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친구

역사는 필연의 연속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필연과 우연이 날줄과 씨줄처럼 얽혀있다. 사람이 사는 것도 비슷하다. 올초 수원에 사는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찍은 사진을 우연히 디카 메모리 카드에서 발견하고 블로그에 올리려고 사진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갑지가 울리는 휴대폰. 전화를 받고 보니 올초 방문한 수원 친구였다. 그 동안 사는 것이 바빠 연락도 못했는데 무슨 우연인지 정확히 녀석 아이들의 사진을 정리할 때 전화가 왔다.

반가운 친구

역사는 필연의 연속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필연과 우연이 날줄과 씨줄처럼 얽혀있다. 사람이 사는 것도 비슷하다. 올초 수원에 사는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찍은 사진을 우연히 디카 메모리 카드에서 발견하고 블로그에 올리려고 사진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갑지가 울리는 휴대폰. 전화를 받고 보니 올초 방문한 수원 친구였다. 그 동안 사는 것이 바빠 연락도 못했는데 무슨 우연인지 정확히 녀석 아이들의 사진을 정리할 때 전화가 왔다.

얘기를 들어 보니 23일 우리 집에 놀러 오겠다는 것이었다. 일요일에 아침을 먹고 출발하겠다고 해서 오랜 만에 친구와 아이들을 만날 겸 그러기로 했다. 우엉맘은 족발을 삶고 나는 우영맘이 사온 돼지 곱창을 손질했다.

12월 23일 점심때 쯤 충주 시청에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마침 돼지 곱창을 손질하고 있어서 우엉맘보고 충주 시청으로 가서 마중하라고 했다. 오랜 만에 보는 녀석의 두 딸은 부척 커있었다. 우엉맘이 족발을 삶았지만 아직 식지 않아 바로 먹기는 힘들었다. 결국 산골 정육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오랜 만에 가본 산골 정육 식당은 의외로 한산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일요일 오후에 사람이 많이 있을 리는 만무했기 때문이다.

점심을 먹고 중앙탑으로 향했다. 집에서 중앙탑과의 거리는 조금 되지만 중앙탐은 나름대로 구경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쌀쌀한 겨울이라 중앙탑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시간이 있다면 중앙 박물관도 들려 보겠지만 시간이 많지 않아 중앙탑만 한번 들려 보고 충주호로 향했다.

쌀쌀한 충주호

쌀쌀한 날씨지만 의외로 충주호에는 제법 사람들이 와있었다. 충주호 전망대에서 간단히 오뎅을 먹었다. 사람이 많아서 인지 하나에 300원짜리 오뎅을 무려 만원 어치나 먹고 전망대 엘리베이터를 타고 충주 댐으로 내려갔다. 여름이라면 가볼 곳이 많지만 쌀쌀한 겨울이라 가볼 곳이 그리 많지 않았다. 날씨가 추운 것 같이 집으로 가기로 하고 충주호를 출발 안림동 쪽으로 돌아 집에 도착했다. 물론 집에서는 우엉맘이 만든 우엉맘표 족발을 먹었다(술을 보면 정신을 잃어 인증샷을 찍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12월 24일 24일은 월요일이고 우영이가 학교에 갔다 와야하기 때문에 일단 우영이가 학교에 갔다 오면 눈썰매장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애매했다. 다예 유치원의 산타 할아버지가 오후 5시 20분에 오기로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후 1시에 눈썰매장에 갔다 오면 시간이 조금 부족할 듯했다.

아무튼 12월 24일. 친구에게 동네를 구경 시켜 주기로 하고 동네를 한바퀴 돌았다. 등산로 코스를 확인하고 동네 한바퀴를 돌아 오니 시간은 오전 10시가 조금 더 된 시간이었다. 이번에는 우엉맘과 친구의 처가 동네 한바퀴를 돌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한시에 눈썰매장에 가기로 했기 때문에 오후 12시 30분 정도에 우엉맘과 친구 처가 돌아왔다. 눈썰매장을 간다는 얘기를 듣고 학교에 갔다 오던 우영이도 충주호 리조트에서 개설한 눈썰매장의 할인권을 잔뜩 가지고 왔다. '어른 9000원, 아이 7000원인데 이 할인권을 이용하면 어른 7000원, 아이 5000원에 할인해 주고 눈썰매장의 입장권을 끊은 사람은 주변의 놀이 공원에서 놀이 기구를 두개씩 무료로 탈 수 있다'고 했다.

