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추억 17. 껌

요즘은 공교육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한다. 따라서 학교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기 힘들지만 당시에는 선생님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 때였다. 따라서 교권은 확실했다. 체벌을 하는 사람(I, II, III)도 많았지만 별 문제가 되지 않는 때였다. 보통 남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에서는 상업 또는 공업을 가르쳤다. 내가 다니던 중학교에는 공업 대신에 상업을 가르쳤고 상업 선생님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특별히 나쁜 감정이 있는 선생님은 아니었지만 지금까지 이 선생님의 이름까지 기억난다. 그러나 이 선생님을 생각하면 뭐니 뭐니 해도 수업시간에 주는 이었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수업 중 껌을 씹는 것은 금지하고 있었다. 따라서 껌을 씹다 걸리면 따귀를 맞는다거나 체벌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상업 선생님의 체벌은 조금 특이했다. 씹던 껌을 뱉도록 한 뒤 이 껌을 머리에 온통 짓이겨 버린다. 이렇게 진이기면 껌을 떼기 힘들어 대부분 다음 날 머리를 빡빡 깍아야 했다. 그러던 중 머리에 상당히 신경을 쓰던 녀석이 껌을 씹다 걸렸다. 이 녀석도 당연히 껌으로 머리가 진이겨졌다. 어차피 당시 머리는 빡빡(이부)이 일반적이라 다들 머리를 밀고 오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녀석은 머리를 밀지 않고 머리에서 껌을 제거해 왔다. 물어보니 석유로 머리를 감았다고 한다.

당시에는 석유곤로가 일반적이라 집집마나 백등유가 몇 드럼씩은 있었는데 이 석유로 머리를 감아 껌을 제거했다고 한다. 이 녀석이 이런 실험을 한 뒤 껌을 씹다 걸린 녀석들은 석유로 껌을 제거해 오는 녀석들이 늘었다. 아무튼 이 녀석때문에 수업중 껌을 씹다 걸리는 녀석들이 늘었다. 꼭 이런 여파는 아니지만 나도 우연히 껌을 씹다가 이 선생님께 걸렸다.

선생님: 뱉어!!!
도아: (뱉어? 말어?, 뱉으면 머리에 발라야 하는데. 석유로 감어?
도아: (삼키자. 증거를 인멸하면 어쩔꺼야)
도아: (꿀꺽!)

선생님: 아니, 이새끼가 삼켜. 나와.

뱉으라는 껌을 뱉지 않고 삼킨 덕에 선생님게 속된말로 죽도록 맞았다. 그러나 맞고난 뒤에도 의아한 것이 선생님이 어떻게 껌을 삼겼는지 알았냐는 것이다. 결국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껌을 삼킬 때 껌이 불룩 튀어 나와 목국멍으로 넘어가는 것이 그대로 보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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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체제의 모든 것을 운영하고 있는 IT 블로거. IT 블로거라는 이름은 현재 시국때문에 시사 블로거로 바뀐 상태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시사와 사회에 관심이 많은 IT 블로거일 뿐이다. 컴퓨터, 운영체제, 시사, 가족, 여행, 맛집, 리뷰등과 살면서 느끼는 소소한 일상이 블로그의 주제이다. 왼쪽의 아이콘은 둘째 딸 다예가 그린 내 모습이다.
2007/11/29 10:51 2007/11/2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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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짱양 2007/11/29 11:45

    ㅋㅋㅋ 도아님 모범생인줄 알았는데,,
    의외로 선생님한테 반항도 하셨군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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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7/11/29 13:17

      불량 학생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모범 학생도 아니었습니다. 껌은 가끔 씹곤하는데,,, 뱉는 걸 잊어버린 덕에...

  2. 나무 2007/11/29 12:18

    하하하.
    도아님도 왕년에 껌 좀 씹으셨군요. 그럼 비딱하게 서서 다리 떨며 침도 찍찍 뱉었겠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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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7/11/29 13:17

      그랬던 적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항상은 아니지만.

