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 급하게 오는 봉고를 보고 매형이 일단 멈추자 봉고가 우회전을 하려고 길에 올라섰다. 길이 약간 비탈졌고, 오가는 차를 확인하기 위해서인지 잠시 비탈길에 멈췄던 봉고가 뒤로 미끄러지면서 매형의 카니발을 받았다. 큰 사고도 아니고 차가 찌그러진 정도였으므로 보험으로 처리하면 되는 일이라 차의 상태를 확인하려고 일단 내리자 갑자기 봉고가 급출발을 하면서 쏜살같이 달아나는 것이었다주1, 주2. 바로 뒤를 쫓았지만 오후 11시 가까이 된 시간이라 시야를 확보할 수 없어서 결국 놓치고 말았다.
그러나 누나와 매형이 번호판의 일부(전국 번호판에서 한글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를 알고 있어서 일단 경찰에 뺑소니 신고를 했다. 다음날 충주 경찰서 교통계를 방문해서 사고 경위서를 작성했다. 작성 중 교통계 경관분이
처벌을 원하십니까?
라고 묻는 것이었다. 인사 사고가 아니니 굳이 처벌까지는 필요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렇게 뺑소니를 쳤다는 것은 음주 운전일 가능성이 크고, 한번 뺑소니 쳐본 사람은 다음에도 또 그럴 가능성이 있어서
인사 사고가 아니니 처벌을 원하지는 않지만 뺑소니이니 잡기는 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라고 다시 묻는 것으로 질문에 답했다. 이 일이 있은 후로 봉고 프론티어 더블 캡만 보면 번호판을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어제 수안보에서 매형 친구분이랑 술을 마시면서도 뺑소니 차에 대한 얘기가 나왔고주3, 우스갯소리로 요즘은 온 가족이 번호판만 확인하고 다닌다는 얘기를 했다. 그리고 오늘 뺑소니 운전자한테서 전화가 왔다. 잠시 통화하던 매형은 아주 기분이 않 좋아져서 전화를 끊었다.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뺑소니 운전자의 얘기는
나는 사고가 난 줄 몰랐다, 왜 나한테 뒤집어 쒸우느냐주4, 주5
는 것이었다. 결국, 교통계에 전화해서 보험으로 이미 다 처리됐으니 뺑소니 운전자가 쓸데없이 전화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부탁을 하고 전화를 끊는 것을 보았다. 매형이 경관한테 물어보니 이런 경우에는 처벌이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사고 당시에 잡힌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사람의 뺑소니 여부를 증명하기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부분은 뺑소니처리에대한 의지의 문제이지 결코 잡지 못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주6.
결국, 이 일을 겪으면서 우리나라에서는 교통사고가 나면 뺑소니가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음주 운전일 때에는 뺑소니가 속된말로 장땡인 셈이다. 일단 뺑소니치고, 며칠 숨어 있다가 모르고 그랬다고 잡아때면 음주 운전에 대한 처벌도 피할 수 있고, 잘하면 피해 보상도 피할 수 있다. 재수 없게 확실한 증거가 드러나면 벌금만 조금 물면된다. 음주 운전으로 면허 취소되고, 상대차 보상하고, 보험료 오르는 등 뺑소니치지 않았을 때의 부작용을 생각하면 더운 그런 것 같다.
아무튼, 우리나라의 법은 참 오묘하다.
알면 알수록 모르게 되는 신기묘묘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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