충주호 눈썰매장

충주호 리조트 눈썰매장보다는 사조 스키장이 더 유명하지만 사조 스키장은 스키장과 함께 운영하기 때문에 사람이 많을 것 같아 자연스레 충주호 리조트 눈썰매장으로 가기로 했다. 충주호 리조트는 예전에 한번 가본적은 있지만 막상 충주에 내려온 뒤에는 한번도 가본적이 없었다. 충주호 건너편에 덩그라니 건물 하나만 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요즘은 눈썰매장까지 운영하는 모양이었다.

집에서 충주호 리조트까지 가는 길은 30분 정도 걸렸다. 충주호 리조트에 와보니 예전에 왔을 때와는 달리 콘도 외에 요즘 유행하는 '펜션촌'까지 있었다. 그런데 막상 눈썰매장은 보이지 않았다. 펜션은 최근에 지은 듯 상당히 깨끗했지만 충주호 리조트 콘도는 지은 연도와 관리 상태를 알 수 있듯이 상당히 낡아 보였다.

충주호 리조트의 눈썰매장은 사계절 썰매장이다. 여름에는 물썰매장, 겨울에는 눈썰매장으로 이용하는 상당히 작은 썰매장이었다. 요즘은 대부분 카드 결재가 되고 먹을 것은 모두 미리 사갔기 때문에 현찰을 모두 가지고 가지 않았는데 카드 결제가 되지 않았다. 다행이 눈썰매장에서 리조트 프론트로 전화를 해주어서 대금은 모두 프론트에서 결제를 했다. 다예와 친구 둘째딸(예린)은 표를 끊을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다예와 예린이의 표까지 끈어야 한다고 해서 결국 어른 4명(2'8000), 아이 4명(2'0000)의 표를 끊었다.

썰매장에는 음식물을 가져갈 수 없도록 되어있었다. 그리고 이 썰매장 입구 바로 옆에 정말 파는 것이 별로없는 매점이 있었다. 이 매점에 먹을 것을 맡기고 썰매장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썰매장이 정말 허접했다. 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썰매장이 상당히 작다. 처음에는 눈썰매장 위쪽에도 눈이 있었겠지만 눈이 녹고 사람이 많이 찾지않아 인공눈을 관리하지 않은 듯 눈썰매장 윗쪽에는 아예 눈이 없었다. 결국 눈썰매는 가장 위에서 타고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인공눈이 남아 있는 윗쪽 중간에서 부터 탈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눈썰매장이 작고 정말 한산하다. 우리 가족 4명, 친구네 4명, 다른 가족 8명 총 16명이 반나절 동안 이 눈썰매장을 이용했다. 눈도 많지 않다. 또 아이들이 눈을 뭉처 가져가면 관리 요원이 눈이 없어진다고 못 가져가게 한다.

크리스마스 2부라 24일을 12시까지 영업을 한다고 하는데 과연 12시까지 영업을 할 수있을지 의아했다. 친구내외에 우리 가족이 눈썰매장에 도착했을 때 우리 가족외에 다른 한 가족이 먼저와서 눈썰매를 타고 있었다. 따라서 우리 가족까지 하면 총 세 가족이 이 눈썰매장을 이용한 셈이었다.