  3. 주딩이 2007/11/29 12:39

    ㅋㅋㅋ.. 누구나 학교때 그런 추억이 있죠... 저도 중학교때 봉걸레자루로 책상에 엎으린채로 죽도록 맞아봤다는.. 거의 죽는줄 알았죠...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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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7/11/29 13:19

      여기를 읽어 보시면 정말 심한 선생님이 나오십니다. 한번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 주딩이 2007/12/03 14:54

      흠.. 제 경우보다 한수 위셨군요.." 때리다가 시간이 남으면.." 이란 부분에서 참으로 깊은 감동(?)을 받는군요.. ㅡ,.ㅡ;; 요즘도 가끔 UCC 에 체벌 동영상이 나오면 이유가 어찌되었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포스트에 올리신 대로 맞는 학생들도 진심으로 반성할 수 있는 체벌 방식이 있으면 하네요

  4. 댕글댕글파파 2007/11/29 13:34

    저는 중학교 미술 선생님한테 정말 죽도록 맞아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 당시 시험으로 미술 작품을 만들어서 내는게 있었는데 미술시간에 작품을 제출해서 점수를 받고 자리에 돌아와서 그 걸 내 짝꿍에게 주었는데 그걸 짝꿍이 망쳐도 되냐고 하길래 그러라고 해서 작품을 짓이겨버렸습니다.
    그걸 본 선생님이 절 불러서 정말....개패듯이 패더군요..ㅋㅋ
    수업시간 내내 맞고 쉬는 시간에도 맞고...발로 밟고 =ㅁ=

    그런때가 있었더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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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7/11/29 13:36

      예전 선생님 중에는 조금 사이코 같으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지금이야 추억이지만 당할 때는 공포 그 자체였죠.

  5. okto 2007/11/29 15:18

    많이 맞은게 자랑은 아니지만 저또한 체벌이 심하기로 유명한 학교를 나왔습니다.
    전통적으로 한명이 잘못하면 반전체가 체벌을 당하는 분위기라 고교시절동안 허벅지 안터져보고 졸업한 사람이 단 한명도 없는 학교였죠.
    재밌는건 선생님들 사이에서 경쟁의식이 있었는지.. 전날에 어떤 선생님이 10명 양호실 보냈다 그러면 다음날은 다른 선생님이 묘하게 10명을 넘기려고 강도가 세지곤 했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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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7/11/30 07:59

      예. 그런 분위기를 내는 선생님도 있습니다. 제가 다니던 학교도 그런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물론 학교 전체의 분위기는 아니었지만요. 아무튼 예전에는 맞고 자란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6. 민트 2007/11/29 19:21

    솔직히 약간 싸이코 같은 선ㅅ애 한두명 또는 운 없으면 십여명 정도는 학교마다 다 있는 것 같네요. 직접 맞은 건 아니지만 중학생때 삽으로 애들 패던 체육선생 있었는데 아직도 뒤뜰에서 삽으로 엉덩이 맞던 학생들의 모습이 선명합니다. / 도아님도 차라리 등유로 머리를 감지 그러셨어요... 냄새는 좀 나도 몸은 안아팠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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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7/11/30 08:00

      삼킨 것은 삼키면 선생님이 모를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증거가 없기 때문에... 그런데 넘어가는 것이 그대로 보여서 걸렸고 그래서 맞은 것입니다. 즉, 잔꾀를 부리다 당한 것이죠...

  7. mepay 2007/11/29 19:34

    그나마 그땐 선생님들의 권위가 있었지만..지금은 헨폰으로 찍어서 인터넷에 올려버리니..때리는것도 문제지만..맞을짓하는것도 문제라고 생각되는군요..제 여친말 들어보니 요즘애들 다루기 정말 힘들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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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7/11/30 08:03

      예. 교권이 무너진 이유는 모두 학부모 탓입니다. 학부모가 선생님을 존중해 주어야 하는데 학부모가 선생을 존중해 주지 않으니 학생이 선생을 존중해 주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선생님께 체벌이라는 무기를 빼았았다면 반대로 그에 상응하는 무기를 주어야 합니다. 사실 머리가 다 큰 아이들을 벌점으로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니까요.

      체벌이 사라져야 하지만 고민하게 되는 부분은 결국 이 부분입니다.

(옵션: 없으면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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