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나선 길을 그냥 되돌리기도 심심한 것같아 천대고가교 옆의 양곱창 집으로 향했다. 주인장의 넉넉한 인심과 맛깔나는 곱창때문에 가끔 들리는 집이다. 곱창은 싫어하지만 곱창이 구워지기 전에 먹을 수 있도록 나온 염통은 무척 좋아하기때문에 우영이도 무척 좋아하는 집이다.
둥그런 원형 탁자에 연탄을 놓을 수 있도록 가운데가 뚤린 선술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탁자와 의자가 놓여있는 집이지만 조금만 늦게가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장사가 잘되는 집이다. 탁자앞에 둥그러니 모여 앉아 뜨거워 돌아 눕는 고기를 보던 우영이는 심심한지 스무고개 퀴즈를 한다.
우영: 아빠, 코가 긴 동물은? 도아: 코끼리 우영: 딩동댕 우영: 그럼 목이 긴 동물은? 도아: 기린 우영: 딩동댕. 그런데 아빠는 어떻게 다알아?
녀석이 내는 문제를 족족 맞히자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우영: 뿔이 있는 동물은? 도아: 사슴 우영: 땡. 코뿔소야?
뿔이 있는 동물이야 워낙 많으니, 다음 힌트를 줘야할텐데 녀석은 아빠가 틀렸다는 것만으로도 흐뭇한 모양이었다. 스무 고개를 하기 힘들 것 같아 이번에는 필자가 문제를 내기로 했다.
도아: 이번에는 아빠가 문제를 낼테니 우영이가 맞춰봐. 우영: 응 도아: 아빠 보물은? 우영: 나. 도아: 딩동댕. 그런데 어떻게 알았어? 우영: 내가 그런 것도 모를까봐?
신기한 일이었다. 한번도 우영이가 보물이라고 애기해본적은 없는데 어떻게 보물인 줄 알았을까? 단번에 문제를 맞춰버리니 아빠로서 조금 민망하기도 했지만 특별히 얘기하지 않아도 자신이 보물인줄 알고 있는 우영이가 기특하기도 했다. 아무튼 또 다시 두번째 문제를 냈다.
도아: 우영이 말고 아빠 보물이 또 있는데 뭘까요? 우영: 소주 도아: 땡 우영: 맥주 도아: 땡 우영: 엄마 도아: 땡 우영: 다예 도아: 딩동댕
술을 즐겨마신 여파이겠지만 녀석의 생각에도 아빠의 보물은 소주, 맥주처럼 보인 모양이다.
아이들과 함께 한다는 것. 순수함에 오롯이 담겨있는 술잔을 끼고 사는 것 같다.
Trackback
Trackback Address :: http://offree.net/trackback/408
Comments
-
농우
2006/02/24 15:53
허허허..소주, 맥주....그나저나 우리 아이들은 저런거라도 한두가지 댈수나 있을지 모르겠군요. 워낙에 아빠하고 있는 시간이 많지 않으니...-.-;;
-
-
초짜
2006/03/02 18:27
술을 얼마나 즐겨드셨으면 아이들이 소주, 맥주 라고 그러는지...^^;
술은 적당히 드세요...^-^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