일단 눈썰매장이 작고 보잘 것 없지만 사람이 없기 때문에 기다릴 필요가 전혀 없었다. 또 한번에 내려오는 눈썰매는 많아야 6개, 적으면 한개가 내려오기 때문에 눈썰매끼리 충돌할 위험도 거의 없었다. 또 관리 요원이 있지만 관리 요원의 통제를 기다릴 필요도 없이 눈썰매를 바로 탈 수 있었다. 따라서 혼자서 눈썰매를 타기도 하고 예린이와 다예를 태우고 눈썰매를 타기도했다. 예린이는 빠르게 내려가는 것이 무서운 듯 해서 발로 속도를 조절하면서 태워주었고 다예는 빠르게 내려가는 눈썰매가 재미있는 듯 연신 "아빠! 너무 재미있다"를 연발했다.

우영이와 수린이는 나이가 있기 때문에 주로 혼자서 썰매를 탔다. 친구 녀석의 딸은 큰 애가 수린이고 둘째가 예린이인데 예쁘기는 수린이가 더 예쁘지만 둘째는 작고 애교스러웠다. 그런데 우영이는 오빠한테 까불고 덤비는 수린이 보다는 말도 별로 없고 오빠를 따르는 예린이가 더 좋은 모양이었다. 또 예린이도 이렇게돌봐주는 우영이가 싫지 않은 듯 오빠! 오빠!하면서 따르자 더 좋은 모양이었다.

먼저 걸어가는 사람이 우엉맘과 우영이. 두번째로 걸어가는 사람은 친구 처와 친구의 큰딸 수린이이다. 사람이 워낙 없어서 동영상처럼 두팀이 내려오는 때도 많고 많아야 여섯 정도가 내려온다. 처음에는 관리 요원이 호르라기를 불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 마저도 하지 않았다.

보통 눈썰매장에 오면 아이들 때문에 눈썰매를 마음놓고 타지 못했던 우엉맘도 사람이 거의없는 눈썰매장이라 아주 마음놓고 눈썰매를 탔다. 눈썰매를 탈때 발로 속도 조절을 해야하지만 눈썰매장의 길이가 짧아서 굳이 속도를 조절할 필요는 없었다. 또 우영맘을 앞에 태우고 부부가 함께 타는 등 정말 집앞 우리 가족 전용 눈썰매장을 이용하듯 마음껏 눈썰매를 탔다. 우영이가 오후 한시에 와서 바로 출발했기 때문에 모두 요기를 하지 않은 상태라 가지고 간 버너와 코펠을 이용해서 물을 끎여 컵라면도 먹었다.

타는 사람이 많으면 한시간 정도 눈썰매를 타도 실제 눈썰매는 몇번 타지 못하는데 이 눈썰매장은 말 그대로 우리 가족 눈썰매장이라 정말 마음 놓고 눈썰매를 탔다. 이렇게 눈썰매를 타다보니 이제 조금 힘들어졌다. 눈썰매장의 길이는 얼마되지 않지만 잠깐 내려고오 다시 걸어 올라가는 것이 만만치 않은 운동인 듯했다. 어차피 아이들에게 놀이 기구도 태워 주어야 하기 때문에 일단 눈썰매장에서 바로 옆의 놀이 공원으로 이동했다.

썰렁한 놀이공원

놀이 공원이라고 하지만 막상 가보니 정말 썰렁했다. 사람이 사용하지 않는 건물인 듯 흉물스럽고 쓰레기가 잔뜩 있는 건물이 있었고 찾는 사람도 관리하는 사람도 별로 없는 듯 했다. 소인권으로는 소인만 타고 대인권으로는 대인만 탈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중요한 것은 작은 바이킹을 빼면 성인용으로 탈 수 있는 놀이 기구는 전혀 없었다. 중요한 것은 눈썰매장 놀이권으로는 바이킹은 탈 수 없었다.

방문하는 사람도 없기 때문에 성인권으로 아이들을 태워줘도 될 것 같은데 절대 안된다는 관리하는 아저씨의 쌀쌀한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이런 안정성도 의문인 놀이 기구를 돈까지 주고 탈 이유는 없을 것 같아 아이들 표를 이용해서 우영이, 다예, 수린이, 예린이만 놀이 기구를 태워주었다.

