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는 노무현 정치의 최대 피해자다

2009/08/07 08:53

촛불 소녀

최근 우리나라 정치의 상징은 촛불소녀이다. 촛불을 들고 있는 중고등학생 정도 되보이는 귀여운 소녀. 한 나라의 정치 상징으로 보기에는 나이도 어리고 그 대상도 조금 의외이다. 그러나 작년 촛불에서 보여 준 힘과 이들의 정치 수준을 생각하면 우리나라 정치 상징으로 '촛불소녀'만큼 적당한 대상도 찾기 힘들다. <사진 출처: "촛불소녀, 대학생이 제작">

촛불 소녀

최근 우리나라 정치의 상징은 촛불소녀이다. 촛불을 들고 있는 중고등학생 정도 되보이는 귀여운 소녀. 한 나라의 정치 상징으로 보기에는 나이도 어리고 그 대상도 조금 의외이다. 그러나 작년 촛불에서 보여 준 힘과 이들의 정치 수준을 생각하면 우리나라 정치 상징으로 '촛불소녀'만큼 적당한 대상도 찾기 힘들다.

나는 우리나라 20대 청년들의 정치 수준을 믿지 않는다. 오히려 중고등학생의 정치 수준이 이들 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나라 20대 청년을 노무현 정치의 최대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정치를 알지 못하고 정치에 대한 무뇌아가 된 가장 큰 이유는 노무현식 바른 정치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1].

노무현 정치의 피해자

2007년 대선 때 일이다. 이명박을 반대하는 나와 이명박을 지지하는 장인어른과 정치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강남이라는 나름대로 부유한 환경에서 계속 살아 오신 장인어른. 장인어른이 읽으시는 신문은 오로지 조선일보와 매일경제와 같은 경제신문이 전부였다. 경제신문이라고 하면 경제에 전문적인 신문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내가 보는 경제신문은 언제나 보여주고 싶은 경제만 전하는 신문이었다.

장인어른은 이런 시선 때문에 이명박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노무현에 비해 경제가 훨씬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계셨다. 결국 나를 승복시킬 수 없었던 장인어른은 20대의 손아래 동서[2]에게 이명박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손아래 동서는 자신의 말 보다는 "일본에서 한국을 방문했다"는 한 건축가의 말을 인용 이명박을 위대한 지도자로 평했다. 이때 손아래 동서를 보면서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동서 역시 노무현식 바른 정치의 피해자였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의 결과를 보면 의외로 이명박을 지지하는 20대가 많다. '전과14범'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많고, 또 설사 안다고 해도 "경제만 살리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20대의 이런 성향을 비난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나는 이런 20대를 보면 비난하기 보다는 측은해 진다. 어디에나 있기 때문에 그 소중함을 모르는 공기처럼 바른 정치국민의 정치 무관심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시사 블로거, 남은 3년

블로그의 글을 보면 알 수 있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통치한 2007년 전까지는 정치에 대한 글이 별로 없다. 가끔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기는 했지만 나 역시 정치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은 이유도 간단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분명히 한발짝 한발짝 더 나은 사회로 가고 있었다.

"내가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아도 올바른 길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IT 블로거'[3]라는 이름으로 살아 갈 수 있었던 것이다. 평생 살면서 정치에 단 한번도 관심을 놓지 않았던 내게 노무현 시절은 어찌 보면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에도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농민 두명이 죽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와 비슷하다. 물론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비교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이 일은 인권위[4]에서 수사를 담당했고 결국 강경진압에 의한 결과라고 인원위가 발표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가 이어졌다. 반면에 용산참사는 경찰과 한통속인 검찰에서 수사했고 철거민이 열받아 신나를 붓고 자살한 것으로 결론 지어졌다.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한다. 소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민족에게는 최소한 희망이 있다. 잘못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이명박 정부는 소잃고 네탓만 한다. 이명박 정부에 희망을 볼 수 없는 것은 잘못을 바로 잡으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없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이런 부분은 전통적인 보수주의자의 비난까지 받고 있다.

희망 대한민국!!!

다만 나는 아직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지금은 투표권도 없는 10대가 20대가 되는 그 날이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명박의 남은 재임일은 1298일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그러나 나는 이 남은 재임일이 절대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 재임일이 끝나는 그날 촛불소녀는 어엿한 청년[5]된다.

노무현 정치의 최대 피해자인 20대가 이명박의 당선을 만들었다면 이명박 정치의 최대 피해자인 촛불소녀가 무엇을 만들 것인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관련 글타래


  1. 노무현의 바른 정치가 부른 또 하나의 부작용은 바로 수구의 대단합이다. 바른 정치가 계속된다면 더 이상 수구가 또아리틀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2. 나와 처는 8살 차이다. 또 처와 막내 처제는 6살 차이고 처제 보다 손아래 동서가 2살 어리기 때문에 손아래 동서와 나이 차이는 16살이다. 
  3. 지금은 시사 블로거로 굳히기 중이다. 이제 어디를 가든 나를 IT 블로거라고 하지 않는다. IT 블로거로 알고 있는 사람도 'IT 블로거였다'라고 한다. 
  4. 최근 부임한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종증조부는 현준호라는 친일매국노이다. 이제 인권마저 친일매국노의 후손에게 넘어갔다. 
  5. 청춘기에 있는 젊은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주로 남자를 말하지만 여기서는 본래의 뜻인 사람으로 사용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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