당첨됐고 또 goohwan님이 선물로 주신 덕에 두대나 가지고 있는 제품이다. 아울러 이제품에 대한 자세한 리뷰는 여성 운전자를 위한 차량용 블랙박스, X-Driven DRS1100 리뷰를 통해 볼 수 있다.

아이디어는 상당히 좋은 제품이지만 영업력이 미약한 듯 출시가는 34'9500원이지만 당시 옥션에서는 최저가 19'8000원에 팔리고 있었다. 또 유비원외에도 차량용 블랙박스 시장을 인식한 듯 유케텍이라는 중소업체에서도 비슷한 제품과 저가의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그런데 지난 일요일 시사매거진 2580에서는 20초, 사고 그 순간의 기록이라는 상당히 의미있고 재미있는 보도를 했다.

택시가 좌회전 하다가 직진하는 버스와 충돌했다. 택시에 탑승했던 승객은 즉사했고, 택시 기사 역시 며칠 뒤 사망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의 증은 사고 운전자인 버스 운전사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여기서 "버스 운전자는 자신은 신호에 맞게 진입했고 택시가 신호를 무시하고 진입했다고 증언했다"고 한다. 다른 증인이 없기 때문에 사거리에 플랭카드를 걸거 사고 목격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동영상 삭제 알림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한 뒤 제 출연분을 유튜브에 올렸습니다. 그런데 이 동영상을 SBSi에서 저작권 위반으로 신고, 유튜브 계정이 잘렸습니다. 이 탓에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강좌 대부분이 사라졌습니다. 복구 가능한 동영상은 페이스북을 통해 복원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드라마 백동수에 대한 글의 남은 이야기를 보기 바랍니다.

사고 차량의 동영상 촬영분

택시 회사가 덤탱이 쓸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이 차량용 블랙박스 때문에 택시 회사는 혐의를 벗었다. 다만 버스 운전자처럼 자신의 잘못을 뻔히 알고 속이는 운전자가 많다.

그런데 이 차량에 차량용 블랙박스가 설치되어 있었고 이 블랙박스를 확인한 결과 택시 운전자는 정상 신호에서 진입했지만 신호를 무시한 버스 운전자에 의해 사고가 난 것으로 판정된 것이다. 차량 블랙박스의 진가가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효용성을 인정한 인천에서는 "인천 택시 모두에 이 차량용 블랙박스를 달고 있다"고 한다. 또 블랙박스의 사고 기록을 직원들 교육에도 활용한다고 한다. 아울러 차량용 블랙박스가 모든 현장을 기록하기 때문에 운전자도 조심 운전을 하게 되고 그덕에 사고율도 상당히 줄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현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제품의 이름이다. 내가 알고 있는 유비원 제품과 외관도 같고사용하는 프로그램도 모두 똑 같다. 다만 이 제품은 유비원 제품이 아니라 현대 폰투스 제품이라고 한다.

왼쪽 폰투스, 오른쪽 유비원

회사 이름은 다르지만 생긴 것을 똑 같다. 파워는 빨간색, GPS는 파란색 LED를 사용하는 것도 같지만 외관도 아주 똑 같다. 다른 점은 설치한 위치만 차이가 난다.

화면 구성과 디자인이 완전히 똑 같다. 유비원 DRS1100이 PONTUS HDR-1000으로 바뀐 것만 차이가 있다.

유비원이 좋은 제품을 만들었지만 영업력이 없어서 돈이 많은 폰투스 제품으로 판매되고 있는 것 같았다. 역시 방송의 효과는 아주 뛰어난 듯 블로그도 차량 블랙박스라는 검색어로 유입되는 사람들이 늘었다. 아울러 같은 제품이지만 내가 리뷰를 할 당시 19'8000원까지 떨어졌던 은 현재 29'8000원으로 가격이 무려 10만원이나 올라있었다.

좋은 제품이 잘 팔리고 있는 것을 보면 기쁘기도 하지만 작은 기업이 좋은 제품을 만들고도 자본력과 영업력이 딸려 다른 기업의 하청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면 이 것이 "우리 중소기업의 현실이며, 미래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나무를 지탱하는 것은 물론 큰 뿌리다. 그러나 그 나무를 살리는 것은 그 뿌리에 붙어있는 아주 작은 잔뿌리다. 그런데 우리사회는 아직도 이런 간단한 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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