문제는 두 작은 딸. 다예는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을 무척 무서워하는 편인데 빙글 빙글 도는 컵도 무서운 듯 놀이 기구를 타자 마자 울어 대기 시작했다. 결국 놀이 기구를 세우고 다예를 데려왔다. 컵이 계속 빙글빙글 돌자 친구의 둘째딸 예린이도 울음은 터트렸다. 다행이 우영이를 좋아하고 우영이가 달래 주느라 꼭 안아 주자 나름대로 울음을 참고 놀이 기구를 탔다.

울고 있는 다예와 예린이. 다예는 놀이기구를 타자마자 울음을 터트렸고 예린이는 조금 뒤 울음을 터트렸다. 예린이를 좋아하는 우영이가 꼭 안아주고 있지만 역시 무서운 것은 참기 힘든 듯 했다. 이외에 빙글 빙글 돌며 하늘을 나는 놀이 기구를 어른들과 함께 탔지만 다예는 역시 무서운 듯 했다.

그외에 아이들에게 놀이 기구를 하나 더 태워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원래는 동네 횟집에서 뒷풀이를 할까 생각했지만 아이들이 먹을 것이 없고 우영이가 놀이방이 있는 집을 원해서 집 앞에 있다가 안림동 근처로 이사한 임꺽정 숯불촌에서 뒷 풀이를 마무리했다.

남은 이야기

눈썰매장 주차장에서 컵라면용 라면물을 끓일때의 일이다. 친구 처가 주차장으로 내려와서 매점 상황을 얘기해 주었다. 우리와 함께 눈썰매를 탄 아주머니가 이 눈썰매장을 와봤는지 물어봤다고 한다. 자기네 가족은 미리 전화까지 하고 왔는데 매점이라고 먹을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을 보고 우리 가족이 알고 먹을 것을 싸온 것으로 생각한 모양이었다.

동생네가 김포에 살때의 일이다. 당시 동생네 아파트 앞에는 돼지 곱창을 맛있게 하는 집이 있었다. 여기서 돼지 곱창에 맛들인 이후 인천에서도 종종 돼지 곱창집을 찾았지만 맛있게 하는 집이 없었다. 결국 부평 시장에서 돼지 곱창을 사다 집에서 해먹곤 했는데 이 기억 때문에 우엉맘이 정육점에서 돼지 곱창을 사왔다.

막창이나 곱창 등 손질은 내가 하기 때문에 돼지 곱창 손질도 내가 했다. 주위 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깨끗하고 냄새가 나지 않게 손질을 했고 24일 저녁때 예전에 하던대로 곱창 볶음을 만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곱창이 너무 질겼다. 또 우리가 부평 시장에서 사던 곱창과는 너무 달랐다. 아마 곱창 볶음용 곱창은 일반 곱창이 아니라 대창을 쓰는 듯 했다.

임꺽정 숯불촌은 소고기 전문점이다. 한우를 싸게 공급한다고 해서 인기를 끈 집이다. 120g으로 일인분의 양이 적기는 하지만 차돌박이 1인분을 9900원에 팔았다. 이미 눈치를 챈 사람은 알겠지만 아무리 120g이라고 해도 한우를 1인분에 9900원에 공급할 수 있는 곳은 없다. 고기의 색과 맛을 보면 미국산으로 보였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고기의 맛이 완전히 바뀌었다. 고기의 색깔도 변했고 냄새도 났다. 아마 미산 소고기 수입이 중지된 뒤 호주산 소고기를 내왔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그 뒤 임꺽정 숯불촌은 안림동 근처의 큰 건물로 이사를 했다. 그리고 고기 가격 역시 대폭 오르고 한우라는 표시도 지워버렸다.

120g에 9900원을 받던 차돌박이는 180g에 2'5000원으로 올랐고 표기 역시 한우에서 국내산으로 바뀌어 있었다. 또 180g에 1인분씩 파는 소갈비 메뉴가 추가됐는데 가격은 8000원이고 호주산으로 원산지 표시가 명확히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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